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힘

교육장편소설 <그 집의 기억>38

등록 2002.08.01 08:50수정 2002.08.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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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조회 시간, 이것저것 부장들의 전달이 끝나자 교감이 마이크를 잡는다. 출근 시간 좀 지켜라, 퇴근도 오 분이라도 일찍 하면 안 된다, 특히 수업 시간에 종 치면 제 때 좀 교실로 들어가라, 수업도 충실히 해주면 좋겠다 그런 잔소리를 한동안 늘어놓는다.

그 모든 잔소리에 다 해당되는 말뚝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하니 새끼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교감도 말뚝이가 수업 시간에 으레 늦는 걸 알면서 직접 대놓고는 한 마디도 못한다. 아예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저 소 닭 보듯 한다. 그러면서 다른 선생들에게만 대놓고, 그것도 공개적으로 잔소리다.

그런 걸 아니 픽픽 웃는 선생도 있고, 듣는 둥 마는 둥 교재를 뒤적이거나 신문을 펼쳐놓고 보기도 한다.
그때 갑자기 교감이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를 지른다.
"학교가 무슨 힘으로 움직이는 줄 압니까?"

난데없는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들고 교감을 쳐다본다. 그러자 교감이 마치 아무도 모르는 것을 선심 써서 가르쳐주는 것처럼 목청을 깔아 내뱉는다.
"학교는 종소리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종이 치면 종에 따라 행동하십시오."
그리고는 다짐하듯 다시 덧붙인다.
"학교를 움직이는 힘은 종소리!"

그때 일 교시 시작종이 울린다. 그러자 한 선생이 의자를 밀고 일어서며 중얼거린다.
"나를 움직이는 건 종소리의 힘. 수업 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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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장다리꽃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랑은>, <천년 전 같은 하루>, <꽃,꽃잎>, <물골, 그 집>, <람풍>등의 시집과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 <꽃비> , <무지개 너머 1,230마일> 등의 소설, 여행기 <구름의 성, 운남>,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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