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약 200m 떨어진 중앙파출소 앞에서는 또 하나의 집회가 있었다. 대경연합과 범민련이 공동 개최한 '3·1 반외세 정신계승 민족자주실현대회'가 그것이다.
그런데 '유권자 독립의 날' 행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경찰들이 이 집회에 동원됐다. 기자는 직위가 좀 높아보이는 경찰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누가 보더라도 학생신분으로 볼 수수한 차림에 책가방을 멘 기자가 경찰과의 공식인터뷰를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기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격식을 갖추며 기꺼이 응했기 때문이다.(그는 오마이뉴스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다음은 중부경찰서 소속이라고 밝힌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늘 두 집회 모두 합법집회인데 왜 한 쪽에만 경찰이 동원됐나.
= 대경연합이 주최한 행사는 중앙파출소에서 국채보상공원까지 행진한다는 신고를 받아 질서유지 차원에서 나왔을 뿐이지 법에 보장된 집회를 막지는 않는다.
- 행사의 내용적 측면에서는 두 집회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 대경연합이 주최한 집회는 정권퇴진이나 국가보안법 철폐 등 아무래도 현 정부가 들어주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편이고 대구총선연대가 주최한 행사는 온 국민의 관심사항이고 행사 자체도 문화행사나 서명운동 등으로 시민의 호응을 끌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때 학생들이 삼삼오오 해산하고 있다는 소식이 그의 무전기에서 들려왔다)
-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말할 수 있나.
(총선연대에 대한 그의 속내를 좀 더 알고 싶어 던진 이 질문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개인적인 입장'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을 후회했다.)
= 직무에만 충실할 뿐이지 총선연대의 주의·주장이 옳고 그르냐 하는 것은 말할 것이 못된다.
우려했던 대로 그는 마지막 답변에서 연막을 쳤다. 궁극적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은 기자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 답한 그의 완전히 다른 두 답변을 들으며 우회적인 질문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한수 배운 꼴이니 그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몇 번에 걸쳐 직위와 성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느 행정조직이든 공식발표없이 그 조직에 속한 개인이 견해를 피력하면 실명을 말하지 않는다"며 끝내 밝히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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