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 중에 토요일 저녁시간대에 방영되는 '생방송 퀴즈가 좋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는 이 프로를 즐겨본다.
각 방송사별로 여러 퀴즈 프로그램이 있지만, 나는 이 '생방송 퀴즈가 좋다' 를 가장 좋아한다.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진행이 마음에 드는데다가 출연자와 더불어 문제를 푸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한 문제를 맞출 때마다 상금이 배로 올라가는 것도 흥미롭고, 그 돈의 절반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적립하는 것도 매우 마음에 든다.
만일 그 돈의 전부를 출연자가 가져가거나 또는 반대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적립했다면 아마도 이 프로에 대한 나의 관심은 크게 반감됐을 것이다.
출연자가 돈을 모두 가져갈 경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소시민적 시샘의 감정으로 한탕주의(10단계까지 문제를 다 풀면 상금이 무려 2천만원이나 되니까)를 부채질하는 프로그램이라느니 어쩌니 하며 비난을 했을 것이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모두 적립할 경우 죽 쒀서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싶어 관심을 잃어버렸을 거라는 말이다.
정말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절묘한 상금 배분 방식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생겨 버렸다. 요즘 방송사들이 본연의 임무도 망각한 채 돈벌이에 혈안이 돼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로부터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것들중 하나인 그놈의 ARS가 바로 그것이다.
출연자가 객관식 문제를 풀다가 정답을 잘 모르겠을 경우 한번에 한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할 수가 있는데,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 정답을 귀띔받는 방법과 함께 또 하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불특정다수 시청자들의 정답에 대한 전화투표 방식인 ARS.
이 ARS가 바로 나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ARS 투표는 프로그램 제작과 진행을 돕는 행위이다. 그런데 어느 몰상식한 인간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같은 시청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호의를 이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시청자들의 참여와 도움을 청하면서 전화번호옆에 당당히 유료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을 바보로 아는건지 뭔지, 참 기가 막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좋은 시청자들은 기꺼이 한번에 수백, 수천명씩 전화들을 해주곤 한다. 전화를 건 사람 중에서 추첨을 통해 선물을 준다는 유혹때문일까?
방송국도 미쳤고, 전화를 거는 시청자들도 정신이 나갔다. 하다못해 동네 구멍가게들까지 수신자 요금부담 전화인 080 서비스를 개설하고 있는 마당에 이게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인가 모르겠다.
시청자들을 무슨 봉으로 아는지 시청해주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도움을 주는 걸로도 모자라 주머니까지 털어먹으려 드는 방송사의 염치없는 수작은 즐겨보는 프로에 대한 호감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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