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중국에서 당하나 1

납치사건을 보고(1)'나는 네가 지난 번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록 2000.03.02 17:44수정 2000.03.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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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조선족에 의한 한국인 납치가 요즘 뜨거운 감자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같은 민족이라는 핏줄의 정을 저버리는 파렴치한 일부 조선족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속담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서 생각하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으로 맞받아치는 조선족들도 있을지 모른다.

참고로 필자는 조선족이 아닌 토종 한국인임을 밝혀둔다. 그러면 왜 통탄해 마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감 나라 배 나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려고 한다. 이는 필자가 96년 이후로 일년에 한 두 차례씩 중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들이다.


가장 먼저 반성해야 할 일은 중국에서의 한국인들의 추태이다. 한번쯤 중국을 가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을 것이다. 우리 돈 만원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무슨 얘기냐고? 그렇다면 가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지금은 환율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우리돈과 인민폐는 대략 100대 1 정도이다.

실감나게 예를 들면 우리돈 만원이면 중국 가게에서 병맥주, 그것도 큰 병으로 30병도 넘게 살 수 있고 캔맥주는 20캔 가량을 살 수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보신탕도 물반 고기반인 것이 한 그릇에 우리돈으로 천원이면 떡을 친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깨놓고 얘기해서 우리돈 십만원 정도면 소위 우리의 단란주점과 비슷한 중국의 가라오케에서 두세명이 꼭지가 돌도록 마시고 놀고 오입까지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도 중국에 가서는 마치 자기가 백만장자, 천만장자라도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소위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덜 된 사람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여기저기 휩쓸고 다니면서 자신이 한국에서 큰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느니, 땅이 얼마가 된다느니 온갖 '척', 즉 있는 척, 아는 척, 힘센 척들을 하는 것이다. 허풍하면 중국사람이라지만 그사람들 코를 납작하게 하는 것이 한국 졸부들의 허풍이다.

온갖 '척'을 하면서 "나잡아 잡수쇼"하고 다니니 그중에 간혹 악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표적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한국인들이 연변을 위시한 중국에 가서 얼마나 사기를 치고 다니는지는 필자가 새삼 지적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큰 소리만 뻥뻥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있다. 이름하여 '복수혈전'. 무슨 영화제목 같지만 사실은 이렇다. 집을 떠나 멀리 물건너 해외에까지 왔으니 마누라에게 들킬 염려도 없거니와 한국에 비하면 껌값에 여자들을 끼고 놀 수 있으니 뭐 달린 남자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니 여행가면 배운 사람이나 못배운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가릴 것없이 그짓을 못해서 난리가 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원활할 수밖에. 그러니 시골의 조선족 처녀들은 너나 나나 할 것없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든다. 공장에서 뭐 빠지게 일해봐야 한달에 인민폐 천원 벌까 말까인데 한국사람 앞에서 눈웃음 몇번만 치면 그 돈은 하루 저녁에도 벌 수 있다.


그러니 중국이 개혁 개방이 된 이후 자본주의에 물이 든 조선족 처녀들은 예전에 우리네 누이들이 그랬듯이 하나둘씩 보따리를 싸서 상경하는 것이다. 그리고 덩달아 만주족, 몽고족 처녀들도 그런 소문을 듣고 한국인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는 실정이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한국인들은 "예전에 만주족 너희들이 우리 처녀들을 잡아갔지. 이제 내가 조상들의 원한을 갚으리라" 하면서 만주족 아가씨를 데리고 잔 것이 마치 그들을 정복이나 한 것처럼, 조상들의 원수를 갚은 것처럼 자랑스럽게까지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만주족, 내일은 몽고족 하면서 말 달려 중원을 평정하던 광개토대왕의 후예임을 자청하고 나서서 예전의 영광을 오늘에 되살려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하나둘씩 실천한다. 그것이 이름하여 복수혈전.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는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편에는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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