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금호 장편소설 '만적' 펴내

"자유의 꿈은 용암같은 것…한 순간 지표로 솟아올라"

등록 2004.09.30 17:43수정 2004.10.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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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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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유금호씨가 장편소설 '만적'을 펴냈다.

유금호씨는 "소설이 품고 있는 '재미'와 '유익함'은 산문정신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하고 있는데, 소설에서 산문정신이 증발하고 있는 이 시대에 유금호의 소설 '만적'은 산문정신이 무엇인지를 모범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실패한 쿠데타로 굳어 버린 ‘만적’의 처절한 자유에 대한 갈망과 굳은 의지가 중견 작가 유금호와 조우하면서, 만신창이가 된 사내의 시신 앞에서 불을 붙이는 금소예의 원시적 사랑을 처절하게 그리고 있다.

고려 무인정권 시절 노비반란을 일으킨 만적(萬積)의 생애를 통하여 이 소설은 저항정신과 인간의 원초적인 자유에의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고려사절요’에 몇 줄로 남아 있는 만적이지만 작가 유금호는 만적의 궤적을 찾아 기록해 놓았다.

작가는 기존의 신분제도와 위계질서에 저항했던 만적의 참담한 분노와 그리고 처연한 사랑을 직조해 냄으로써 800여 년 전, 1170~90년대의 역사가 타임머신을 통해 거센 숨결로 다가오고 있다.

토착세력의 김풍 장군집의 노비였던 만적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이어 여섯 살의 나이에 어머니마저 잃고 인간 이하의 밑바닥 삶을 이어간다.


김풍 장군의 아들 김정이 사양길에 노복 삼복이를 활로 쏘아 죽이는 것을 목도한 만적은 감마라라는 노비와 함께 도망을 나오고 도망길에서 대사 허정을 만난다.

만적은 태백산에서 무예를 익히고 진정한 자유의 삶을 꿈꾸게 되는데, 만적의 첫 여인이자, 어머니가 남겨둔 유일한 유물인 구리 팔찌를 건네준 분이는 슬픈 사랑의 여인으로 남게 된다.


중앙 정부에서는 정중부의 쿠데타로 무신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왕 옹립을 놓고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지만, 이 혼란기에서 김풍 장군의 아들인 김정은 노비 출신으로 권력을 획득한 이의민과 대적하다 스스로 자신의 칼로 목을 찔러 자결함으로써 무인의 기개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정이 죽자 그를 사랑했던 여진족 여자 금소예(琴蕭隸)는 사랑했던 남자의 시신 앞에 꿇고 앉아 손가락 끝에 불을 붙이고, 다시 기름을 발라 불을 붙이는 소지공양(燒指供養)을 한다.

골짜기와 계곡을 말 달리던 무인들의 호쾌한 기개는 소설 읽기의 또 다른 맛을 선사하고 있다.

만적은 최충헌의 집권 시절인 1198년 초여름, 그를 따르는 100여명과 함께 바윗돌에 묶여, 예성강 강바닥에 가라앉히는 수장(水葬)으로 최후를 맞는다. 만적은 죽어가면서 자신의 씨를 잉태한 야매영을 향해 절규한다.

“이 삼한 땅에서 종놈의 종자가 사라지는 걸 매영인 봐야 되어. 그걸 보고 와서 말해 주어야 해! 매영이 못 보면 뱃속의 우리 새끼라도.”

작가는 “어느 시대, 어느 조건에서도 억압은 침묵과 복종으로 위장되지만, 그 자유에 대한 꿈은 지하수나 용암 같은 것이어서 깊은 곳으로 흐르고 흐르다가 한순간 지표로 솟아오른다”며 “세상과 상관없이 순치되지 않는 만적의 끈질긴 저항정신과 생명력은 유구한 역사 속 우리 민족의 밑바닥에 스며들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a 작가 유금호씨.

작가 유금호씨. ⓒ 김동권

작가 유금호 씨는 42년 2월 25일 전남 고흥에서 출생했으며, 공주사범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됐으며, 그 뒤 1996년 제4회 후광문학상 본상, 1999년 제24회 한국소설문학상 본상, 1999년 최우수예술인 문학부문 선정, 2001년 제17회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64년 동서울대 교수, 경희대학교·강남대학 강사를 거쳐 1986년 목포대학교 국문과 및 대학원 교수로 근무해왔다.

1969년 소설집 <하늘을 색칠하라>를 비롯해서 소설집 <허공 중에 배꽃 이파리 하나> 2003 창작동화 <과수원 집 아이>를 발행한 바 있다. 홈페이지는 www.yookeumho.com.
첨부파일 책표지

청소년 토지 전12권 세트

박경리 원작, 토지문학연구회 엮음,
자음과모음(이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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