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거듭남을 기대하며

등록 2000.03.03 18:12수정 2000.03.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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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유쾌한 형국은 아니지만 점입가경이란 말은 작금의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소요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공천결과에 불복한 고만고만한 무리가 웅성대나 싶더니 재야 정치인과 여기에 한때 '잘나가던' 유력 맹주들이 속속 모여들어 그야말로 급변의 물살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정당들 대부분이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 진영이라 하겠다. 영남지역에 여전히 영향력을 갖는 김윤환·이기택 의원이 탈당해 '반 DJ, 반 이회창'이라는 기치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만도 적잖은 부담이었는데, 여기에 당 내부에 남아있던 인사들마저 영합할 기세다. 어제의 동지가 비수를 품고 달려드는 모양이다.

과연 한나라당은 제 1야당의 자리를 내주고 말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은 아직까지 지역주의에 기댄 채, 모양새만을 갖춘 신당에 대한 유권자, 특히 영남권 유권자들의 지지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어느때보다도 국민의 정치적 기대가 팽배해 있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을 계기로 유권자들의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투표참여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제1야당의 아성을 지키는 길은 그동안 자신들이 너무도 쏠쏠히 써먹어 왔던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길뿐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신당의 존립기반은 지역성이다. 당 인사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민심을 구걸하고, 심지어 군사독재 세력인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자신들의 양분으로 삼으려 드는 것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지역당에 머물 것을 말해준다.

최근 한나라당을 이탈해 신당으로 향한 인사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신당의 지역성에 비중을 두고 행로를 정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지역적 기반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한나라당은 더 이상 기댈 곳이 못된다는 판단일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영남이라는 텃밭을 기반으로 커온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으로부터 하나 둘 걸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화위복.
한나라당이 진정한 야당으로, 그리고 이회창 총재가 그간의 오류를 혁파하고 예의 '대쪽'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졌다. 정치개혁을 꿈꾸는 낙관적인 해석일 수 있겠지만 지역성을 쫓는 정치인들이 상당수 당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역주의 정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정형근 의원이 이 대열에 합류한다면 더욱 그럴듯한 그림이 갖춰질 것이다.

정권교체 후 지금껏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으로서 수행해야 할 집권 여당에 대한 견제활동보다는 말그대로 '딴죽 걸기'로 소일해 왔다는 분석이 맞다. 위기는 기회다. 더 이상 낡아빠진 지역감정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할 일이다. 지역정당으로서의 '위기'를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 본다.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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