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02 13:37수정 2000.03.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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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확실히 서울보다는 남쪽이라 그런지 조금 더 봄기운이 돈다. 얇은 옷 한 겹에 맞는 바람도 그런데로 맞아줄 만하다.
전라도 김제평야로 들어가기 전의 길목이라 그런지 이곳도 평야가 넓다. 논과 밭이 시원스레 넓게 펼쳐져 있다. 논 주변은 정월 대보름에 질렀을 듯한 불자욱이 거뭇거뭇하게 남아 있고, 밭 가운데는 무엇을 하려던 건지 트랙터가 파헤치고 간 자욱이 실타래 엉기듯이 제멋대로 선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올 농사를 준비하는 중이리라.
오늘(3월 1일)은 형 내외와 예산에 있는 용봉산과 수덕사에 갔다. 용봉산은 높아 보이지는 않고 등산로가 아주 편안하면서 아담하다. 내가 충청도 산을 보면서 늘 느끼지만, 충청도 산은 촌스러워. 충청도 사람들 만큼이나 촌스럽다. 산세가 거칠거나 높은 산도 없고, '저 산이 왜 저기 있지?'하는 질문이 나올만큼 엉뚱하게 보인다. 내가 태어난 곳이 충북 괴산인데 그 주변의 산은 대부분 그랬어. 그래도 이 곳의 산은 그런데로 200m 안팎의 동산이 어울리면서 산줄기 흉내를 낸다. 높지 않은 것들이 어울려 있으니 제법 모양이 나오는 걸.
오후에는 호서지방의 금강산이라 일컫는 덕숭산(495m)에 갔다. 산에 가려던 것이 아니라, 여기 그 유명한 수덕사가 있잖아.
599년에 백제 지명법사가 세운 뒤에 원효대사가 다시 지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웅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고 하더라. 1308년 고려 충렬왕 때라고 하니까 700년이나 되었네. 얼핏 국사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래도 생각나고...
서울서 일하고 있을 널 생각하면 조금 미안해진다. 네 눈이 되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희랑 삐끗해진다니,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내 팔자가 적어도 지금은 늘어져 있기는 하지?
너무 편하다. 사실은 하나도 안 편하다. 형수 내외가 오랫만에 찾아온 客이라 환대를 해 주니 고맙지만 이렇게 눌러 있으려고 떠난 것은 아닌데... 이 편지가 끝날 즈음 다시 어디론가 가야지. 나이 서른은 '이립'이라는데. 가야할 곳을 모르다니...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네 말대로 서른 살에 친해진 친구라... 어쩐지 오래 갈 것 같다. 그리고 더 친해 질 수 있을 것도 같고.
오늘 저녁에 다시 보내마. 현수가...
덧붙이는 글 | 올라오기 싫다는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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