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수가계약제의 두 얼굴(1)

-수가계약제, 보상인가 음모인가

등록 2000.03.01 15:13수정 2000.03.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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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지금까지의 보건의료환경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의약분업뿐 아니라 의료보험통합,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정부정책의 개선 및 보완을 요구하는 의사들의 대립이 매우 첨예하여 새로운 제도들의 시행을 앞두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당사자들 간의 대립을 논하기 전에,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보험재정과 행정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바닥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제도 본연의 의미 이외의 문제들이 본질을 흐리고 있는 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들 뒷전으로 밀려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안)에 있는 요양급여비용계약제(이하 수가계약제)의 실시와 관련된 정부와 의약계의 대립이다. 아직까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안)에 대해 의약계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은 의약분업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미비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료인들의 앞날을 좌우할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보험수가를 일방적으로 고시했다. 그러나 앞으로 수가계약제가 시행되면 의료보험수가는 보험자와 공급자(의료계) 두 당사자들 간의 계약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런 취지만 본다면 겉으로는 의료인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당사자간의 계약이라는 명분보다 더 큰 정부의 강제성과 간섭이 내포되어 있고, 의료인들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미래만이 다가올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건강보험법)은 지난해 99년 2월 8일 제정·공포되어 같은 해 12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결과 2000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때를 같이 해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이 동시에 실시된다.


수가계약제도 이 법에 근거해 2001년 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시행 3개월 이전까지 계약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항에 비추면, 올 9월 30일까지 보험자와 공급자(의약계)는 수가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보험법 시행령(안)이 의약계에서 이슈로 된 이유는 무엇이고, 왜 의약계에서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수가계약제의 실시를 앞두고 진행상황을 알고 있는 의료계의 모든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의료계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1977년부터 시작되어 1989년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수가 문제는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부터 의사들의 반발이 있어 왔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행 의료보험법하의 요양급여비용은 정부가 연구기관에 의뢰해 경영수지를 분석하고, 재정경제원의 물가지수 분석에 근거해 수가가 조정되어 왔다. 이렇게 정부는 경제지표를 토대로 인상률을 정해 왔으며, 요양급여 각 항목별 배분율을 결정해 이를 고시함으로써 의료보험수가가 최종 확정되는 체계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보험수가 체계는 보험재정, 정부의 물가정책만을 고려한 상태에서 결정되므로 요양기관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게 돼 있었다. 또한 그 절차가 공개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음으로 인해 요양기관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행 보험수가결정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보험통합과 더불어 국민건강보험법제정을 통해 수가 결정과정에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이의 취지에 대해서는 의약계와 학계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들이 가장 크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건강보험법 제42조에 포함되어 있는 수가계약제와 관련된 조항이다. 이 건강보험법 제42조 1항을 보면 2001년 1월 요양급여비용은 공단의 이사장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의 '계약'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은 건강보험법 제42조의 근본취지나 정신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종전의 고시가제를 고수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실제 그러한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계약당사자 간의 형평성이 없다는 문제와 수가계약 범위 및 시행 3개월 전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심의조정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부분이다.

계약 당사자에 대한 형평성이 없다

우선 건강보험법 제42조 1항에 의하면 계약의 당사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로 비용계약의 이해 당사자인 보험자와 의약계간의 계약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비용계약의 보험자측 당사자인 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은 비용계약을 체결하는 때에는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법 제42조 6항).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는 보험료의 조정 기타 보험재정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법 제31조)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인,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인,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인으로 구성된다.

시행령(안) 제23조에 따르면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는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위원장으로 협의회 위원들 중 호선된 자이다. 요양급여비용협의회는 수가계약을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서 의료계 대표들로 구성된다.

그 구성은 의사,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단체의 장이나 단체장이 위임한 자와 병원, 한방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을 개설한 자 중에 전국적 조직을 가지는 단체의 장이나 단체장이 위임한 자, 보건진료소의 대표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한 자, 기타 계약에 필요하다고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자로 구성되어 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닌 복지부를 포함한 기관이나 단체는 제3자적 입장에 처해 있다. 비록 복지부가 건강보험사업을 관장하고 있으나 수가계약에 있어서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수가계약시 복지부가 의견을 제시할 경우 동일한 의견을 공단과 의약계에 제시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 제42조 2항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동 법에는 복지부장관이 공단에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형평성의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정부의 수가계약제안은 보험자측 계약당사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심사평가원에 자료를 요청할 경우 제공하도록 있고 의약계가 요청할 때에는 그렇지 않다. 또한 수가계약당사자인 공단 이사장은 수가계약시 공단 내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공단 이사장의 계약에 대한 탄력성을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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