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주와 회갑잔치

-잔치 치르고 초상 치를 일 있냐

등록 2000.03.05 21:31수정 2000.03.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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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생명의 부름을 받고 인고의 노력끝에 세상에 사람으로서 태어나 60년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속에서 많은 우여곡절과 인고의 시간속에서 때로는 마지 못해서, 어쩔수 없이 죽지 못해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자신이 추구해야 할 삶을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들과 끝까지 반항(?)하며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 중에 나는 어떤 부류인가?

새해가 되면 때로는 호기심에서 관심으로 혹은 무관심으로 토정비결이나 한 해의 운수나 그 사람의 사주를 보는 경우가 있다.


얼마전 어머니의 회갑을 앞두고 형제들간의 의견이 잔치를 치러 주자와 여행을 보내 주자 등 의견이 분분하여 주위 사람들의 권유도 있고 하여 아는 분을 통해 어머니의 사주를 보며, 회갑연을 치러 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여행이 좋은지에 대해 의견을 듣게 되었다.

으레 하는 것처럼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되짚어 보더니 올해의 용띠해가 삼재에 들었는데, 삼년에 걸쳐야 하는 것이 일년에 다 들었고, 또 살이 껴서 잔치는 안하는 것이 좋다며, '잔치 치르고, 초상 치를 일 있냐'고 딱 잘라 말했다.

섬뜩 했다. 안그래도 60평생을 살아오시면서 많은 병치레와 고생을 품고 사신 분인데 웬 날벼락인가 했다. 그래서 여행을 물어 보았더니 안 가는 것이 좋다고. 다만 가는 것도 괜찮지만 가까운 곳 산책을 하게 하고 1년 뒤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를 해주었는데, 순간적으로 '정말 지지리도 복도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흔히들 좋은 일이야 안 맞아도 미련이야 남겠지만 안 좋은 일은 거의 맞는다고 믿고 있기에 부모님을 설득해가며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앞으로 펼쳐질 일, 앞날을 내다 본다는 것은 누구나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천기누설'이기에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자식들 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어머니. 그 많은 고생속에서도 오늘을 기다렸을텐데 특별히 의미부여를 하는 회갑연은 물론 여행까지도 안 보내주는 것이 이해를 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셨던 어머니. 앞으로도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실 것 같다.


앞으로의 생애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행하여 그렇게 펼쳐지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그것은 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사주의 내용을 따르겠다고 선택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산다면 얼마나 산다고 그런 걸 믿고, 자식된 도리를 안하느냐고...


그러나 아직도 못다한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앞으로 해야 하기에 그렇게라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가족 및 친지분들과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여행은 더 좋은 시기를 위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날을 위해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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