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당을 쓸며

등록 2011.12.09 13:52수정 2011.12.09 13: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텅, 빈-- 빈

    고향 집에

    먼지 쌓인 나무마루와

    마당을 쓸며

    살아온 내 생애는

    얼마나 많은 먼지와

    쓰레기가 쌓여 있을지.

    부끄러워 힘든 줄 몰랐다.

    담 밑 장독대를 닦으며

    힘들었던 지나온 길과

    또 가야 할 생명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시간을 보았다.

    솔방울 썩은 고향냄새 풍기는

    솔숲을 거닐며

    지게 지고 논밭 길을 오가던

    아버지의 피멍 든 어깨를 보았다.

    바다의 슬픈 그늘진 파도와

    바위 위에서 어미의 힘으로

    살아보려던 어머니의 고무신을 보았다.

    양지에서 그늘처럼 살아온

    마흔. 일곱. 해

    노을빛 지는 해 앞에서

    바람 앞에서, 철없이 지내온 흔적까지

    세월 깊숙이 더럽혀진 먼지를 쓸며

    몸과 맘이 부서지도록 쓸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쓸던

    시간 속 아름답던 마당을

    마흔. 일곱. 번 쓸고 있었다.

 

 

a 고향마을 진도 죽림리 여귀산에서 바라 본 접도, 그리고 죽림리

고향마을 진도 죽림리 여귀산에서 바라 본 접도, 그리고 죽림리 ⓒ 김정관

▲ 고향마을 진도 죽림리 여귀산에서 바라 본 접도, 그리고 죽림리 ⓒ 김정관

2011.12.09 13:52ⓒ 2011 OhmyNews
#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