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07 12:57수정 2000.03.07 15:0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계가 없을 때 어찌 살았느냐고? 아, 그 때야 해 분꽃피면 쌀 앉히고, 달맞이꽃피면 밥먹고 뭐 그런 식이었지. 약속은 어떻게 했냐고? 아, 무슨 약속이 필요하나? 그냥 아무 때나 가면 만날 수 있는 걸..."
송파노인복지관에서 장수대학 강연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시원하게 해 주신 대답이다.
'작은것이 아름답다'가 4월 1일을 '시계 보지 않는 날'로 정하고 예전, 시계가 없던 때는 어떻게들 사셨나 여쭈었더니 여기 저기서 옛날 얘기를 해 주신다. 시계 없어도 불편한 거 하나 없었다, 농사 짓는 데는 시계보는 거보다는 하늘 쳐다보고 땅 들여다보는 게 훨씬 낫다, 이런 말씀들... 젊은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당신의 이야기를 해 주시려는 그 마음이 올곧게 느껴진다. 살아 있는 지혜를 들으면서, 이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 풀어놓을 데가 없는 이 땅의 현실이 안타까워진다.
복지관의 유경 과장은 말한다.
"여기에는 노인봉사자도 굉장히 많아요. 노인을 돌보는 데는 젊은 사람보다는 같은 동년배 분들이 훨씬 대하기 편하거든요. 일어도 가르치고, 서예도 같이 쓰고, 소설읽기같은 것도 서로가 서로를 지도하면서 흥겹지요. 젋은 사람이 못하는 연륜이 이 분들껜 있어요. 게다가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열심이시죠."
봉사는 젊은 사람 몫이라고만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였다.
유재완 할아버지도 자원봉사를 하고 계신 분인데 장수대학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의 출석 점검도 해 주시고, 초보 일어 강의도 하신단다. 학교에서,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퇴직 후에도 소중한 일꾼으로 쓰여지는 게 못내 즐거워 보였다.
이 곳의 할머니들은 또, 작년 겨울 손수 뜨개질한 옷을 입고, '노인패션쇼'를 직접 열어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서, 기회를 찾기 못해서 무료하게 지내는 노인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 분들을 그저 남아도는, 쓸모없는 인력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분들의 경험이 녹아 있는 세월을 그냥 묻어두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텔레비전에서도, 사회에서도 노인들은 그저 뒷전에 뒷짐지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복지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열심히 그림을 배우고, 전통춤을 배우고, 탁구를 치고 하는 것들을 보며 이 분들에게도 이 사회의 문은 공정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는 '새로운 삶의 문화 열기'라는 작은 캠페인을 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5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2월 1일은 '웃는 날' 3월 1일은 '텔레비전 끄는 날'로 정해 독자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송파노인복지관 장수대학에서는 '작아'와 함께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하셨구요. 오는 4월 1일은 '시계 안 보는 날'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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