내 마음속 고래 한 마리를 키우는 방법

등록 2024.09.26 11:15수정 2024.09.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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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 화성시민신문


"꿈이 없으면 청년이 아니다. 고래 같은 꿈을 품어야 청년이다."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청년일까? 청년기본법은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한다. 발달심리학에서는 13~23세까지를 청년기라고 부른다. 정부의 청년전용 창업자금 지원대상은 39세 이하다. 엘에이치(LH) 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사업의 청년입주자격은 대학생, 취업준비생,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다. 법령이나 조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20~30대를 일컫는다.

내가 아쉽고 후회스럽게 생각하는 시기는 20대와 30대 청년 시절이다. 꿈이 없지는 않았지만 간절하지도 않았고 꼭 이루겠다는 의지도 부족했다. 허송세월했다. 다행히 40대에 접어들어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대중에게 강의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마음속에 커다란 고래를 키우기 시작했다. 더 늦지 않고 방향을 잡고 산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호승 시인은 마음속에 고래를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밤하늘 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모두 청년이다. 꿈을 지니고, 꿈이 비록 밤하늘 별처럼 아늑하더라도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오르는 패기가 있다면 노년은 젊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소년소녀 1500명을 선발해, 무려 80년 동안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성격과 직업, 인생관을 지녔으며, 결혼이나 이혼은 했는지, 얼마나 건강했는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따위를 추적하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수명연구 프로젝트>는 장수에 영향을 끼치는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는데, 크게 분류하면 성실성과 감성 지능이다. 성실한 사람이 장수한다는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근검절약하고 끈기 있는 사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았다. 성실한 사람은 약물, 흡연 따위도 멀리하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음주 운전도 하지 않으니 장수에 유리하다. 성실한 사람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근무환경도 더 좋을 확률이 높고, 주변에 성실한 친구들이 많아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활동하는 것도 수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장수한 참가자들은 시간제든 종일제든 여전히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새로운 배움의 길로 들어서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무언가를 배우고 수료증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변화를 위해 일하거나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욕을 내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꾸준히 생산성이 높은 노인들이 태평스러운 노인들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이런 생산적인 성향은 연구 참가자들의 사회적 관계나 행복감보다 더 중요했다.

결론을 종합해 보면 나이 든 참가자 중에 가장 오래 산 사람들은 가장 행복하거나 가장 느긋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제일 오래 살았다. 생산성이 높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심지어 노년에도 덜 생산적인 동년배들보다 더 즐겁고 건강하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었다.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하는 사람들과 생산성이 높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긋하고 나태한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했다.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은 가슴속에 커다란 고래를 키운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보다 더 치욕적인 궁형을 당하면서까지 살 까닭이 없었다. 당시 법률 규정에 따르면 사형은 50만 전으로 사면 받거나 궁형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가난한 사마천은 <사기>를 집필하려고 궁형이란 치욕을 선택했다. 사마천에게 [사기] 마무리 작업은 고래였다.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았다면 치욕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천이 품은 고래 덕분에 <사기>는 많은 사람 마음속에 고래를 넣어주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정환 #고래 #정호승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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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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