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행복한 밥상이 따로 있나?

[밥상평화] 텃밭 꽈리고추·고구마줄기, 자반고등어와 만나다

등록 2007.07.13 09:14수정 2007.07.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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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무공해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가 자반고등어와 만나 맛있는 반찬이 되었다.

무공해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가 자반고등어와 만나 맛있는 반찬이 되었다. ⓒ 전갑남

"여보, 자반고등어 있어? 저녁에 고구마줄기로 지져먹자!"
"나, 바쁜데. 내일 해먹으면 안돼?"
"만날 내일이야! 내가 다 준비할게, 당신은 맛만 내라구!"
"알았어. 꽈리고추도 넣으면 좋은데…."


아내는 이것저것 일을 도와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한다. 고구마줄기며 꽈리고추를 따서 손질까지 해달라는 것이다.

만날 뭐가 그리 바쁜지! 상담소 일을 집에 와서까지 하는 것을 보면 바쁘기는 바쁜가 보다. 내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맛난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이 시작할 수밖에!

아내는 컴퓨터 앞으로, 나는 텃밭으로.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 하늘이 무겁다. 고구마줄기와 꽈리고추를 후딱 따야겠다.

우리 텃밭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자반고등어

요즘 우리 밭엔 800여 주 고추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피망, 파프리카, 청양고추, 꽈리고추도 심었다. 특히, 꽈리고추는 일반고추보다 엄청 많이 달린다. 흙은 나의 땀방울을 알아주는가? 사나흘 전 숱하게 따서 멸치 졸임을 해서 먹었는데, 금세 주렁주렁 달렸다. 스물대여섯 주에서 꽤 많은 양을 땄다.


a 우리 텃밭의 꽈리고추. 일반고추와는 간격을 두고 심었다. 농약을 안 치고 가꾼다.

우리 텃밭의 꽈리고추. 일반고추와는 간격을 두고 심었다. 농약을 안 치고 가꾼다. ⓒ 전갑남

a 고랑을 완전히 덮고 있는 고구마밭. 여기서 무공해 고구마줄기를 따서 먹는다.

고랑을 완전히 덮고 있는 고구마밭. 여기서 무공해 고구마줄기를 따서 먹는다. ⓒ 전갑남

고구마줄기도 기세 좋게 뻗어나가고 있다. 100여 평 밭에서 고구마줄기가 고랑을 완전히 점령했다. 머지않아 토실토실한 밑이 들 것이다. 두어 주먹 줄기를 잽싸게 따는데 소나기가 쏟아진다.

"여보, 고구마줄기 벗기자!"
"당신이 먼저하고 있어. 금방 나갈게."


아내의 금방은 언제일지 모른다. 결국 고구마줄기는 나더러 벗기라는 속셈이다. 나는 TV를 보며 고구마줄기 껍질을 벗긴다.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를 밑에 깔고 자반고등어를 지져먹을 셈이다. 이렇게 지지면 자반고등어 맛도 맛이지만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는 토속의 맛을 낸다.

아내와 나는 자반고등어를 참 좋아한다. 짭짜름하고 부드러운 맛이 정갈하여 여느 생선보다 즐겨먹는다. 들기름을 발라 잠깐 구워먹기도 하고, 파, 마늘, 고춧가루 양념을 하여 물을 잘박하게 부어 쪄먹어도 괜찮다.

우리 텃밭에서 거둔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가 자반고등어와 어울려 맛난 반찬이 되리라.

꽈리고추와 고구마 줄기... 이런 게 좋은 음식재료

고구마줄기는 껍질을 벗겨야 부드럽다. 껍질을 벗기는데 뚝뚝 부러지며 아주 싱싱하다. 고구마줄기 벗기는 일이 상당히 번거롭다. 한참 지나 아내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꽈리고추 꼭지를 딴다.

a 손질한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

손질한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 ⓒ 전갑남

"당신, 꽈리고추 소독 안했지?"
"풋고추로 먹는데 약을 왜 쳐!"
"그럼, 꽈리고추는 무공해네!"
"고구마줄기는 아니고?"

손수 가꿔먹는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요즘 무공해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다. 아내도 농약 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풀밭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제초제는 안 된다고 고집한다. 그래서 우리는 호미를 들고 살 정도로 풀과 싸우고 있다. 밭 갈기 전에 돼지똥거름을 넉넉히 깔아 화학비료도 멀리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셈이다.

그런데 무공해를 고집할 수 없는 게 고추농사이다. 고추는 유달리 병치레가 심하다. 진딧물 같은 해충도 많고, 역병에 탄저병까지 각종 병에 시달린다. 한 번 병이 돌면 온 밭으로 번져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경우가 된다. 풋고추나 따먹을 셈이라면 몰라도 농약 안 치고 제대로 된 붉은 고추를 거두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지만 우린 꽈리고추에는 농약을 안 친다. 꽈리고추는 주로 풋고추로 먹기에 굳이 농약을 쳐야 할 필요가 없다. 아직 농약 한 방울 안 갔지만 건강하다.

고구마는 거름기 없는 땅에서도 잘 자란다. 거의 병치레를 하지 않는지라 농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고구마줄기 또한 청정 야채이다. 무공해 농사가 가능한 작물을 선택해 먹는 것도 지혜이다.

자반고등어가 무공해 꽈리고추와 고구마줄기가 만났으니 정말 행복한 저녁식사가 될 것 같다.

매콤한 꽈리고추, 달큼한 고구마줄기

a 자반고등어이다. 여름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생선이다.

자반고등어이다. 여름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생선이다. ⓒ 전갑남

아내가 반찬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인다. 냉장고에서 자반고등어를 꺼내 깨끗이 손질한다. 등 푸른 생선이 싱싱해 보인다.

이제부터는 야채 손질을 할 차례다. 우선 꽈리고추 배를 가른다. 꽈리고추는 배를 갈라야 매콤한 맛이 우러나온다. 금방 딴 것이라 뻣뻣하며 매운맛을 풍긴다. 꽈리고추는 쭈글쭈글 우습게 생겼어도 멸치와 함께 볶아먹으면 밑반찬으로 그만이다. 또 소고기나 돼지고기 장조림할 때 넣어도 좋다.

고구마줄기는 찬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물이 끓어오를 때 집어넣어 데친다. 너무 오래 삶으면 물러져 좋지 않다. 데친 고구마줄기를 찬물로 씻어낸다. 고구마줄기는 영양가는 별로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a 삶은 고구마줄기와 배를 가른 꽈리고추를 양념하여 자반고등어와 함께 지져먹으면 색다른 반찬이 된다.

삶은 고구마줄기와 배를 가른 꽈리고추를 양념하여 자반고등어와 함께 지져먹으면 색다른 반찬이 된다. ⓒ 전갑남

아내가 파, 마늘, 양파,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이 고루 배도록 고구마줄기를 무친다. 냄비 아래에 꽈리고추와 양념한 고구마줄기를 깐다. 그런 다음 고등어를 올려놓고 고춧가루를 슬슬 뿌려놓는다. 납작하게 썬 통마늘을 고명처럼 얹어 자박하게 물을 넣으니 모든 준비가 끝이다. 마지막 진간장과 소금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춘다.

"고등어 비린내는 어떻게 없애지?"
"약간 된장기를 해서 무쳤잖아! 비리지 않을 거야!"

아내는 자반고등어를 구을 때는 레몬즙이나 식초로 재워 없애고, 지져먹을 땐 된장기를 한다. 자기만의 노하우라나?

냄비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뚜껑을 열자 매콤한 냄새가 주방가득하다. 아내가 간을 본다. 맛이 괜찮다는 듯 표정이 밝다.

고등어 부드러운 맛에다 꽈리고추의 매콤한 맛이 아주 잘 어울린다. 거기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구마줄기의 달큼한 맛이 환상적이다.

손수 가꾼 텃밭에서 땀방울과 함께 거둔 무공해 먹을거리를 먹는 재미, 이런 게 행복한 밥상이 아닐까?

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도망치듯 컴퓨터 앞으로 간다. 설거지까지 내가 맡아야 할 성싶다.

a 저녁 식사로 차려진 행복한 밥상이다. 손수 가꾼 무공해 농산물로 만들었다. 강낭콩 잡곡밥, 감자 북어국, 자반고등어 찌개, 부추 부침개, 상추쌈,  오이 김치 등이다.

저녁 식사로 차려진 행복한 밥상이다. 손수 가꾼 무공해 농산물로 만들었다. 강낭콩 잡곡밥, 감자 북어국, 자반고등어 찌개, 부추 부침개, 상추쌈, 오이 김치 등이다. ⓒ 전갑남



#자반고등어 #꽈리고추 #고구마줄기 #무공해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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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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