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열쇠를 빼앗은 강도는 경찰관이었다.
아주 귀엽게 생긴 남자 어린이가 있어, 얼굴이 하얗고 초등학교 1학년이고 이름은 박한길이야.
어느 날 집에 들어갈려고 하는데, 갑자기 무서운 남자가 나타나더니 열쇠를 빼앗은 거야. 그러더니 한길이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갔던 거야. 한길이는 경비아저씨에게 달려가서 '강도예요'하고 소리쳤단다. 경비아저씨는 가스총을 들고 그 아저씨를 향해 쏜다고 했대. 그 험상궂은 강도는 바로 너의 아빠와 함께 근무하는 경찰관이었대.
한길이 아빠는 이 나라와 민족의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신문기자란다. 한겨레기자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분이란다. 그런 분을 강제로 잡아갈려고 전화도청을 했대. 한길이가 엄마와 전화를 하는 중에 아빠 바꿔줄까? 라고 엄마에게 말했대. 그 때 전화를 엿듣고 있던 경찰이 한길이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강도같이 덤벼들어 열쇠를 빼앗은 거야.
어린이가 집에 들어가려고 할 때까지 숨어있던 사람이 너의 아빠였다면 어떻겠니? 믿을 수 없지? 만약 네가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디서 나타난 아저씨가 열쇠를 빼앗아 너의 집을 열고 들어갔다면 넌 어떻게 했겠니?
한길이네 엄마도 학교 선생님이라서 그 시간에 집에 안계셨거든. 한길이의 아빠는 혼자 피곤한 몸으로 식사도 못하고 계셨단다. 한길이 아빠는 같이 통일운동을 하는 분이 억울하게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그분의 장례식에 참석을 하려던 참이였대. 도둑이나 강도를 잡아야 할 경찰관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하는지 너도 알아두는게 좋을 거야. 착한 사람은 잡아서 가두고 큰 도둑들한테 월급을 받아먹는 거란다.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이 너의 아빠에게 월급을 주니, 그분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나쁜 사람들을 잡아가는 경찰관이 되어야 한다고 아빠에게 충고해야 할 사람이 있어. 바로 예쁜 어린이 윤수 너야.
경찰서 사람들은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 들어볼래? 한길이 아빠에게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하면서 김양무님 장례식에 참석하도록 해줄테니 협조해달라고 했단다. 장례식이 2월 13일이니까 그날까지 잡아가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말해놓고 8일날 잡아간거야. 그것도 아주 비겁한 방법으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손에서 열쇠를 강제로 빼앗아 그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이닥쳐 잡아갔단 말이야.
또 너의 아빠가 존경하는 경찰서장님은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하는지 아니? 장례식행렬에 들고 나가는 영정(죽은 사람의 사진)을 경찰들이 달려들어서 깨뜨렸는데 잘못되었으니 사과하고 보상(돈으로 물어주는 일)하겠다고 해놓고 12일날 약속했는데 아직도 아무 연락도 없지않겠니?
나는 그 영정을 들고 조용히 길을 걸어갔었단다. 너의 아빠가 사진 속에 있는데 너의 엄마에게 경찰들이 달려들어 사진액자를 깨뜨리고 국화꽃을 가루가 되게 만들고 유리조각에 손가락이 다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면 넌 어떻게 하겠니? 울겠지? 나는 그 때 울었던 진아와 진경이 언니의 엄마야. 언제나 검은 상복을 입고 다니지.
꿈 속에 검은 상복을 입은 어떤 아줌마가 울고 있으면 그게 바로 나야. 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너의 아빠에게 충고해주기 바란다. 우는 언니들의 아빠를 괴롭게 하지 말라고...그리고 그 언니의 아빠의 소원이 통일을 이루는 것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너의 아빠에게 충고해주기 바란다. 길을 막고 서있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나라와 민족에 좋은 일을 하는 아빠가 되어달라고 부탁해주기 바래.
김양무 선생님이라고 나중에 너도 알게 되겠지만 너의 아빠와 같은 분들이 달려들어 두들겨패고 가두고 병들게 하여 죽인 거야. 그분의 장례식을 앞두고 너무나 억울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사진을 들고 길을 걸어가다가 너의 아빠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겠니? 방패를 들고 있었어. 누가 화살을 쏘았대? 방패를 들게?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더니 많은 경찰관들이 한꺼번에 길을 막아서지 뭐야?
그런 중에 영정이 깨지게 되었는데 경찰서장님이 사과한다고 했단다. 그리고 보상해주겠다고 한거야. 그런데 말이야 종로경찰서장님이 지금까지 보상을 해주지 않는거야. 그래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경찰서장님께서 지워버리는 거야. 윤수야. 너의 편지는 지우지 않는 것을 보니 그분들도 어린이의 말은 존중하더구나. 그래서 나도 어린이에게 편지를 쓰게 됐단다.
너의 아빠가 너희들을 키우고 외식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도둑도 잡고 나쁜 사람들을 가두는 경찰이 되어주면 참 좋겠다. 그런데 반대로 착한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가는 길을 막아서면서 너희들을 행복하게 키워주는주겠구나.
진아언니는 아빠를 잃고 날마다 슬퍼한단다. 진경이 언니는 아빠가 못 다 이룬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날마다 언니 오빠들하고 함께 미군 철수를 외치고 다닌단다. 너도 이담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기 바란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너도 황선 언니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아니 유관순 언니처럼 유명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너의 아빠처럼 착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거짓말쟁이 경찰서장님께 세배드리러 다니지 말고 정직하고 자존심 강한 대한민국의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구나. 너의 선생님께 이 편지를 보여드리면 어떻겠니? 선생님도 이 편지를 쓴 아줌마를 욕하지 못할거야. 너희 아빠를 욕하지도 못할거야.
선생님 생각에는 김대중님이 나쁘다는 말을 하게될거야. 아빠도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서장님도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김대중님이 남의 나라 종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란다. 윤수야 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배웠지? 통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배웠지? 너의 아빠가 이런 식으로 무자비하게 애국자에게 나쁜 짓을 하는데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거야.
어린 네가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고 속상하다고 선생님께 물어봐. 선생님은 바르게 말해주실 거야. 아니면 양심을 속이는 분일 수도 있지만 너의 아빠처럼 내놓고 나쁜 짓을 하는 분들 보다는 조금 나을거야.
윤수야 사랑하는 대한의 어린 싹에게 학교 선생님 출신인 내가 미운 편지를 보내게 되는구나. 너무나 슬프고 억울하여 너에게라도 위로 받고 싶어서 글을 쓴 거야. 미안하다.
2000. 2. 27. 일. 오후 7: 50
착한 어린이 박윤수에게
덧붙이는 글 |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