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의 낙천, 낙선운동과 관련해 불법이니 명예훼손이니 하고 엄포를 놓던 정치권이 대세가 불리해지자 이번엔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에 대한 해명서를 제출하고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해 온 선거법 조항 개정을 추진키로 하는 등 일제히 꼬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약한 자에 강하고 강한 자에 약한 정치권의 얄팍한 처세술을 다시 한번 보는듯해 좀 역겹긴 하지만, 국민의 소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시민단체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모처럼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되는게 있다.
힘이 커지면서 시민단체들의 당초 순수성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무슨 재야단체니 뭐니 하는 곳에서 오직 이 땅의 민주화만을 바랄뿐 권력에는 관심도 없는양 활동을 벌이며 기존 정치권을 매섭게 비판하던 사람들이 어느날 보면 정치권에서 던져주는 한 자리에 감지덕지해 정치권에 투신해서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그 짓들을 한술 더 떠 천연덕스럽게 해치우고 있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부디 시민단체들만큼은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감시와 견제 등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직접 후보를 낸다던가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따위 정치판에 뛰어드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기성 정치인들로는 안된다고 판단이 들더라도 초보 정치인 몇 명을 내세워 기성 정치인과 맞서지는 말기를 바란다.
이 경우 정치를 통해서는 결코 기성 정치인들에게 승리를 거둘 수도 없거니와 자칫하면 시민단체 본래의 순수성을 훼손당하는 엄청난 피해만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성을 훼손 당하고 나면 기존의 정치세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지고, 그 결과 힘의 구심점이 사라져 모처럼의 범 시민운동이 지리멸렬해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 등을 지속적으로 더욱 강화하는게 좀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를 내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경실련을 주축으로 한 세력과 총선 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각각 낙천, 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목적이 같은 바에야 서로 연대를 한다던지 해서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각각의 노선을 고집하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다 보면 갈 수록 그 입장 차이는 커질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만에 하나라도 어렵게 결집된 국민의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정치권에게 따끔한 경종을 울려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들의 힘을 업으려는 기존 정치권의 수작에 놀아나 한쪽에 치우쳐 버린다던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일도 경계해야 마땅할 대상이다.
지금은 모두가 똘똘 뭉쳐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부경계를 소홀히 했다간 어느날 갑자기 적전에서 분열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힘으로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반드시 부패 무능한 정치인들을 정치판에서 몰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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