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01 17:43수정 2000.03.02 09:4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 또 한 명이 사표를 던졌답니다.
능력있는 후배들이 고연봉과 스톡옵션을 향해 우루루 몰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에잇! 의리없는 놈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신세대들의 무정함을 한탄하며 맘 한 구석으로 부러워하던 저를 포함한 동료들은 "오늘은 또 누구냐?" 궁금해하며 휴게실로 모였습니다.
컴퓨터 천재 A? 아니면 영어박사 B? 아니면 누구누구? 웅성웅성…
그런데 웬걸?
오늘의 퇴사 주인공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말았습니다.
나이 사십이 가까운 아줌마 K선배.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어제 마침내 '차장'을 단 상황이라 부서 내외의 충격은 더했습니다.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승진 명단에서 번번이 탈락, 동료들로부터는 "남자들도 힘든 세상에…" 하는 질시를, 후배들로부터는 "나 같으면 사표쓰고 나가겠다" 하는 동정을 견뎌야 했던 선배.
승진 축하와 동시에 송별회가 된 술자리에서 선배는 그간의 물밑 작업(?)을 털어놨습니다.
업무와 관련해 틈틈이 쌓은 실력에 피나는 노력을 보태 얻은 최상급의 영어능력 공인 성적표, 남자 동료들이 업자들로부터 향응을 받는 시간에 학원에 다니면서 쌓은 인터넷 실력,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꾸준히 만들어 온 인적인 네트워크 등은 성별, 학력보다 능력과 열정을 중시하는 '벤처'로부터 제의를 받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두 아이를 가진 어머니로서 살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은, 아내의 능력을 인정하고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공감해 주는 남편의 조력이 상쇄해 줬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정든 둥지' 를 버리고 '벤처' 로 떠나는 동료들을 보며 배아파하던 우리들은 그 선배를 위해 진심어린 건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가 아니면 안 된다며 선배를 물먹이던 부장. 여자라는 이유로 '선배'소리 한번 안 하던 못난 후배들의 한방 먹은 듯한 표정을 상상하며…
"구태의연한 조직에 일격을! K선배 파이팅!!!!"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