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넘어온 봄때문이 아니라 정작 대학가에서 봄기운을 전하는 것은 갓 입학식을 치른 새내기들이다. 전국의 각 대학가에서는 1주일 안에 그 학기에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과목을 신청하는 '수강신청'을 마무리지음으로써 본격적인 학기가 시작된다.
매 학기시작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는 게 이 수강가능한 과목이 모든 과별로 정리되어 있는 '수강편람'이다. 이 수강편람은 학생들에게 항상 일방적으로 통보된다. 가끔씩 하고 싶은 공부, 듣고 싶은 과목을 나름대로 선정해 보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과목을 이 수강편람에서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학사과정상의 전공필수이수학점 기준이 낮아짐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과를 막론하고 폭넓은 과목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지적 체험을 유발시킬 수 있는 긍정적 기능이다. 하지만 수강과목 선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것, 듣고 싶은 수업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대학에서 개설되는 강의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지적 흐름을 반영하거나 비판적인 지적 풍토가 녹아나 있는 강의를 개설하기가 힘들다. 대학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원로교수들이나 학교 당국의 역학관계도 이런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문화에 관한 것이다. 이는 9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기 시작한 '문화연구 Cultural Studies'의 영향을 입어 날개 돋힌 듯 팔리기 시작한 세간의 '문화비평'의 효과일 것이다.
문화연구의 중요한 이론적 성과는 기존까지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던 문화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확장시켰다는 데 있다. 독특한 세대적 감성을 지닌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이런 문화비평에서 진지한 이론의 영역인 문화연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의 경직된 인문, 사회과학의 강좌 폐강이 속출되고 있는 것도 한 예라 할 수 있다.
10년 전의 강의는 지금도 수강편람에 실려 있다. 혹은 10년 뒤에도 실려 있을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이 수강편람에 녹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회와 동떨어진 독특한 성역이 아닐까라는 우려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대학구성원의 민주적 합의라는 선언적 명제는 언제나 대학가에 있어왔다. 등록금 인상 사태에서나 각 학교의 특수한 사안에 대해서 언제나 이 명제는 사태 '해결'의 원론이었다.
이 '민주적 합의'라는 말은 특정한 사안의 이해관계에 개입된 대학구성원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논의를 한다는 말일 것이다. 학사과정에 관계된 문제로 대학 문제를 논할 때 '교수'와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학문적 공동체를 생각하는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기존에 선정된 교과목에 대한 성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할 가치들이 녹아 있는 과목들에 대한 검토가 일어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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