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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기 없는 아시안게임 홈페이지

02.09.28 17:51최종업데이트02.09.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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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races, nations, cultures and religions in Busan'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 홈페이지(http://www.2002busanasiad.org/)에 들어가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캐치프레이즈이다. 하지만 인종, 나라, 이념을 뛰어넘자는 아시안게임 구호와는 달리 홈페이지 상의 그 어느 곳에도 인공기는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안게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오늘, 어제 있었던 한국 축구의 경기결과를 보러 들어가서는 궁금한 김에 북한선수들도 보자는 생각에 대진표를 본 순간, 그 나라의 국기로 나타난 대진표에서 북한은 공백으로 처리되어 있다.

처음에는 주최측의 실수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참가국가에서부터 인공기는 공백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포토샵으로 간단한 이미지 정도는 만들 줄 아는 나도 한 나라의 국기정도는 몇분만에 쉽게 만들 수 있다. 이건 일부러 누락시켰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한 운동장에서 같이 뛰고 응원하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난 외국에 있어 가볼 수 없는 상황이라 매우 아쉽다.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한반도를 뒤덮었을 때도 이처럼 아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감동했다. 남북이 한 곳에 모여 축구를 하고 북한 선수단들, 응원단들이 부산에 도착하고...

그렇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착잡한 걸까?
스포츠에까지도 이념을 대입시켜야만 하는 것인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한국인이 인공기를 흔들 수 없다는 사실은 그래도 반쯤은 수긍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공식홈페이지라는 곳에서까지 인공기가 없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유가 뭐냐고 묻는 외국인들에게 뭐라도 대답해야 좋은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나뿐인가?
인종, 종교, 나라, 이념을 뛰어넘자는 말하는 부산 아시안게임이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이중잣대를 대는가?

부산 아시안게임 주최측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걸려있는 캐치프레이즈를 내리든지 홈페이지에 인공기를 게양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의 화합을 다지는 장이며 스포츠는 이념이 지배하지 않는 순수한 것이어야 한다.
2002-09-28 22: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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