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05 21:55수정 2000.03.06 13:1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응급실 복도까지 환자들이 꽉 차있었다.
응급조치가 된듯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링겔꽂고 있는 사람
코에다가 호수꽂은 사람
팔뚝에 석고를 댄 사람
웃는 얼굴들은 하나도 없다.
다들 슬픈 영화를 보고 난 표정들이다.
그 틈속에서 나는 양과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이다.
지난 토요일 짜장 한 그릇을 먹고 나더니
"배가 아파 조퇴합니다."
하고 나갔고
월요일 아침에는 그의 부인이 전화를 내게 걸어와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심해서 응급실에 와있습니다."
하더니 양과장은 어렵사리 입원실에 들어와 하고 있었다.
코에다 링겔꽂고 가슴에 심전도 조각 고무판을 붙히고는 갑자기 중환자가 되고 말았다.
부인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 봐라. 담배 끊었더니 병났지. "
하고 내가 놀린다.
그레고리펙 비슷하나 더 잘생긴 양과장은 웃도 못하고 괴롭다.
"IMF 탓하지 마라. 이건 한켜 한켜 만들어진 병이니 술 사준 사람들이 책임질 병이다. 김부장에게 연락해서 오라 해야겠다.."
"아이고 부장님 제발요. 요꼴좀 면한 뒤에 누가 오면 올까 말마세요. "
김부장은 지난 번 회사 그만두고 설날 지나 부인이 끌던 차로 교통 사고를 낸 그 김부장이다.
지난 번 양과장은 김부장네에 가서 소주 한 병을 하고 양주 세병을 마시고 출근은 용하게 하였으나 사람 자체가 양조장으로 되어버려 어찌나 술냄새를 풍기는지 쫓아내듯 집으로 내몰았었다.
사실 그 날 이후로 가끔 속이 불편하다고 해왔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승자박이다.
이번 주 내내 검사. 검사란다.
"입원하고 있는 중에 회사가 없어지겠다. 빨리 회복해야지. 그때 한 잔 하자. "
"부장님, 술얘기 하지 마세요. 울렁댑니다."
부인은 간병하느라고 밤낮없이 병상을 지킨다.
딸 딸 딸 의 아빠인 양과장을 돌보라 집에 두고 온 애들 신경쓰라 어려운 일이 첩첩이다.
문병오는 사람들은 나처럼 말 한 마디 던지고 가면 그뿐.
시작만 있고 끝이 안보이니 딱하다.
병문안가서 환자는 괴로워하지만 간병인들을 좀 웃기고 무게 얼마 안 나가는
"쾌유를 빕니다 "
하는 봉투 하나가 얇아서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나는 양과장은 잠시 요양만 하면 일어나 나오려니 편안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덧붙이는 글 |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다. 함께 근무하던 실명 그대로 양과장은 죽었다.
건강하고, 열심히 일하고 술 잘먹던 그가 죽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죽어가고, 예고없이 사라진다.
그 기록이다. 40쪽의 분량을 나누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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