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자와 여배우의 죽음... 대체 무슨 일이?

[리뷰] 마이클 코넬리가 쓴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등록 2012.01.30 09:32수정 2012.01.30 09:32
0
원고료로 응원
a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겉표지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겉표지 ⓒ 랜덤하우스

마이클 코넬리의 2001년 작품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7번째 편이다. 이 작품의 제목을 직역하면 '밤보다 짙은 어둠'이 된다.

제목처럼 작품에는 어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작품에 등장하는 전직 FBI 심리분석관 테리 매케일렙에게 어둠은 바로 범죄의 세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뒤로하고 연쇄살인범과 사이코패스들을 상대하러 들어가는 탐험과 모험의 과정이다.


주인공 해리 보슈에게 어둠은 땅굴 속이다. 보슈는 과거에 베트남전쟁에 파병돼 땅굴 속을 헤멘 적이 있었다. 그 아래 땅 속, 거기가 바로 어둠이다. 어떤 때는 얼굴 앞에 10c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자기 손도 안 보일 지경이다.

땅굴 속 어디선가 빛이 흘러 나올 때도 있었다. 보슈와 동료들은 그 빛을 '길 잃은 빛'이라고 불렀다. 빛이 길을 잃었는데, 자신들이 그걸 찾아냈다는 것이다.

어둠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어둠을 자꾸 상대하다보면 자신도 그 어둠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사이코 연쇄살인범을 상대하다보면, 몇 년동안 땅굴 속을 헤메다보면 당사자의 정신상태도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기묘하게 꾸며진 살인현장

FBI에서 은퇴한 테리 매케일렙은 어느날 예전 동료의 방문을 받는다. 손발이 철사로 묶인채 살해당한 부랑자가 있는데, 현장을 찍은 비디오와 관련 자료를 좀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테리는 아내의 반대에도 협조에 응하고, 살해현장에서 다른 형사들이 눈여겨 보지 않던 올빼미상에 주목한다.


동시에 피살자의 머리에서 떼어낸 테이프에 '조심하라, 조심하라, 하나님이 보신다'라고 적힌 라틴어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살인사건에서 종교적인 의미가 발견되면 많은 것이 바뀐다. 하나님의 일은 결코 끝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신의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라면 좀처럼 살인행진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시각, LA 경찰청 강력반 형사 해리 보슈는 다른 사건의 검사 측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 중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스토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스토리는 미모의 젊은 여배우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자신은 그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스토리 사건에는 권력, 돈, 명성, 섹스 등이 덧붙여졌기 때문에 언론은 최고의 관심을 보이며 달려들었다. 만일 검사 측이 승리를 거두면 보슈의 명성도 높아지겠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보슈는 파멸할 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스토리는 그 정도의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한편, 테리 매케일렙은 부랑자 살해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이 사건에 해리 보슈가 묘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슈와 테리는 오래전에 한 사건을 같이 수사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인정한 경험이 있던 사이. 보슈는 이제 두 개의 사건에 얽히는 신세가 된다. 여배우와 부랑자, 전혀 다른 두 살인사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테리 매케일렙과 해리 보슈의 재회

일반적으로 올빼미는 지혜와 진실의 상징이고, 지식을 의미한다. 올빼미는 어둠을 꿰뚫어보는 존재다. 하지만 중세 때만 하더라도 올빼미는 악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예술작품에서 올빼미는 파멸, 악마, 이단, 어리석음, 죽음과 불행으로 묘사됐다. 동시에 인간의 영혼이 겪는 고통을 뜻하기도 한다.

테리 매케일렙은 이런 올빼미와 형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올빼미와 형사 모두 밤의 동물들이고, 지켜보면서 사냥하는 자이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가하는 사악함을 가장 먼저 바라보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사악해질지 모른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테리는 보슈에게 "자넨 이미 완전히 타락한거야"라고 말한다. 보슈도 그 사실을 나름대로 인정한다. 오랫동안 괴물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신도 괴물로 변해버렸는지 모른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본다. 이 표현이 진부해진 이유는 그 이야기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그 어둠도 우리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몫을 가져간다. 그래도 계속 어둠에 끌리는 것을 보면, 그 세계가 그만큼 치명적이면서도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마이클 코넬리 지음 |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 | 2011.12 | 1만4000원)


덧붙이는 글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마이클 코넬리 지음 |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 | 2011.12 | 1만4000원)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


#마이클 코넬리 #해리 보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