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의 좌우지간 중국 이야기(3)

-귀신 잡는 해병대, 샹차이 잡는 신라면

등록 2000.03.03 09:45수정 2001.07.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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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얘기가 나왔으니까 이쯤에서 어른들과 함께 중국을 갔을 때 점수 따는 사실 한가지를 덤으로 알려준다. 처음 하루 이틀은 한국에서는 정통 중국 음식을 먹어보기 힘드니까 색다른 거 먹어 본다고 꾹 참지만 왠만한 식성이 아니면 삼일 째부터는 "아이고 죽겠다" 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잘 알다시피 중국 음식은 일단 기름에 튀기던지 볶던지 여하튼 기름이 없으면 물 밖에 나온 고기처럼 맥을 못춘다.

물론 수백 가지도 넘는 중국 차가 모든 식사에 딸려 나오기는 하지만 딱히 차를 마시는 습관이 안되어 있는 우리네들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숭늉이 낫지 차맛을 모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은 모든 식사에 팔보차(八寶茶)와 같이 특별한 차가 아닌 일반적인 자스민차같은 것은 공짜지만 우리네에서는 흔하디 흔한 그야말로 그냥 맹물은 같은 양의 맥주보다 더 비싸다. 나같은 애주가에게는 정말 기쁜 일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물도 돈내고 사 마셔야 한다는 게 영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참, 신라면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샜다. 이제부터 정말 신라면 얘기좀 해야겠다. 중국하면 뭐니뭐니해도 또 빽알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별별 술이 다 있다. 무지막지하게 비싼 술부터 우리 돈 200원 정도 하는 술까지 값도, 향도, 도수도, 맛도 정말 다양하다. 그러니 이 술 저 술 한번씩 마셔보다 보면 정말 한시도 멀쩡할 때가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물보다 맥주값이 더 싸다보니 맥주는 늘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침이면 늘 부대끼는건 당연지사.

이제 점수 따는 방법이다. 탁구 단체전 예를 잠깐 들어야겠다. 세명이 나와서 단식 3세트 다섯 게임을 치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진표다. 에이스를 처음에 내보내서 기선을 제압하느냐 아니면 두 번째에 내보내서 상대팀의 두 번째 선수를 쉽게 이기고 가느냐 하는 등등. 신라면 전술도 마찬가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반에 준비해 간 신라면을 확 푸느냐 아니면 막판까지 꼬불쳐 두었다가 히든카드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초반에 신라면을 확 풀면 첫째 짐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중국을 처음 가면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부피에 비해서 값은 그리 비싸지 않게 흥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사게 된다. 이 때 배낭에 들어 있는 신라면은 상당히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다들 힘이 넘쳐 술도 팍팍 마시고 기름기로 무장된 중국 음식도 크게 부담갖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과음하게 되고 뱃속은 점점 느끼해지기 시작한다.

이 때 아침 식사 시간에 어른들보다 30분만 먼저 일어나 가이드를 조용히 불러 신라면을 건네주며 아침 식탁에 올려달라고 부탁을 해보시라. 식탁에서 신라면을 본 어른들은 밀려오는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고(사실은 너무 매워서 흘리는 눈물인지도 모른다) 그날 오후부터는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아멘. 인샬라.

단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요즘 들어서는 중국도 라면을 많이 먹어서 괜찮지만 혹시 모르니까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알려준다. 특히 일류 요리사일수록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뭐냐면 나 참 기가 막혀서. 한번은 내가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삼일 째 되는 날 신라면을 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슨 신라면이 수제비 국물처럼 하얗단 말인가?


사실인 즉슨 이렇다. 중국 호텔 요리사가 신라면에 든 스프가 방부제인줄 알고 스프는 버리고 면만 끓인게 아닌가. 그 요리사가 면을 끓여 먹어보니 정말 니맛도 내맛도 없더란다. 그래서 자기딴엔 일류 요리사라고 중국식으로 갖은 양념을 넣어서 끓였대나 뭐래나. 그래도 신라면인데 하면서 맛을 보던 어른들은 하나둘씩 화장실로 뛰어갔고(그 이유가 궁금한 사람은 리에의 좌우지간 중국 이야기(2)편을 참고하시라) 난 그날 오후부터 행복 끝 고생 시작이었다.


덧붙이는 글 | to be continue… (다음 편엔 신라면 사건 2탄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to be continue… (다음 편엔 신라면 사건 2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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