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글에서 필자는 우리 현실속에서 동성동본금혼법이 전혀 근거가 없음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유림을 필두로 하는 보수세력들이 이 법을 목숨 걸고 수호하려는 진짜 이유를 살펴보자.
유림은 구한말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심각한 의미의 자기반성을 해본 적이 없다. 유림의 가장 두드러지는 속성은 바로 권력을 합리화하고 이에 영합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들은 최고권력자의 뜻이라면 무조건 맹종하게 된다. 아니라고 말할 사람들이 있다면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의 행적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의 일생은 명분을 통해 권력을 누리려고 노력한 당시대의 수많은 사상가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를 성인으로 떠받든 사람들은 다름아닌 후세의 중국의 위정자들인데 이는 공자의 사상이 자신들의 권력을 합리화하고 대중에게 충성을 강요하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유교를 장려하게된 중국의 지배계급이 공자와 맹자를 성인이라 추켜세운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유림은 이런 발생학적인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현대통령 김대중씨에 대해 가장 극심한 중상모략을 퍼붓던 자들이 누군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현재 하고있는 현정부에 대한 아부와 과잉충성에서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이승만 정권때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이 지시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마음가짐 하에 독재자들의 온갖 학정을 합리화하고 그 댓가로 떡고물을 만져온 자들이 바로 유림이다. 천하에 둘도없는 살인자, 강도라 할지라도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갑자기 "성인군자"가 된다는 것이 유림의 사고방식이고 보면, 이들에게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수 있다.
동성동본금혼법은 얼핏 우생학적, 윤리학적 문제로만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권력의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족보'로 상징되는 수직적 위계체제를 유지하고 이를 통하여 소수의 권력과 부를 항구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이때 '소수'란 각 성받이마다 있는 대종회(종친회)의 임원들과 그 주변인물들을 가리킨다.
족보에 동성동본의 부부가 등재되면 소위 '위계질서'가 깨어진다. 쉽게 말해 촌수가 헛갈리게 된다는 말이다. 유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 할수 있다. 종친회들마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대다수 임원들의 촌수가 아주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우연히 얻어진 지위(-촌수 따져가며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에 의탁하여 알게 모르게 많은 이익을 얻고있다.
일례를 들자면, 인구가 많은 성받이인 경우 각종 선거때마다 이런저런 지원금과 특혜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에 맛을 들인 유림과 종친회는 족보상의 위계질서에 이상이 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능한 자신들의 밥줄이 끊길 것이기 때문이다. 약 10년전 KBS에서 본 고발프로그램에서는 동성동본의 부부들에게 소위 '확인서'를 발부하여 동성동본이 아니라는 증명을 해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만약 유림과 보수세력이 말하는대로 동성동본의 결혼이 천륜을 거스르는 천벌을 받을 짓이라면 그런 짓을 할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 확인서를 토대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부부와 자녀는 족보에 어떻게 올려야 할 것인가? 남편의 항렬대로 기재해야 할 것이고 이는 사실상 위계질서를 허무는 일이다. 그러나 족보에는 이상이 없게 된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이다. 족보는 전과 다름없이 질서정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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