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홈런왕 왕정치의 비밀이 밝혀지다

[한일시민기자교류]도쿄돔의 이모저모

06.12.25 12:27최종업데이트06.12.26 09:02
원고료로 응원
 도쿄돔의 야구기념관에는 일본 야구의 영웅 왕정치가 현역시절 진검 수련을 했다는 호치신문의 보도내용과 일본도가 전시돼 있다.
ⓒ 윤형권

왕정치(王貞治).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왕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1940년 5월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다.

신장 176㎝에 체중 85㎏의 체격. 1962년 시즌 38개의 홈런으로 일본 홈런왕에 오른다. 2년 후인 1964년 55개의 홈런을 쳐내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기록을 달성하며 그의 이름은 일본열도를 넘어 아시아에 알려진다. 1980년 통산 홈런 868개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현역 선수를 마감한다.

@BRI@왕정치가 홈런을 잘 때린 비결이 무엇일까? 지난 12월 16일 <오마이뉴스 한일시민기자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도쿄돔을 방문했는데, 방문 전 줄곧 이것이 궁금했다. 물론 축구든 야구든 스포츠 영웅들의 비결에 대해 '성실함', '연습벌레'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왕정치에겐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던 터다.

이런 궁금증은 도쿄돔의 '야구기념관'을 방문하면서 금방 풀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왕정치가 홈런을 잘 때린 비결은 바로 '진검수련(眞劍修鍊)'에 있었다.

일본의 스포츠 연예 전문 일간지인 <호치신문(報知新聞)>은 왕정치가 자이언츠의 아라카와 코치가 보는 앞에서 진검으로 종이를 베는 장면을 보도했는데, 이 자료와 함께 왕정치가 사용했던 일본도가 도쿄돔 야구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왕정치의 홈런 비결은 바로 진검 수련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자이언츠의 아라카와 코치가 보는 앞에서 일본도로 종이를 베고 있는 왕정치의 훈련장면을 호치신문이 보도했는데, 이 자료가 도쿄돔 야구기념관에 전시되 있다.
ⓒ 윤형권

그러면 왕정치의 독특한 훈련 방법인 칼로 종이를 베는 진검 수련이 야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진검 수련은 몸의 중심 잡기와 집중력 그리고 평상심 유지에 도움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 몸의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한데, 진검 수련으로 몸의 중심잡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야구방망이는 진검에 비해 공기의 저항이 크다. 따라서 야구방망이로 공을 쳐내는 것과 같은 스윙 궤도로 진검을 휘두른다면 공기의 저항이 아주 작은 진검이 훨씬 어려운 것은 자명인 이치다.

어려운 동작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게 트레이닝의 원리다. 따라서 칼로 종이를 베는 진검 수련이 중심잡기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또, 진검 수련은 고도의 집중력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키워 준다. 타자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때리려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가능하다.

상대의 예리한 칼끝이 바로 한 발짝 앞에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에 대한 집중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생사를 가른다는 것을 짐작할 터다. 이 때문에 검도 수련에서는 '평상심'이니 '부동심(不動心)'이니 하며 마음의 수련을 강조한다. 진검 결투는 '목숨'이 달린 문제고 야구는 '승패'가 달렸다는 차이일 뿐이지 상황은 마찬가지다.

진검 수련은 스윙 동작의 정확성과 부드러움에 도움

진검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결 중의 하나가 바로 스윙의 정확성이다. 야구방망이로 공을 때릴 때는 방망이의 한가운데를 맞히지 않더라도 안타가 가능하다. 하지만 칼로 물체를 벨 때 검선(劍線: 칼끝의 궤적)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그 물체를 일도양단(一刀兩斷) 할 수 없다. 따라서 진검으로 종이를 베는 연습으로 보다 정확한 스윙 궤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진검 수련으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은 부드러움이다. 야구방망이를 아주 세게 잡고 스윙을 하면 몸이 경직돼 제대로 공을 쳐낼 수 없다. 방망이를 잡은 손목이 부드러워야 어깨와 허리가 부드러워져 정확한 스윙 궤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칼로 종이를 베는 연습으로 손목과 어깨 그리고 허리의 부드러움을 향상시킬 수 있다.

허공에 매달아 놓은 종이 한 장을 칼로 베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단단한 쇠로 된 칼로 부드러운 종이를 베려면 손목은 물론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부드러움을 유지해야 제대로 벨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왕정치는 스윙의 부드러움과 정확성을 얻는다.

통산 홈런 868개, 일본 국민의 영웅인 왕정치의 홈런 비결은 진검 수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진검 수련만이 왕정치의 비결일까? 진검 수련은 왕정치의 독특한 훈련 방법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에서 나오는 성실함과 근면성이야말로 왕정치의 진짜 홈런 비결이 아닐까?

 도쿄돔 입구 모습
ⓒ 윤형권

 도쿄돔 내부의 모습. 외부 수리중에 돔 내부에서 스포츠용품 세일을 하고 있다.
ⓒ 윤형권

 도쿄돔안에 있는 야구기념관. 유명선수들이 현역시절 입었던 옷과 배트 등이 전시돼 있다.
ⓒ 윤형권

 야구기념관에 있는 '명예의 전당'. 야구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의 얼굴을 새긴 목판과 큰 야구공에 사인 한 것을 전시해 놓고 있다.
ⓒ 윤형권

 1897년 일본에 처음 야구가 들어 왔을 때 사용했던 야구장갑과 배트 등
ⓒ 윤형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연재

한일 친구 만들기

추천 연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