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장 최태지의 봄맞이

-'테크노'와 '발레'가 만난다구요?

등록 2000.03.01 18:35수정 2000.03.02 10:1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술가라면 누구나 예술혼이라는 '열정'에 걸맞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기를 원한다. 태생적이건 후천적이건. 그러나 대분분은 '과도한 열정에 부족한 재능'수준에 머문다거나 '탁월한 재능을 거부하는 열정의 부재(不在)'라는 불행을 겪는다. 그래서 고래(古來)로부터 예술가는 "가난하면 한대로 부자여도 역시, 외롭고, 아픈 존재"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국립발레단장 최태지(41)씨는 행복한 사람이다. 9살 때 일본에서 시작한 발레로 재능을 인정받아, 모국인 한국에 돌아와 국립극장 프리마(여성 주역 무용수)로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고, 30대 중반, 현역 무용수의 자리를 떠나서는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을 거쳐 지난 97년엔 최초의 내부 승진으로 단장의 자리에까지 올라,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펼치는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그 행복의 이유라 하겠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런 순탄함과 행복이 거저 온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던 일본 문화성의 '파리 유학', 생면부지의 한국에 서른살이 다 되어서야 들어와 인정받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까지 그녀의 삶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에 다름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올 봄 다시한번 도전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 해 12월 8일 국립극장의 극장장이 김명곤(48. 극단 아리랑 대표)씨로 바뀌면서 극립극장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 국립극장 산하 단체로 있던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태지씨는 "사실 국립극장 산하 단체로 있을 때는 극장측의 간섭이야 있었지만 '우리는 문화부와 국립극장의 보호를 받고 있다'라는 안일한 의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라 전제한 뒤,
"그러나, 이제 재단법인으로 독립을 하고 보니, 늘어난 자율성만큼의 책임의식이 생겼다. 이제 단순히 예술가의 마인드가 아닌 경영인과 예술인의 마인드를 동시에 지니고 발레단의 경영과 예술적 성취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현실이 느껴진다"
라는 말로 막중해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힘겨움을 털어놓는 겉과 달리 그녀는 어려움을 정면돌파하려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속내에 이미 모색해 놓고 있었다.
"발레 역사가 40년이 채 안 되는 우리 현실에서 340년 역사의 프랑스 발레나 세계 최상급의 러시아 발레를 그대로 벤치마킹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대안이 아니다. 우리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
그 말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기자의 지적에 그녀는,
"여러가지 시도와 실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찾아가야지 성급히 '이런 것이 한국적이다, 아니다'라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라 답했다.
그렇다면 어떤 시도와 실험이 준비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이어지는 질문에는,
"고전발레라는 고답적인 양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무용과의 접목을 고민하는 것, 대중들과 가까이 만나기 위한 무료공연과 저가(低價)공연의 상설화, 적극적인 홍보와 투지 유치 등이 그 방법이 아닐까요"라 반문했다.

아직도 서툰 그녀의 한국말에 허술하게 인터뷰를 계획했던 기자가 빈틈없고 논리적인 어법의 그녀에게 한방 얻어맞는 순간이었다.


"재단법인화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발레단의 용걸(김용걸 28. 파리 발레콩쿨 금상 수상)이가 '파리 오페라 발레단'으로 떠난 것에 대해서도 걱정들을 하시는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예술이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모험이고, 그 모험의 길에서 새로운 보석들이 찾아질 거니까요"라며 이미 김창기씨, 김보영씨, 정남열씨 등이 김용걸의 대안으로 성큼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녀는 올해는 이제까지 공을 들여 진행시켜 확립시킨 고전발레 기본토양 위에서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 여러 형태의 공연을 펼쳐 보여줄 것이라 전했다.


서울 시내 영화 개봉관 입장료보다 싼 50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발레를 관객들과 만나게 한 '해설이 있는 발레'와 극립극장 단일 무대에서만 연 20회가 넘는 발레 공연을 최초로 기획한 이가 그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직 많지 않다.

다가올 3월 중순에는 '테크노 댄스'와 '발레'라는 이질적인 양식의 접목을 시도하는 국립발레단 단원들. 그 무대의 관객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하다는 그녀.

그녀가 우리에게 전해줄 봄은 어떤 색깔일까?
최태지 단장의 새로운 도전과 "21세기 발레의 중심을 한국으로 옮겨 오겠다"는 그녀의 당찬 다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대해보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성태 녹취록' 속 1313호실 검사의 엉뚱한 해명 '김성태 녹취록' 속 1313호실 검사의 엉뚱한 해명
  2. 2 항공사 승무원이 유니폼 위에 옷을 하나 더 입는 절박한 이유 항공사 승무원이 유니폼 위에 옷을 하나 더 입는 절박한 이유
  3. 3 속마음 들킨 트럼프의 다급함...이러다가 미국 무너진다 속마음 들킨 트럼프의 다급함...이러다가 미국 무너진다
  4. 4 "새벽 3시부터 굴 까도 월 23만원"... 현대판 노예제 의혹 공방 "새벽 3시부터 굴 까도 월 23만원"... 현대판 노예제 의혹 공방
  5. 5 울산 피자 가게 사장이 피자 가격을 50만 원으로 올린 이유 울산 피자 가게 사장이 피자 가격을 50만 원으로 올린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