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000m 산에 웬 염전?

[페루 이야기②] 잉카시대의 염전을 다녀오다

등록 2004.10.23 03:49수정 2004.10.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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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제국은 지금까지도 페루 전역에 셀 수 없이 많은 석조건축물과 유적지를 남겼다. 하지만 쿠스코 근교에는 어떤 거대한 유적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이 있다. 그것은 해발 3000m 산속에 자리 잡은 염전 살리나스(Salinas).

'아니, 산속에 염전이 있다고?'


쿠스코 시내를 둘러보던 중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곧바로 살리나스가 있는 마을로 간다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과 함께 펼쳐진 끝없는 밀밭이 있는 마을 정류장에 버스가 정지한다. 이곳이 산속의 염전 살리나스가 있다는 마라스(Maras) 마을.

a 마라스 마을 정류장에서 바라본 만년설과 밀밭

마라스 마을 정류장에서 바라본 만년설과 밀밭 ⓒ 배한수

버스에서 내려 한창 주위 전경에 빠져있다 보니 허름한 자가용 택시를 모는 기사 아저씨가 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구불거리는 길을 15분여 올라가 산 귀퉁이를 돌자 눈 앞에 정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백두산보다도 높은 그 곳에 각양 각색의 계단식 염전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다.

a 산 정상에서 바라본 살리나스 염전

산 정상에서 바라본 살리나스 염전 ⓒ 배한수

택시에서 내려 황급히 염전이 있는 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진짜 소금이 맞을까?'하는 상상을 하며 염전에 있는 소금 한 톨을 집어 맛을 보니 평소에 먹던 진짜 소금이었다.

a 물을 막아놓은 흙담에 소금 덩어리가 붙어있는 모습

물을 막아놓은 흙담에 소금 덩어리가 붙어있는 모습 ⓒ 배한수

예로부터 소금은 물과 더불어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고대에는 금과도 맞바꿀 정도로 그 가치가 대단했다. 하지만 잉카인들은 이곳 살리나스 염전에서 충분한 소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바다와 멀리 떨어진 해발 3000이상 고지대에 살면서도 소금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a 가지런히 정돈된 염전의 모습

가지런히 정돈된 염전의 모습 ⓒ 배한수

이 거대한 염전이 산속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암염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 이 곳의 지질 특성에서 비롯됐다. 만년설이 뒤덮인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가 이 곳 암염지대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레 바닷물과 같은 염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a 염전의 원류가 되는 소금물 줄기

염전의 원류가 되는 소금물 줄기 ⓒ 배한수

잉카인들은 참 현명하게도 자연스레 생긴 소금 물줄기를 한곳으로 모아 계단식으로 물을 가두어 이 좁은 V자형 협곡에 수 백 개에 이르는 염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현명함은 고산지대라는 불리함을 딛고 잉카제국이 번영할 수 있는 부를 만들어냈다.

a 계단식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살리나스

계단식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살리나스 ⓒ 배한수

이 곳에서는 아직도 잉카시대와 똑같은 방법을 이용해 소금을 채취하고 있다. 지금은 소금 채취와 더불어 관광 명소로까지 각광받고 있다.


만년설이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인 좁은 협곡에서 한낮의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잉카 시대의 염전을 구경하는 것. 참 숨이 막힐 정도로 귀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a 태양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살리나스 염전

태양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살리나스 염전 ⓒ 배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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