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03 01:10수정 2000.03.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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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여행"을 주관하고 안내하는 문정건 씨는 버스가 쉴 때마다 화장실을 꼭 다녀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문정건 씨는 MBC 아침 방송에 관광지를 소개하는 그린 맨, 바로 그 문정건 씨이다.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은 사십여 명.
작년 가을에 내가 정동진을 갔을 때는 버스의 나이가 이십대였는데 이번에는 마치 경로 버스같다.
반은 젊고 반은 경로이다.
때없이 급할 일이 있는 나이들이 섞여 있으니 문정건 씨의 걱정은 기우는 아닐 터.
일요일 아침 5시반에 남해대교 코앞에 있는 식당에서 좀 비릿한 생선찌게로 아침을 하고 한 잔 소주에 약간은 취기를 달고는 남해 대교 600여미터를 다리 밟기를 했다.
동녁 하늘에는 해가 솟아 솟아 .
바로 보이는 바다는 쪽빛으로 몽브랑 만년필을 뽑아들고 빨아내면 그냥 글이 써질 듯했다.
영상의 날씨라고는 하나 가벼운 차림으론 바닷바람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벌벌벌 떨면서도 해돋이는 꼭 지키려고 동녁을 바라본다.
산 사이 뜨는 해는 동해 바다에 뜨는 해에 비하면 손톱눈만 했지만 해는 어디서 무슨 모양으로 뜨던 기운차고 힘이 있다.
문정건씨는 10년 여행 안내하면서 오늘 같이 좋은 해돋이는 처음이라며 신바람난다.
중매쟁이에게 속아서 여인이 출가하니 그 한 풀이하듯 한 그루 한 그루 심어 산허리 온통 매화꽃 구름 띠로 만든 섬진강 매화 마을엔 열매 기다리는 청매는 가득하고 보기만 하는 홍매는 가믓했다.
아침 햇살 막 피어 번지는 산 아래 섬진강은 바다로 흐르는 듯 기는듯 산 중턱까지 걸음에 발밑 세상은 매화 구름 아래요.
여인의 한은 이렇듯 꽃되는 기적이 있구나
일행의 버스가 매화 마을을 빠저나갈 때, 그때 행장차리고 나선 다른 곳에서 온 버스와 승용차들이 내가 앞이요 너가 뒤다 시비붙는 길을 기세좋게 빠저나가니
지리산 자락이 여긴가 저긴가.
문득 놀래서 보면 섬진강 맑은 물을 더럽히는 것은 지리산 초입의 온천장이다.
지리산 심장의 뜨거운 기운을 뽑아내어 인간들은 때딱고 돈 받자고 더럽혀지고 있었다.
이 산하는 우리만 쓸 것이 아니요
내 자식과 자식의 자식까지 쓸 것이건만
지금의 자식들은 저만 안다.
온천장을 좀 지나 개울가에 몰려 있는 산수유화는 봄햇살에 저마다 다투어 펴 있다.
매화를 본 교만한 인간눈에는 산수유꽃이 꽃답지 못하고 겨울을 이겨낸 산수유의 의지를 좀 소홀히 대한다.
산이며 들마다 이야기를 찾는 문정건 씨는
"나만 홀렸나?"
하고 쭈삣거리나
인간을 뭔가를 알아야 재미를 알지
모르면 재미고 뭐고 없다오 하고 내가 그가 서운해 하길래 달랜다.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서 문정건 씨는 신신 당부를 했다.
"여러분들이 가는 곳은 연곡사입니다. 그 곳의 화장실을 꼭 이용하십시요. 그 곳에는 해우소라고 있습니다.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라 하여 화장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곳입니다.
그 곳에서 용무를 못보시면 다음 지역까지 이동할 때까지 아주 어렵습니다. 꼭 들러가십시요. "
연곡사는 보잘 것 없었다.
지금 새로 보수하고 있었고, 건물은 지금 손댄 가락이 험상궂었다.
절을 바로 볼때 오른쪽으로 옛스런 집이 절깐같지 않고 승방같지 않았다.
"거기가 바로 해우소입니다. "
문정건 씨의 설명이었다.
연곡사의 정문을 들어서고 대웅전에서 예불하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낭낭하고 맑았다.
대웅전 옆에는 물꽂이에서 한 모금 물이 달았다.
뒤쪽 숨이 조금 턱에 닿을 즈음엔 고려조 초기의 큰스님의 부조가 1000년을 지키고 있었고 더 볼 것이 없이 연곡사 보물 보기는 끝이 났다.
대웅전 옆으로 승방 앞에는 메이카 운동화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신자들의 선문답이 있음인가?
승방 뒤에는 원형의 안테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사에서 거처하는 보살 아낙들은 불경보다 "연속극" 을 보는지.
버스가 있는 신작로를 바라다 보면 그새 깜박 잊었던 해우소가 절 본당보다 으젖해서 문득 놀랜다.
용건?은 없지만 해우소를 들어갔다.
해우소(화장실) 라고 친절하게 표시가 되어있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있다.
들어가서는 깜짝 놀랬다.
내부는 나무로만 되어있었다.
한 사람씩 들어가는 화장실을 딱딱 구분되어 있었다.
남자용이라고 한곳에도 화장실에서 보는 남자용 입식은 없이 재래식 구조였다.
다만 큰 차이는 화장실이되 문이 없었다.
아하 문정건 씨가 꼭 들어가보라는 것이 이 말이구나.
남자들이야 처리가 쉽지만 여자들은 참 어렵구나
남 보이기 어려운 자세를 취하고 있을 량이면 바로 앞에서 동성들이 오간다손 쳐도 어디 용무 보기가 쉬운 일인가?
정말 정말 괴로워 못 참겠다면 아래 문이 열려 있는 곳에 있는 곳이 황송할 뿐 앞문이 터저 있다고 무슨 시비를 해?
돈 조금 더 써서 문짝을 달지
에끼 스님들 같으니라고….
하고 혀를 차다가
나는 문득 부끄러워다.
먹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다시 먹은 것을 내놓는 일이 뭐 부끄러운가.
산사의 식구들이라 하면 너가 나요 내가 넌데
해우하는 데 장소만 있으면 되지 무슨 형식과 닫힘이 필요한가?
어 용무 끝났는가?
좀 남았네
하고
안면 인사하기도 얼마나 쉬운가?
해우소 밖에는 해우를 하고 싶은 데 차마 못한 속세의 처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다.
인간의 난감한 감정이야 어쩠든 지리산의 봄은 꿈처럼 와있고 참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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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