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30분.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는 늘봄 예식장으로 향했다.
'자유민주연합 논산시·금산군 지구당 당원단합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이 곳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500석 가까운 행사장은 이미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차 있었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도 100여 명이 넘게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행사장 안에는 "김종필 명예총재님 우리가 충청을 지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다소 고전하고 있는 논산 지역에서 김 명예총재의 바람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이 날 행사장에는 논산·금산지역의 자민련 소속 시·도 의회 의원 10여 명이 참석해 김범명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5시 10분. 실내 행사장에서 지구당 행사를 마치고 김 총재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김범명 의원과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출마의 변을....
"변화와 개혁의 환란을 가져오는 정치가 아니라 안정과 번영을 위한 보수대연합으로 국민 개개인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설계할 수 있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이인제 씨의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본인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신중히 생각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역주민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바람정치 아닙니까? 여기 좀 보십시요 어제 통보했는데(이렇게 많이 왔다)"
채 다음 질문을 하기도 전에 김 의원은 참석한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김종필 명예총재가 부여를 거쳐 도착했다. 당초 일정에 없던 이 날 방문은 이한동 총재와 김종호의원, 심대평 충남도지사 등 당 수뇌부가 함께 참석해 논산·금산 지역구에 대한 당차원의 관심을 알 수 있게 한 가운데 본격적인 이인제 바람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자민련 차원의 바람몰이가 시작됐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방문 인사를 시작하자마자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으로 말문을 열었다.
"40년간 정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접촉해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느끼는 게 있었습니다. 입으로 돌아다니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치고 일 잘하는 사람 못 봤습니다. 말은 잘 못하지만 뭔가 잘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치고 일 못하는 사람 못 봤습니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에 대한 직격탄을 퍼부은 셈이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뒤이어 내각제 개헌 약속을 실행하지 않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불쾌한 심기와 지역감정을 유발한 장본인이 김대중 대통령임을 강조하면서 영·호남의 지역감정의 간극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민련 밖에 없다는 말로 자민련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뒤이어 이한동 총재의 인사가 이어졌고 앞으로 2-3차례 방문을 통해 자민련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40여 분에 걸쳐 진행된 김종필 명예총재의 논산 방문은 마지막으로 김종필, 이한동, 자민련, 김범명을 연호하며 끝이 났다.
행사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내가 경기도에 살아서 이인제를 생각했었는데, 김종필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당하고 이인제 후보에게) 또 이렇게 당하는 게 아니냐고 했을 때 많이 공감했다"며 김 총재의 방문에 한껏 고무된 상태로 떠났다.
여섯 시간여에 걸친 짧은 논산 민심기행을 정리하며 몇 사람의 시민을 더 만나 보았다. 민심 기행을 시작한 처음과는 달리 '3선은 돼야 뭐가 된다'는 자민련의 지지자들이 조금 더 우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총선 결과에 대한 물음에는 모두 백중세라고 입을 모았다. 민심기행을 하면서 한가지 특이한 것은 이인제 후보 지지자들은 대부분 완승을 기대하지만 김범명 후보 지지자들은 모두 백중세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논산에서 유일한 대전충남 총선시민연대에의 참가 단체인 논산군 농민회를 찾았다. 농민회의 바쁜 일정 때문에 김선덕 농민회 사무국장의 차안에서 만남을 가졌다. 논산의 거의 모든 면에 지회를 두고 있는 농민회의 조직력이 누구보다 논산지역 민심을 잘 알고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농민회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흐르고 있는 총선시민연대 활동에 대한 음모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었다. 선거에 미칠 영향때문에 농민회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나 낙천운동을 당분간은 자제하고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변수. 현재까지 자민련에서 제기한 음모론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거 막판이 되면 지역감정과 함께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남아 있었다.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한 충청권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지역구에 뛰어든 이인제 선대위원장, 자민련 텃밭의 자존심을 걸고 충청권 사수를 외치는 김종필 명예총재. 이 둘의 충청권에서의 바람몰이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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