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감청망 에셸런 현황과 논란>

등록 2000.03.06 18:54수정 2000.03.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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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전세계 통신 감청망인 `에셸런(Echelon)'이 과거 이 조직에서 일한 관계자들의 연쇄 증언에 의해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초 유럽 언론에 의해 제기된 에셸런의 은밀한 활동은 미국내에서도 국가정보국(NSA)이 국내 정치인에 대해 도청을 실시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지구촌 전체로 증폭되고 있다.

에셸런은 국제 산업 스파이 활동은 물론 국제사면위원회(AI)나 그린피스와 국제 인권 환경단체를 도청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해 주고 있으며 특히 테레사 수녀나 영국의 다이애너 전 왕세자비, 찰스 왕세자,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아들 마크 대처같은 개인들의 전화 통화내용도 도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브라더(Big Brother)'처럼 모든 것을 통제하는 엄청난 세계적인 감시 체제가 지구촌에 비밀리에 구축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10개의 도청센터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셸런는 미국과 영국 외에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국 정부들은 그동안 에셸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해왔으나 미국과 유럽에서 마침내 그 실체가 하나씩 폭로되고 있다.

▲폭로 경위=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기자인 던컨 캠벨은 지난 1980년 요크셔에서 NSA가 운영하는 통신기지를 발견한 뒤 8년 동안 이 통신기지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그는 98년 1월 유럽의회에서 `감시기술의 발달과 경제정보 남용의 위험성'이라는 에셸런 관련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거대권력에 의한 전세계 통신감청의 의혹을 폭로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紙)는 지난해 4월 캠벨의 보고서를 포함한 유럽연합(EU)의 비밀문서를 인용,비행기의 사닥다리형 편대를 일컫는 `에셸런'이라는 이 통신도청망이 미국을 주축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BBC방송은 같은해 11월 2일 이를 확인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BBC방송은 특히 호주의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 전세계를 오가는 유선전화, 팩스, 전자우편, 무선통신 등을 도청할 수 있는 세계적인 통신 감청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도해 에셸런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벗기는 계기를 제공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부에 요청해서 입수한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문서를 지난 3일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했으며 이 문서는 에셸런이 80년대 초반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고 미 국방부 산하 NSA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때 공개된 비밀문서에는 또 지난 95년에 작성된 에셸런 활동내용 보고서도 포함됐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 웨스트 버지니아주에 있는 슈거 글로브 전자감시센터와 전세계 미 공군과 해군기지 중 일부에 에셸런 담당부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시 전(前) CIA국장은 지난 24일 미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에셸런의 실체를 시인하면서 미 정부가 비밀도청한 정보를 미국 기업의 해외계약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지난 23일 브뤼셀에서 사법내무위원회 청문회를 열고 에셸런을 추적해온 영국 언론인 던컨 캠벨의 보고서를 통해 에셸런이 1948년 공산국가들에 대한 군사정보 수집용으로 창설됐으나 현재는 유럽기업의 활동을 감청하는 경제스파이용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청 방법과 능력 = 유럽의회에 제출된 캠벨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셸런에는 미국 NSA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정보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화통화와 팩스, E-메일 등의 정보를 시간당 최고 수십억건씩 감청하고 있다.

미국은 중남미, 러시아, 아시아, 중국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캐나다는 옛소련 북부지역, 호주는 인도차이나와 중국 북부지역, 뉴질랜드는 태평양 서부지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NSA는 이들 정보를 취합해 산업정보를 미국기업에 넘긴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BBC는 지난해 11월 호주 정보보안원장 빌 블릭의 말을 인용, 정보보안원내 방위 신호국(DSD)이 에셸런 통신망을 구성하는 한 축이라고 말하고 "지구 상공에는 수많은 무선통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DSD같은 정보기관은 국가안보를 위해 교신내용을

BBC에 따르면 에셸런망을 구성하고 있는 영국 노스 요크셔의 멘위드 힐 미군 기지엔 첨단 도청 기술을 갖춘 거대한 골프공 모양의 레이더 돔 30여 개가 있는 데 이미지는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 있는 미 NSA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것.


또 이같은 통신 감청 기지는 영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설치돼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紙)는 최근 유럽의회에 제출된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120개가 넘는 위성을 기반으로 한 도청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중이며,이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만 한해 150억-20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에셸런 네트워크의 통신 감청 능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으로 강력한 음성 인식을 가진 에셸론의 슈퍼 컴퓨터는 수신된 국제전화, 팩스, 전자우편, 무선 통신 내용을 입력된 주요 단어나 메시지 형태에 따라 검색, 테러 범죄 등의 증거를 찾아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셸론은 이처럼 강력한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상업 거래 등 민간 부문의 통신까지도 감청해 분석한다.

▲활동내용=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27일 에셸런이 정치인들은 물론 고(故) 테레사수녀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등의 통화내용까지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NSA의 전(前) 직원인 웨인 매드슨의 증언을 인용해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국제 자선단체 업무와 관련해 도청당했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아들 마크 대처는 영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간의 무기거래 때문에 도청당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바티칸 교황청 등도 도청 대상이었으며 교황이나 테레사수녀의 통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울시 전CIA국장은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유럽 기업들이 과거에 중남미와 중동, 극동에서 뇌물로 구매계약을 따내려한다는 첩보가 여러차례 입수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셸런을 통해 입수한 비밀정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밀감청된 정보는 국제 기업들간 정상적인 경쟁에는 사용되지 않고 유럽이 거액의 국제 사업계약에서 뇌물로 사업권을 수주하려할 때만 동원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럽은 미국이 국제거래시 미국 기업이 유럽의 경쟁 업체를 누를 수 있도록 비밀감청망인 에셸런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불법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실제로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수백만달러 규모의 항공기 수주전에서 유럽 에어 버스와 각축전을 벌인 보잉을 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의회의 지원을 받아 에셸론의 존재를 추적해온 캠벨은 지난 23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NSA가 브라질에서 발주한 공사에 입찰한 프랑스 업체의 통화내용을 알아낸 뒤 미국 경쟁사에 알려줘 미국 회사가 입찰을 따낸 증거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의 국제통화 내용을 도청한다고 어디가서 억울하다고 말할수도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세계는 통신 감청에 관한 한 아무런 안전판도 시정책도 없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의 일간지 사노마트는 지난 94년 사우디 아라비아에 에어버스 항공기와 무기를 공급하려던 프랑스 상사들의 계약이 마지막 순간에 좌절된 배후에는 이같은 산업상의 편의에 따른 영향이 미쳤을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사가 분명히 에셸런망을 통해 프랑스측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입수한 후 49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국제적 파장=프랑스 변호사들은 P-415 에셸런으로 불리는 세계최강의 비밀감청망이 지난주 비밀해제된 미 NSA의 비밀문서에서 확인됨에 따라 미국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더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프랑스 의원들은 지난 95년 유럽의 에어버스 컨소시엄이 350억 프랑의 계약을 놓친 것도 에어버스의 거래조건 제시가 감청돼 경쟁사인 보잉사에 제공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NSA는 에셸런을 활용, 미국 정치인들의 전화 내용까지 도청했다고 인터넷 신문인 드러지 리포트가 지난 24일 주장했다.

NSA의 최대 첩보수집 지국인 영국 멘위드 힐에서 근무했던 마거릿 뉴섬이라는 여성은 미국 정치인들도 도청의 대상이 돼왔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도청 헤드폰을 통해 스트롬 더몬드 하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음성을 듣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C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60분'에서 증언했다.

NSA 활동을 감독하는 미 하원 정보위원장인 포터 고스 의원(플로리다주)은 미국 당국이 어떠한 전화 내용도 들을 수 있고 심지어 NSA가 자신의 전화내용도 도청할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23일 캠벨의 보고서를 듣는 청문회에서 미 정보기관이 국제사면위원회 및 국제적인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같은 비정부 기관들에 대해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레엄 웟슨 유럽의회 사법내무위원장은 에셸론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를 중단시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고 유럽연합(EU) 시민자유위원회도 영국이 미국의 산업정보 수집을 도와 회원국들에게 등을 돌렸다고 비난했다.

존슨 월터 그린피스 통신국장은 암스테르담의 본부에서 사노마트 신문과 가진 회견을 통해 에셸런이 그린피스를 감청해왔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아니타 티센 대변인은 정치범 석방과 관련, 정부에 보낸 메시지의 기밀이 누설되지 않았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에셸런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이를 관리하는 NSA에 대해 국내외 통신감청의 법적 기준에 관한 보고서를 6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최근 요구했다.
로버트 바 하원의원(공화)은 광범위한 에셸론의 활동범위를 고려할 때 권한남용 등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해외도청과 각종 통신감청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안보국(NSA)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 소집요구 법안을 제출했다. 상원에서도 바 의원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상태이다.

또 덴마크와 이탈리아 정부관리들은 에셸런의 활동을 밝혀줄 것을 미국측에 요구했다.

한편 미 ABC방송은 26일 에셸런 비난의 선봉에 선 프랑스도 미국 등 외국의 정부기관과 기업을 감청하기 위한 자체 시스템을 설치 운영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감청시설이 프랑스령 기아나와 도르도뉴 지방에 있는 돔시(市), 누벨칼레도니, 아랍에미리트 연합 등에 설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위성 첩보수집능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략 한달에 200만건 정도를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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