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02 19:48수정 2000.03.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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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색은 학생들만 설레이는 행사가 아니다. 교사도 설레인다. 역시 나도 그랬다.
2시부터 시작하는 개학식을 1시부터 연습했다. 정작 개학식은 10분으로 끝났다. 학부형들도 많이 왔다. 이전학교와 자꾸만 비교가 된다.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추운 운동장에서 아직은 어색한 교복차림의 쪼끄만 아이들은 긴장해서인지 잘 떠들지도 못한다.
개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와서 아이들을 자리로 앉히고 교과서를 받으러 가라고 남학색 15명을 보냈는데 한 여학생은 경환이는 한국말을 못한다고 한다. 무슨이야기인가 했더니 독일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되서 한국말이 서툴다는 것이다.
역시 모든일이 끝나고 나서 보니 아이와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까지 오셔서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잘 부탁한다고 한다. 내가 돌보아 줄 수 있는 부분까지는 해 주겠지만, 매시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임시반에서 자기의 진짜 반으로 가는데 그 도중에 한 아버님이 오시더니 우리애는(이름도 없이 그냥 '우리애는...'부터 시작하신다.) 엄마가 없단다. 그래서 누구냐고 했더니 송누구라고 한다.
엄마가 8년이나 집을 나갔다가 얼마 전에 나타났단다.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집에도 아이도 있는데 아이를 보자고 해서 안된다고 했단다. 또 한명 내가 신경써 주어야 할 아이이다.
그 아이는 별 구김도 없고 괜찮았는데 같이 온 그 아이의 남동생은 내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참지 못하고 계속 떠든다. 자기누나와 이야기를 한다.
청소를 시키고 구경을 하고 있다가 여기저기 지적을 하니 겨우 거기만 하고 가려고 한다. 청소가 안된 부분이 있어서 청소를 하려고 비와 쓰레받이를 가져오라고 하니 정말 딱 가져다 주고 구경만 한다.
내가 쓸고 있으려니까 오히려 어머니 한분이 오셔서 해주신단다. 그냥 돌려 보냈다. 내 반은 내가 청소할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들이 조금 ..... 서운했다.
교과서는 받았는데 공책을 과목마다 준비해야하는 것도 잘 모르고 자습서는 어떻게 하냐고 묻는 이 순진해 보이는 아이들.
내일부터 이 아이들에게 어떤 중학교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또 그 아이들의 보호자인 나에게는 어떤 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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