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고급차일까, 비싼차일까

[오마이뷰] 기아차 야심작 K9 타보니

등록 2012.05.24 08:23수정 2012.05.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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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의 K9. 주행 성능부터 각종 첨단장치 등 국내 대형차 가운데 손꼽힐만 하다. 값은 3.3모델의 5290만원부터 3.8모델의 8640만원까지 있다. 차값만 따지면 웬만한 고급 수입차를 넘볼 정도다. 과연 기아차쪽 기대만큼, BMW 등을 찾는 소비자를 뺏어올수 있을까. 2-3개월후면 시장의 성적표가 나온다.

기아차의 K9. 주행 성능부터 각종 첨단장치 등 국내 대형차 가운데 손꼽힐만 하다. 값은 3.3모델의 5290만원부터 3.8모델의 8640만원까지 있다. 차값만 따지면 웬만한 고급 수입차를 넘볼 정도다. 과연 기아차쪽 기대만큼, BMW 등을 찾는 소비자를 뺏어올수 있을까. 2-3개월후면 시장의 성적표가 나온다. ⓒ 김종철


[기사 수정 : 24일 오전 9시 15분]

고급 차일까, 비싼 차일까.

솔직히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기아자동차의 K9이다. K9은 기아차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차다. 정말이다. 차를 보면, 알 수 있다. 직접 타봐도 그렇다. 그만큼 자부심도 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고급 차니까,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기아차 사람들에게 K9은 고급 차다.

그럴만하다. 기자가 탔던 3.8리터 프레지던트 모델은 8640만 원이다. 세금 등 포함하면 9000만원이 넘는다. 차값만큼 고급스러움도 묻어난다. 내부 마감재도 그렇고, 각종 첨단장치도 마찬가지다. 디자인도 제법 훌륭하다. 이 정도면 얼추 고급 차의 기계적(?) 조건을 갖췄다. 그리곤, 'K9이 고급 차인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선뜻 '그렇다'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왜 그럴까.

'우리 손으로 빚은 최고의 디자인'과 '표절' 사이

고급 차를 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꼽는 요소는 있다.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생명은 독창성이다. 자동차뿐 아니다. 내로라는 유명 제품들이 그렇다. 어디에 갖다놔도 '어, 이것은 무슨 브랜드지'라고 떠오른다. 흔히 고급차라는 독일의 벤츠, 비엠더블유(BMW), 아우디 등을 봐도 그렇다.

 K9의 외부 모습. 기아차의 첫 뒷바퀴굴림방식의 대형 세단으로 세련된 모습이다. 하지만 독일차 BMW 디자인의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K9의 외부 모습. 기아차의 첫 뒷바퀴굴림방식의 대형 세단으로 세련된 모습이다. 하지만 독일차 BMW 디자인의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오토다이어리 오종훈


K9 디자인은 제법 훌륭하다. 사진보다 실제 모습이 더 멋있다. 기자는 특히 옆모습이 맘에 든다. 뒷바퀴 굴림 방식을 갖는 다른 고급 세단들이 갖는 모습을 잘 뽑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을 진행한 윤문효 기아차 디자인 책임연구원은 "우리 손으로 빚은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평했다. <9(나인)>이라는 기아차 회원전용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또 "보는 순간 기아차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처리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표절' 논란은 여전하다. BMW(5시리즈 또는 GT)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모습의 그릴과 램프 위치와 모습, 옆면 라인과 뒷모습에 이르기까지…. 기아차는 그동안 '디자인 기아'를 외쳐왔다. 실제 K5를 비롯해, K7 등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K9은 '기아 디자인의 완성'이라는 내부 평가에도, 오히려 진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K9의 내부. 전반적인 모습은 단순하면서,정돈된 느낌이다. 국산차에선 처음으로 적용된 전자식 변속레버(이 역시 BMW와 유사하다)를 비롯해 각종 편의장치가 망라돼 있다.

K9의 내부. 전반적인 모습은 단순하면서,정돈된 느낌이다. 국산차에선 처음으로 적용된 전자식 변속레버(이 역시 BMW와 유사하다)를 비롯해 각종 편의장치가 망라돼 있다. ⓒ 오토다이어리 오종훈


K9 내부 역시 고급스럽다. 비싼 값어치를 했다는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값어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K9에선 그 정도는 아니다. 한 예로, 기자가 탔던 차의 좌석 가죽은 은나노 코팅처리까지 돼 있다. 이경실 기아차 칼라팀 팀장의 말을 빌리면, 음이온이 방출돼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장시간 운전에 피로감을 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운전자의 생체 리듬까지 체크하는 시스템도 있다.


분명 진일보한 K9의 기술들... 고급 차의 편의장치 모조리 넣어라?

또 운전석에 앉으면 각종 장치와 화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각종 첨단 기술도 들어가 있다. 운전자 앞 유리창에 차량 속도 등 각종 정보를 비춰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부터 운전 중 잘 보이지 않는 뒤쪽 차량을 알려주는 경보시스템, 주행통합제어시스템 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기아차 기술진이 기자들에게 BMW 7시리즈와 벤츠 최고급모델과 일일이 비교해가며 설명한 것들이다. 한마디로 K9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K9의 계기판. 12.3인치의 풀 컬러 TFT LCD 표시창이 들어가 있다. 이 역시 분명 전보다 나아졌다.

K9의 계기판. 12.3인치의 풀 컬러 TFT LCD 표시창이 들어가 있다. 이 역시 분명 전보다 나아졌다. ⓒ 오토다이어리 오종훈


분명 전보다 진일보했다. 실제 직접 운전해 보면 더 느낄 수 있다. HUD는 운전 중에도 충분히 쓸만했다. 글씨는 또렷했고, 각종 정보도 유용했다. BMW와 맞설만했다. 이를 위해 K9에는 특수필름이 적용된 벨기에산 특수유리가 장착됐다. 유리만 수입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잘 조립해야 한다. 1미리미터(㎜)의 오차만 있어도, 유리에 비치는 숫자와 글씨들이 이중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기술이다.

오히려 기자는 주행성능에 더 점수를 주고 싶었다. 강원도 양양 일대 고속도로와 국도, 시내 등에서 직접 몰아보고 든 느낌이다. 도로를 달리면서, 방향 표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운전석이 떨린다. 차선을 이탈했다는 경고였다. 직선 가속구간에서의 안정감도 좋았다. 승차감은 단단한 느낌에, 핸들링 역시 만족스러웠다.

일부 고속구간에선 시속 190킬로미터를 넘나들었다. 그럼에도 엔진회전수(RPM)는 3000선을 가리켰다. 아직도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차의 떨림도 거의 없었고, 정숙성도 뛰어났다. 솔직히 승차감이나 핸들링은 사람마다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함께 탔던 자동차 전문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방을 넘어선 '우리'만의 무엇이 필요하다

 기아자동차의 대형세단 K9. 세계적인 명차들을 뛰어넘겠다면서 내놓은 야심작이다. 디자인부터 성능, 편의장치에 이르기까지 한층 진보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비싼차'를 뛰어넘어 소비자들 누구나 인정하는 '고급차'가 되기 위해선 뭔가 2% 부족하다.

기아자동차의 대형세단 K9. 세계적인 명차들을 뛰어넘겠다면서 내놓은 야심작이다. 디자인부터 성능, 편의장치에 이르기까지 한층 진보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비싼차'를 뛰어넘어 소비자들 누구나 인정하는 '고급차'가 되기 위해선 뭔가 2% 부족하다. ⓒ 오토다이어리 오종훈


K9의 연비는 1리터당 10.3킬로미터다. 공인 연비다. 후륜구동의 대형 세단치고는 높은 편이라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기자가 이날 탔던 차의 경우는 이보다 낮은 7.8킬로미터(1리터당)였다. 물론 이 정도의 차를 타는 사람들이 연비를 얼마나 따지겠느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K9을 타려는 소비자가 40대~50대 초의 경제력 있는 전문직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 이들 소비층이 가장 값어치를 꼼꼼히 따지는 사람들이다.

차값은 5290만 원(3.3리터급)부터 시작한다. 기자가 탔던 차는 가장 비싼 8640만 원(3.8리터급)짜리다. 김창식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은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와 비슷한 성능과 장치에도 값은 이들보다 훨씬 적다"고 강조한다. 이들 차량들이 2억5000만 원 전후에 형성된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차값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한마디로 비싸다는 것이다. 기자가 탄 차만 해도 1억 원 정도(세금 포함) 값을 치러야 한다. 제대로 타려면 각종 옵션을 넣어야 하고, 7000만 원은 훌쩍 넘게 돼 있다. 회사입장에선 성능대비 값을 합리적으로 책정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이에 못 미친다.

자, 다시 돌아가자. K9은 분명 좋은 차다. 현대기아차 기술진이 오래 고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선뜻 '고급 차'에 방점을 찍기가 어렵다. 이유는 기아차만의 혁신과 기술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K9에 적용된 기술 대부분은 유럽 차들이 오래전에 적용했던 것들이다. 물론 이를 좀 더 발전시키는 것도 기술이긴 하다. 일부에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도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짱가'라는 아이디는 이렇게 적었다. "K9을 보고, 정말 독일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이젠 비교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주도하는 자동차 회사가 됐으면 합니다."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K9 #기아자동차 #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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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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