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온 편지

고향 사람들과 사는 것이 서글픈 사람들의 이야기

등록 2000.03.03 15:05수정 2000.03.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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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가 되어 가는 우리동네
- 고향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서글픔'


'농가부채로 쓰러져가는 농촌'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실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눈여겨 볼 것인가?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라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리타분한(?) 기사거리보다는 사람들은 '잘 나가는 30대 벤처회사 사장의 돈벼락' 이야기나 '00벤처기업 코스닥 주식 상장' 등의 얘기에 더 쏠깃해 할 것이다.

하지만 농가부채를 말하기 전에 농촌에서 땅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사연에 한번 귀를 기울여보자.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초고속 인터넷 세상의 신화'와는 별개로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서 온 몸으로 기고 있는 농투산이들의 삶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이 얼마나 절절한 가슴으로 이 땅의 농촌을 지키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최근 농업전문지 기자로 활동하다 5년전 경남 함양으로 귀농한 한 농부를 알게 됐다. 이 농부아저씨와 가끔 전화도 하고, e-mail도 주고받는다. 내가 하는 일은 농업·농촌을 다루는 계간지를 만드는 일. 이 계간지에 이 농부아저씨가 주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다. 이 농부아저씨가 보내오는 글을 읽노라면 저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농가부채문제는 농촌문제의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파생하게끔 만든 우리 사회의 구조와 농촌사회의 현실, 농협직원들의 태만과 위선, 대민봉사와는 거리가 먼 공무원들의 오만함 등 실로 21세기 초고속 인터넷 사회와는 거리가 먼 20세기의 잔재들이 여전히 우리 농촌을 가득 메우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모순과 부딪치면서 싸우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절감하게 된다.


농업전문지 계간지에만 실리고 묻혀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글, 가슴 저미는 사연이 금방이라도 새순을 올리듯 튀어나올 것같은 글 한 편을 대신 올린다.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TV 농촌드라마에서 결코 그려지지 않는 땅을 지키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내쏟고 있는 오늘날 농촌사회의 모습, 농촌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각설하고, 초고속 인터넷 정보통신대륙에서 소외돼 있는 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관계상 본문은 별도로 올린다.


* 아래글은 농부 강양주 씨가 원고를 보내면서 덧붙인 편지입니다.


<편집실에 보내온 편지>

원고를 쓰면서 나는 언제쯤 서글픈 현실이 아니라 밝고 희망찬 이야기를 자랑삼아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검게 그을린 사람들과 속터지는 이야기하면서 살아야 하는 오늘은 참 고통입니다. 요즘은 내내 어디론가 훌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속에 살아갑니다. 치열하지 못한 삶이라고 해도 무언가 나를 누르는 중압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것과는 아랑곳없이 강가에 버들강아지는 벌써 꽃숨을 쉴 준비를 하고 산수유며 진달래도 깨알같은 꽃망울을 키워가고 있네요. 봄은 한발짝씩 다가오는데 이웃 사람들의 가슴에서는 한숨만 피어납니다. 이것이 땅과 함께한 삶의 말로는 아닐 것이지만 아직은 막연한 희망이나마 품어 볼 공간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바빠지기 전에 바다라도 보고 올까 그러면 나을까 어수선해하며 원고 보냅니다.

즐겁게 쓴 글이 아니라서 자신이 없는데 교열, 교정 잘 좀 봐주시고요. 항상 좋은 기사 많이 발굴해 주세요.

그럼 안녕. 함양에서 강양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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