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8)

― ‘각자의 선택’, ‘각자의 길’ 다듬기

등록 2008.07.25 20:19수정 2008.07.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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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각자의 선택을

 

.. 해답은 없고 역시 각자의 선택을 존중할 뿐이다 ..  《김유미-내 안의 야생공원》(신구문화사,1999) 73쪽

 

‘해답(解答)’은 ‘풀이법’으로 다듬고 ‘역시(亦是)’는 ‘어쩔 수 없이’나 ‘자연스레’로 다듬습니다. ‘선택(選擇)을’은 ‘고른 길을’이나 ‘고른 일을’로 손질하고, ‘존중(尊重)’은 ‘섬길’이나 ‘높이 살’로 손질해 줍니다.

 

 ┌ 각자의 선택을

 │

 │→ 저마다 무엇을 하는가를

 │→ 자기가 고른 길을

 │→ 자기가 고른 일을

 └ …

 

좋은 길이든 궂은 길이든, 스스로 달게 껴안으면서 나아가야지요. 때에 따라서는 좋은 길로 갈 수 있지만, 궂은 길에 빠져서 애먹을 수 있습니다. 좋은 길로 간다고 해서 늘 넉넉하고 푸근하지는 않습니다. 궂은 길로 빠진 만큼 세상을 더욱 넓고 깊이 돌아보는 매무새를 얻을 수 있어요.

 

보기글은 통째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풀이법은 없다. 자기가 하고픈 일을 받아들여 줄 뿐이다”처럼. 또는 “풀이법은 없고, 자기가 하려는 대로 받아들일 뿐이다”처럼.

 

ㄴ. 각자의 길

 

.. “안 오려나 봐.” “오면 뭐하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지.” ..  《김수정-소금자 블루스 (1)》(서울문화사,1990) 109쪽

 

대중노래 가운데 “각자의 길”이 있습니다. 요 여러 달 사이 노래방에 가 보지 않아 듣지 못합니다만, 또래 동무나 후배하고 노래방에 갈 때면,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으레 있었습니다. 옆에서 신나게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이름을 이렇게 붙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왜 “각자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겹칩니다.

 

 ┌ 각자의 길을 가야지

 │

 │→ 자기 길을 가야지

 │→ 제 갈 길을 가야지

 │→ 서로 갈 길을 가야지

 └ …

 

문득 궁금해서 인터넷 찾아보기창에 “각자의 길”을 넣어 봅니다. “권영길, 심상정·노회찬 ‘각자의 길’”이라는 기사가 보이고, “이인제 민주당 의원, 노 후보와 나는 갈 길이 다른 사람, 서로 각자의 길 가면 된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만화영화 <아즈망가 대왕>에 나오는 노래에도 “각자의 길”이 보이고, 만화나 연속극에서도 한 대목씩 나누어 보여주는 이야기에서 이 말을 넣기도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각자의 길”이라는 말은 거의 관용구처럼 쓰는 말이 아닐까 싶군요.

 

 ┌ 자기 길

 ├ 다른 길

 ├ 나뉘어진 길

 ├ 가고 싶은 길

 ├ 따로따로 걷는 길

 └ …

 

국어사전에서 ‘각자(各者)’라는 낱말을 찾아보는 분이 있을까 싶은데, ‘각자’란 “각각의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각각(各各)’이란 무엇이냐? ‘따로따로’나 ‘저마다’로 고쳐서 써야 할 말입니다. 국어사전 뜻풀이를 보면 ‘각자’는 순화대상 낱말입니다. 그러면, 국어사전에 적힌 ‘각자’ 뜻풀이도 잘못된 셈일 테지요. 순화대상 낱말인 ‘각각’을 써서 다른 낱말을 풀이하면 앞뒤가 어긋나잖아요.

 

 ┌ 각각의 자기 자신 (x)

 └ 따로따로인 자기 자신 (o)

 

 “각자의 길을 가야지” 하고 말했다면, “각각의 자기 자신의 길을 가야지”, 또는 “따로따로인 자기 자신이 갈 길을 가야지”를 뜻합니다. 나와 다른 네가 따로 걷는 길이며, 너와 다른 내가 따로 걷는 길입니다. 저마다 자기 걷고 싶은 대로 걷는 길입니다.

 

 이리하여, “자기 길을 걷다”를 “각자의 길을 걷다”라고도 말한 셈이며, “서로 다른 길을 걷다”를 “각자의 길을 걷다”라 말한 셈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25 20:1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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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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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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