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43) 심하다甚 2

[우리 말에 마음쓰기 400] ‘심한 경쟁’, ‘부족이 심해짐’, ‘반대가 심할’ 다듬기

등록 2008.08.11 12:40수정 2008.08.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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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심한 경쟁을 치러야

 

.. 또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와의 전쟁은 물론 자동차에 제공되는 정부지원과도 갈수록 심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 ..  《케이티 엘버트/박웅희 옮김-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돌베개,2004) 52쪽

 

 ‘급격(急激)히’는 ‘빠르게’나 ‘갑작스레’로 다듬고, “자동차와의 전쟁(戰爭)은 물론(勿論)”은 “자동차끼리 부대끼는 싸움을 비롯해서”로 다듬습니다. ‘제공(提供)되는’은 ‘주어지는’으로 손봅니다.

 

 ┌ 심(甚)하다 : 정도가 지나치다

 │  -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다 / 이번 일은 네가 심했어 /

 │    개구쟁이가 장난이 심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매를 맞았다

 │

 ├ 심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

 │→ 모진 경쟁을 치러야 했다

 │→ 힘들게 싸워야 했다

 │→ 피튀기게 다퉈야 했다

 └ …

 

 리영희 님이 쓴 《역정》이라는 책을 읽으면,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대에서 장교로 일하던 사람들끼리도 변변히 마련된 밥이 없어서 밥그릇에 밥알이 쌓이는 높이로 다투고 국에 건더기 하나라도 더 들어갔나 하며 눈을 부라렸다고 합니다. 싸워야 할 때에는 싸워야 한다지만, 자기 밥그릇을 더 채워야 한다면서 치고 박고 해야 한다면 몹시 슬픕니다. 없으면 없는 만큼 나누면서 살기가 그렇게도 힘이 드는 일일까요.

 

 ┌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다 → 비바람이 몹시 몰아치다

 ├ 이번 일은 네가 심했어 → 이번 일은 네가 너무했어

 └ 장난이 심하다는 이유로 → 장난이 짓궂다고 해서

 

 콩 한 알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은 아주 흘러간 옛날 이야기인가 싶습니다. 내 배가 고프듯 남 배도 고프고, 남 배도 고프니 내 배도 고프기에, 조금씩 더 나누고 쪼개면 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데.

 

 

ㄴ. 노동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 더구나 일본의 노동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혹은 강제로 일본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  《신숙옥-재일조선인의 가슴속》(십년후,2003) 22쪽

 

 “일본의 노동력(勞動力) 부족(不足)”은 “일본에 일할 사람이 모자람”으로 손봅니다. “경제적(經濟的)인 이유(理由)로”는 “돈을 벌려고”나 “돈을 벌어야 하므로”로 다듬습니다. ‘혹(或)은’은 ‘또는’으로 손질하고, ‘강제(强制)로’는 ‘붙잡혀서’나 ‘끌려가듯’이나 ‘등떠밀려’로 손질하며, ‘이주(移住)하여’는 ‘옮겨’로 손질해 줍니다.

 

 ┌ 일본의 노동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

 │→ 일본에 일할 사람이 모자라게 되면서

 │→ 일본은 일손이 크게 딸리게 되면서

 │→ 일본은 더 많은 일손을 바라게 되면서

 └ …

 

 지난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 백성은 땅과 곡식과 일터를 모두 잃고 사람도 빼앗겼습니다. 이와 달리 식민지로 억누르는 일본은 더 많은 나라로 제국주의 손길을 뻗치면서 ‘일손이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한국땅에서는 그예 굶어죽을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느낀 사람들이 하나둘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싫어도 굶어죽을 수 없고, 고달파도 입에 풀칠이라도 하자면서 건너갑니다. 때로는 가기 싫어도 억지로 붙잡혀서 건너갑니다. 그리고 이들은 고향나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일본에 남아서 재일조선인이 됩니다.

 

 

ㄷ. 반대가 심할 줄은

 

.. “이렇게 반대가 심할 줄은 몰랐는데.” ..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우리가족 시골로 간다》(양철북,2004) 12쪽

 

 ‘반대(反對)’와 ‘찬성(贊成)’ 같은 한자말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적잖은 자리에서는 그대로 쓸 때가 나아 보입니다. 그러나 ‘좋다’와 ‘싫다’로 다듬어낼 자리가 있고, ‘반갑다’와 ‘안 반갑다’로 다듬을 자리가 있으며, ‘받아들인다’와 ‘거스른다/손사래친다’로 다듬을 자리가 있기도 합니다.

 

 ┌ 반대가 심할 줄 몰랐어

 │

 │→ 반대가 클 줄 몰랐어

 │→ 크게 반대할 줄 몰랐어

 └ …

 

 한자말 ‘반대’를 살리면서 “반대가 클 줄”로 손질해 봅니다. 더도 덜도 말고 이만큼이라도 손질할 수 있어도 고맙습니다.

 

 ┌ 이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는데

 ├ 이렇게 손사래칠 줄은 몰랐는데

 ├ 이렇게 안 가겠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 이렇게 못마땅해 할 줄은 몰랐는데

 └ …

 

 여기에서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는데”로 다시 한 번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못마땅해 할 줄은 몰랐는데”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반기지 않’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어떠한가를 찬찬히 풀어내 주면 저마다 다 다른 말씨와 말투로 손질할 수 있어요.

 

 말뜻은 말뜻대로 살리고, 느낌은 느낌대로 북돋우며, 말씨는 말씨대로 가다듬는 가운데, 우리 말 문화는 우리 말 문화대로 가꾸는 셈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11 12:40ⓒ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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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한자 #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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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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