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가는 것, 그것이 곧 '출세' 아닌가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34] 出

등록 2015.06.03 14:35수정 2015.06.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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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出 날 출(出)은 움집(?) 형태의 거주지와 발바닥 지(止)가 결합된 형태로,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가다’는 것에서 의미가 생겨났다.

날 출(出)은 움집(?) 형태의 거주지와 발바닥 지(止)가 결합된 형태로,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가다’는 것에서 의미가 생겨났다. ⓒ 漢典


'출세(出世)'라는 말은 뜻이 많다. 태어나다는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다는 뜻뿐만 아니라 불가에서는 수도를 마치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의 출세든, 모든 출세는 쉽지가 않다.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다른 세계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계란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을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계란을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하여 그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줄탁동시(啐啄同時)해야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려 출세할 수 있다. 사회적 성공도, 불가의 출세도 여러 여건이 충분히 무르익어야 비로소 가능한 지난한 일일 것이다.

날 출(出, chū)은 갑골문에서 보듯 움집(凵) 형태의 거주지에서 발바닥의 상형인 지(止)가 결합된 형태로, 사람이 동굴 밖으로 발을 내딛어 밖으로 '나가다'는 것에서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동굴이라는 안전한 세계를 박차고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자, 또 새로운 기회의 세계를 만나는 위대한 도전일 것이다. 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동굴을 고집해서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도, 미래의 발전을 논할 수조차도 없다. 중국어에서 '전도, 발전성'을 나타내는 말인 '출식(出息)'도 나가서 번성하다는 의미로 이와 같은 이치가 담긴 걸로 보인다.

세상에 나서는 것에도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우선 비록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出淤泥而不染) 연꽃처럼 진흙의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하되, 너무 그 세계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또 "방비가 없는 곳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때에 공격하라(攻其無備, 出其不意)"고 세상에 나서는 전략적 시간과 공간에 대해 충고해주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노하우를 가지고 아무도 넘보지 않은 영역에,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서라는 의미로 읽힌다. 강태공처럼 바늘이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여건이 무르익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펼칠 때를 기다리는 것도 나름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쪽빛에서 나왔지만(靑出於藍) 쪽빛보다 더 푸른 청색이 되기 위해서는 원래 살던 동굴을 박차고 나오는, 자신의 색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색의 옷으로 자신을 재정립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동굴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출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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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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