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3 07:15최종 업데이트 24.05.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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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혜


최근 어처구니없는 것을 넘어서서 '경악'을 하게 만드는 언론보도를 봤다. 지난 4월 30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유시춘 EBS 이사장의 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서 EBS를 압수수색했다는 뉴스였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해 6월 이후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가 진행해 온 검찰 예산 검증에서 자주 등장한 곳이기 때문이다.


고양지청은 특수활동비를 엉터리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유용한 혐의까지 있는 곳이다. 그런데 자신들은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쓰면서 다른 기관의 업무추진비는 탈탈 털겠다는 것이니, '검로남불'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수활동비 차장-부장 검사들 나눠먹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 연합뉴스

 
고양지청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난해 6월 23일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자료가 공개되면서, 전국 일선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자료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고양지청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면서 집행명목은 가리고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고양지청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 자료를 일부 판독해 냈다. 검은색으로 가린 부분 중에 일부 판독이 가능한 건들이 있었던 것이다.

<뉴스타파>가 판독해 낸 건수는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761건에 달했는데, 그 중에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에 썼다고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막연하게 "수사활동 지원", "수사업무 지원"이라고 적힌 지출 건이 60.8%에 달했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집행명목을 적어 놓은 것 자체가 감사원 지침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사원 계산증명지침>에서는 집행용확인서에 지급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더 심각한 경우들도 많았다. 지청장이 이임을 사흘 앞두고 일요일에 15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집행한 경우가 있었다. 이임을 앞둔 지청장이 갑자기 직접 기밀수사를 했을 리도 없으므로, 특수활동비 용도에 맞는 지출이라고 볼 수 없는 사례였다.

부서별 나눠먹기식 집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4명에게 각각 100만 원씩 나눠주는 식으로 집행한 것이다. 특정한 기밀사건 수사를 위해 특수활동비가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나눠먹기 식으로 집행한 것도 지침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사용해야 하고,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연말에 몰아쓴 경우도 있었다. 2018년에는 고양지청의 연간 특수활동비 총액 5176만 4천원 중 44.4%가 11월, 12월에 집행되었다. 2020년에는 39.5%, 2021년에는 40.9%를 11월과 12월에 사용했다.

2017년 12월 26일에는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가 지출됐는데, 200만 원씩 2건, 100만 원씩 4건으로 총 800만 원이 집행되었다. 그리고 12월 28일에도 한 명에게 300만 원을 집행했다. 지청단위에서 연말 3일 동안 무려 11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연말에 이렇게 특수활동비를 몰아 썼을까?

그 외에 격려금과 포상금 명목으로 임의로 사용한 사례들도 있었다. 모두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용도였다.

수사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 회식비로 유용

그리고 고양지청에서는 특정업무경비를 수사활동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회식비 등으로 유용한 사례도 발견됐다. 특정업무경비는 특수활동비와는 별개의 예산항목으로 기밀성이 없거나 약한 수사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예산항목이다. 그런데 이를 회식비로 사용한 것은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등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기획재정부 지침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업무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죄도 성립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고양지청이 공개한 2023년 2월 7일 업무추진비 / 특정업무경비 카드영수증 ⓒ 하승수

 
대표적으로 2023년 2월 7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음식점에서 '전입 검사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이날 지청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장어 특대 10만 원짜리 4개(40만 원), 쏘가리 매운탕 10만 원짜리 3개(30만 원), '장어 특 한 마리'(5만 원) 추가, 소주와 맥주 13병을 먹고 마셨다. 총 회식비는 85만 2천 원이었다. 그런데 카드 결제를 두 번에 나눠서 했다. 한 번은 지청장 업무추진비로 45만 2천 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40만 원은 특정업무경비에서 지출한 걸로 처리한 것이다. 

이렇게 비싼 회식을 하고 나서, 쪼개기 결제를 하면서, 일부를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것이 금지된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회식비로 사용한 부분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검로남불 행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처럼 특수활동비를 지침에 맞지 않게 오·남용하고, 수사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유용한 고양지청이 EBS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문제로 압수수색까지 하는 것을 보니,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검로남불(검찰이 하면 문제가 안 되고, 남이 하면 문제다)'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검로남불'이 고양지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득권 검사들은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쓰고,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서 사용해 왔다. 그러면서 다른 기관·개인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남발해 왔다. 그 정점에 있는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야당들은 이런 검로남불 행태에 대해 국정조사, 특별검사같은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이것은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22대 국회에서는 야당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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