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북미사일전문가 망명' 보도에 의혹

3월 2일 [미디어오늘], '오보' 가능성 제기

등록 2000.03.02 20:30수정 2000.03.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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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미디어면 [초판과 막판사이]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자는 18일자 조선일보 초판 1면 TOP 기사가 '의약분업관련 집회'에서 마지막판 '북 미사일전문가 망명'으로 바뀌었음을 지적하면서, 선거시기 조선일보의 북한관련 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3월 2일자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의 '북 미사일전문가 망명'과 '탈북소년이 그린 북한의 참상' 보도에 대해 '오보'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다음은 [미디어오늘]의 해당 기사 전문이다.

<조선 '북한보도' 사실성 논란>

조선일보의 북한관련 보도의 사실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이 지난달 18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북 미사일전문가 미 망명 "사정 6,000km 개발 완료"> 기사와 16일 1면에서 <탈북소년이 그린 북한의 참상>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탈북자 소년의 그림이 '오보'와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자 보도를 두고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제이자연과학연구서에서 근무하다 97년 탈북한 김길성씨(현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는 "북한의 양강도 지역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사일 기지 자체가 없으며, 미사일 기지의 보안을 위해 자기의 담당영역에서만 자료 접근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북한 현실에 비춰볼 때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자료와 연료 샘플 등을 집중 확보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씨는 "97년 탈북 당시에도 사정 거리 3,000km 미사일밖에 개발하지 못했던 북한이 6,000km에 달하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볼 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미사일과 핵 등 특수부문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계급적 토대를 엄정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도움을 받아 현지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여권까지 받았다는 것은 더욱 더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도 "한미간의 긴밀한 정보교류 관행에 비춰볼 때 미사일과 관련된 사람이 미국에 망명할 때까지 우리 정부가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연변지역의 탈북자 중에서 누군가가 거짓 군사정보를 흘린 것을 기사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부 당국자들도 확인결과 '대사관에 그런 사람이 망명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지해범 북경특파원은 "임씨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임씨가 김정일과 찍을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사람(김길성씨)이 잘 몰라서 그런다. 연변에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서 보도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특파원은 "북한이 심지어는 중국과의 마찰을 고려해 미사일 및 그보다 더한 준비까지 하고 있다는 1차 자료까지 있다"며 "사실이 아니면 왜 미국무성에서 반박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조선은 지난달 18일자 <북미사일전문가 미 망명 "사정 6,000km 개발완료">에서 중국의 한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말 북한을 탈출한 양강도 모지역의 미사일 기지에 근무했던 임모씨와 그의 아들, 그리고 임씨의 외조카 김모씨가 미국에 망명했다"며 "이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사정거리 6,000km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또 당일 <친척 숙청 압박에 미 도움받아 탈출> 기사에서 "임씨는 60년대 소련 모스크바에 유학한 북한 미사일개발의 권위자 중 한명으로 90년대 중반 중국 지린성의 한 미사일부대에서 파견 근무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틀 뒤인 20일에는 <탈북 미사일 전문가 "한국 대사관 거절로 미에 망명">에서 "탈북 임씨 일행이 한국 대사관에다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한국으로 가고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우리는 당신같은 사람들 필요없으니 다른 데 알아보라'고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6일자 1면에서는 "99년 1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은신 중인 장길수(가명)-한길 형제 등이 그린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비참한 생활실태 그림들"이라며 3점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탈북 소년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그림은 한국에 있는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의 권유로 그려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 김동규회장(고려대 교수)은 "아이들에게 그림도구를 사주고 북한 현실을 그리라고 했다"며 그러나 "그림의 내용에 대한 지도는 하지 않았다"면서 간접적인 지원 사실을 인정했다. 조선일보 배명철 사회부장은 "운동본부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권유한 사실은 모르는 일"이라며 "조작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 남한과 비교해볼 때 중학교 1학년 수준에 불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그러나 "그림에 등장하는 소년과 어머니의 모습이 세련되고 북한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부의 한 기자는 조선일보의 보도시점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세계NGO 대회에서 소개됐던 사진을 굳이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에 보도한 것은 '딴죽걸기'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그림을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로부터 제공받아 보도했다.
김성완 기자 sabi@media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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