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한 살 새로움을 찾아 나선 여행 3

-재경이 형 내외의 따스한 배려

등록 2000.03.02 13:27수정 2000.03.02 15:3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경이 형 내외의 만류로 아직도 예산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제 저녁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굳이 말리는 통에 가인이(형 딸)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벌써 잠이 깼네.

29일
아침에 재경이 형한테 전화를 했더니, 금산에 갈 일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10시 30분 쯤에 도착을 했다. 아버님이 가시는 바람에 나는 형을 따라서 예산군의 관청을 몇 군데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작년 5월 이후에 오랫만에 계약이란다. 일이 없었던 건 아닌데, 9개월 만에 새로운 공사를 수주하게 되었다고...


오랫만이라 그런지 익숙해져 있어야 할 일일텐데도 서류를 챙기느라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서로들 분주하다.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가인이랑 놀았다. 관리부에서 일하던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형수도 출근해서 일한다.

군청에 갔는데, 담당자가 관련법규가 바뀐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재경이 형이 설명을 하자, "그리유, 그게 언제 바꼈데유?" 너스래를 떠는 건지 생판 모른다는 듯한 태도에 재경이형의 설명이 이어졌고, 담당자는 다시 "근데, 그거시 어디에 났데유?" 하고는 되려 물어본다. -어디긴 관보겠지- 공무원의 생리와 충청도 사람이라는 특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데, 이건 코메디다.

서울을 벗어나면 늘 비슷하지만, 이 곳 예산도 전형적인 시골의 읍내 모습이야. 정비되지 않은 시가지와 고만고만한 사람들의 움직임. 하지만 많지 않은 사람들의 움직임은 하나하나 눈에 잘 들어온다. 그래서 시골서는 남의 눈이 무서운가 보다.

은행에 갔는데, 사람들과 직원들 모두 여유롭다. 은행 한 켠에 신문과 서비스 커피가 마련되어 있는데, 전시용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몇 군데 더 다녔지만 인상은 비슷해.

일을 마치고 나니 하루 해가 함지로 향한다. 손님이라고 저녁 식사는 식당에서 아구찜을 대접(?) 받았다. 형의 말로는 칙사대접이란다.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시고 형네 집에 도착했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신혼같은 느낌의 두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지고, 오랫만에 셋이서 90년대 초반 어디쯤으로 돌아간다. 선거에 대한 이야기, 정치인 누구누구에 대한 이야기... NL과 PD(형수는 NL운동을 했어)에 관한 이야기...그러다가 형수의 제안으로 파도타기 노래 경연이 시작되었다. 내가 '사이공의 흰옷'으로 시작했고, 계속해서 김호철과 안치환, 꽃다지, 조국과 청춘의 노래가 이어졌다. 노래를 하면서도 서로 부끄럽지 않다. 재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기분이 썩 좋다.

형 내외는 나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따금씩 혼자 뒤쳐지는게 아닌지 걱정을 하기도 한다. 지방에 내려가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고민을 형 내외도 하고 있다. 내년 쯤에 서울로 올라올 계획이라며...


3월 1일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
현수가 동준이에게

덧붙이는 글 | '재경이형'이란 사람은 대학 선배로 아버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온양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재경이형'이란 사람은 대학 선배로 아버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온양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평수 줄여 이사 간 은퇴 부부, 이게 제일 좋다네요 평수 줄여 이사 간 은퇴 부부, 이게 제일 좋다네요
  2. 2 한국 지천에 피는 벚나무, 이런 숨은 사연 있습니다 한국 지천에 피는 벚나무, 이런 숨은 사연 있습니다
  3. 3 "파르테논 신전급" 캐나다 건축가가 극찬한 서울의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급" 캐나다 건축가가 극찬한 서울의 건축물
  4. 4 에르메스, 구찌...명품 구입에 1억여원 쓴 수상한 한국양계농협 에르메스, 구찌...명품 구입에 1억여원 쓴 수상한 한국양계농협
  5. 5 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