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돌기둥을 정말 사람이 세웠을까?"

[룩소르에서 다마스커스까지7] 카르낙대신전

등록 2007.02.13 11:48수정 2007.02.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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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맛있게 드셨습니까? 이제 카르낙신전으로 출발하겠습니다."

현지가이드 이 선생이 다음 코스로의 출발을 알린다. 카르낙대신전(GREAT KARNAK TEMPLE)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관들이 이 신전을 찾았다가 "아차! 우리가 실수했구나" 하고 탄식했다는 일화가 있는 바로 그 신전이다.


a 스스로 신이 되기를 원했던 신전 안의 파라오 신상

스스로 신이 되기를 원했던 신전 안의 파라오 신상 ⓒ 이승철

우리들이 타고 간 버스가 신전이 있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버스와 승용차들이 넓은 주차장에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기념품 가게들이 정말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서 있었다.

@BRI@여기저기 무너지고 깨진 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거대한 유적 입구에는 또, 정말 초라한 매표소가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어느 작은 산 입구에 있는 산불감시초소보다도 작고 비좁은 간이박스가 그 유명한 카르낙신전의 매표소였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변변한 출입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밧줄을 둘러놓은 경계 표시가 되어 있을 뿐이다. 출입구래야 판자 쪽 몇 개를 이어붙인 문이었다.

그 안쪽은 양쪽으로 양(羊)의 머리를 한 상당히 커다란 스핑크스들이 신전입구까지 늘어서 있는 참배의 길이다. 그러나 스핑크스들은 역시 대부분 깨지고 부셔진 모습들이다. 그 길을 지나 제1탑문 안으로 들어서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돌기둥들이 사람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a 거대한 기둥사이에 있는 이 신상은 아래부분이 훼손당한 모습이다

거대한 기둥사이에 있는 이 신상은 아래부분이 훼손당한 모습이다 ⓒ 이승철


a 카르낙대신전 입구풍경

카르낙대신전 입구풍경 ⓒ 이승철

이 돌기둥들은 높이가 23m와 15m, 두 종류의 큰 기둥들로 세워져 있었는데 그 수가 무려 134개나 된다고 한다. 기둥의 굵기도 대단해서 우리 일행들 몇 명이 손을 마주잡고 빙 둘러서서 재어볼 만큼 매우 굵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대열주실이라고도 부르는데 당시의 화려하고 거대했던 신전의 위용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신전은 태양신인 아몬(Amun)신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무트(Mut)신전, 그리고 몬투(Montu)신전과 콘수(Khonsu)신전 등 룩소르의 수호신들을 모두 모아놓은 신전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이 들어선 제1탑문 안쪽의 신전은 바로 태양신 아몬의 신전이었다.


"그리고 저 안으로 들어가면 규모는 이 신전보다 작지만 투트모스3세의 신전과 아멘호텝2세와 3세, 람세스3세의 신전도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서로 팔을 벌려 돌기둥의 굵기를 재어본 일행들은 너무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와! 이 거대한 기둥들을 그때 사람들의 손으로 세웠다고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지금처럼 중장비가 있었을 리도 없고, 저 커다란 돌기둥을 어떻게 세웠을까? 도저히 상상이 안 되네."

높이가 23m라지만 하늘로 치솟은 기둥들의 위용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석회석을 둥글게 깎아 층층이 쌓아 올린 기둥은 그 하나하나의 무게만 해도 몇 톤씩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a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돌기둥들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돌기둥들 ⓒ 이승철


a 오벨리스크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

오벨리스크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 ⓒ 이승철

또 그 기둥들에는 그림까지 새겨져 있었다. 저 엄청난 무게의 기둥들을 쌓아올리고 그림까지 새겨놓다니 바로 앞에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저 기둥들을 쌓아 올린 방법은 주변을 흙이나 모래를 쌓아 올려 그 위로 끌어 올렸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흙이나 모래를 쌓아올려서 그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 바로 그 방법 외에는 따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신전의 건축 시기는 고대 이집트 중왕국 시대의 제 12왕조(BC 20세기)때부터 시작하여 프톨레미(Ptolemies) 왕조(BC 1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2천년에 걸쳐 건축되었으나, 기본 구조는 제1탑문(Pylon)이 축조된 제 25왕조(BC 7세기)때 완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전 안 이곳저곳에서 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가이드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언어도 각각 다르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들을 뒤로 하고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 나타난 신전은 방향이 다르다.

제1탑문으로 들어오는 아몬신전은 동서로 배치되어 있었으나 다른 신전들은 남북으로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신전의 전체 규모는 남북으로 2km, 동서로 500m에서 600m 정도 크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신전에서 나일강변에 있는 룩소르신전까지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뚜렷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a 윗부분은 파손되었지만 다리만 남은 모습도 대단한 위용입니다

윗부분은 파손되었지만 다리만 남은 모습도 대단한 위용입니다 ⓒ 이승철

a 파괴된 신전뜰에서 자란 대추야자나무가 세월의 무상을 말해 주는 듯

파괴된 신전뜰에서 자란 대추야자나무가 세월의 무상을 말해 주는 듯 ⓒ 이승철

가이드 이선생의 설명을 듣고 나서 주변의 신전들을 촬영하느라 한 눈을 파는 사이 일행들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먼 곳으로 떠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당황스럽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일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신전을 관람하기로 약속된 시간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한 곳에 이르니 높직하게 세워진 두 개의 오벨리스크가 눈길을 끈다.

이 오벨리스크가 바로 후궁에게서 낳은 아들의 왕위를 20여 년간이나 빼앗아 차지했었던 핫셉수트여왕과 계모에게 왕좌를 빼앗기고 전전긍긍했던 투트모스3세의 오벨리스크였다. 두 정적이 날카롭게 맞섰던 정치상황처럼 오벨리스크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신전은 대부분 무너지고 깨어진 모습이 여간 처참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 신전은 고대이집트 시대 이후 알렉산더대왕에게 정복당하고 로마에게 지배당하면서 그리스정교회와 이슬람 사원 등으로 사용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 길고 긴 역사만큼 많은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변화의 시기마다 신전은 훼손되고 또 몇 번의 지진까지 견디며 저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오늘에 이른 것이다. 혼자서 돌아보는 신전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웅장했다.

a 남북방향으로 들어 앉은 신전의 또 다른 모습

남북방향으로 들어 앉은 신전의 또 다른 모습 ⓒ 이승철


a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과 성스러운 호수가 보이는 풍경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과 성스러운 호수가 보이는 풍경 ⓒ 이승철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바깥쪽으로 나가니 일행들이 몰려 있었다. 맑은 물이 고여 있는 호숫가였다.

"이 호수는 본래 지성소 남쪽에 있었던 것으로 제사장들이 종교의식을 행하기 전에 정갈하게 목욕을 하던 곳이어서 '성스러운 호수'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물빛은 지금도 맑고 고왔다.

"그리고 이 신전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심사관들이 찾아와서 살펴보았는데, 그때는 이미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세계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뒤여서 1호가 아닌 2호로 지정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가이드 이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호숫가를 걸어 나오는데 서양 사람들 몇 명이 웬 돌기둥 주변을 걸어서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돌기둥 위를 살펴보니 두꺼비 같기도 하고 풍뎅이 같은 모습의 커다란 돌조각품 하나가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아! 저거요, 저 위의 조각이 딱정벌레인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신성시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랍니다. 저것도 일종의 신이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저 주변을 돌며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이루어준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아하! 그랬었구나. 그래서 저 서양 사람들이 저렇게 부지런히 걸어서 돌고 있는 것이었구나. 도대체 무슨 소원을 비는 것일까?

"한 번 몇 바퀴 돌면서 빌어보세요, 혹시 예쁜 애인이라도 생기게 해달라고 빌어보시던가, 하하하."

풍뎅이 돌조각상 주변을 도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며 모두들 한 바탕 웃음으로 여행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a 저 풍뎅이 돌조각상도 신이었을까?

저 풍뎅이 돌조각상도 신이었을까? ⓒ 이승철

현존하는 세계최대의 신전이라는 이 카르낙대신전에서는 매일 밤, 빛과 소리의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 축제는 오래전부터 카이로 기자의 피라미드 축제와 라이벌이었다. 1시간 30분간 벌어지는 공연은 고대이집트의 수도 테베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한다. 이 도시 룩소르가 바로 옛 수도 테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들의 일정은 이 신전의 야간공연을 볼 수가 없었다. 밤에는 야간열차를 타고 카이로를 향하여 달리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코스는 룩소르 신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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