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경영권 방어 비상

등록 2000.03.21 19:35수정 2000.03.2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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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의 선두 주자로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녔던 골드뱅크가 적대적 M&A에 휩싸여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일제당 이미경 상무가 골드뱅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재벌의 벤처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주 새롬기술과 네이버의 합병에 삼성그룹이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터여서 이번 골드뱅크의 적대적 M&A 사태를 지켜보는 벤처 업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재벌이 벤처를 넘보기 시작한게 아니냐는 우려때문이다. 특히 벤처기업 경영주들의 지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가 많아 '벤처기업=사장 얼굴’이라는 등식에만 안주했던 일부 벤처기업은 당장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일단 벤처 업계는 당혹감과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일궈낸 벤처기업의 성공 신화를 대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손쉽게 삼키려는데 대한 당혹감과 '혹시 우리 회사도'하는 우려감이 그것이다.

한 벤처기업의 대표자는 "대기업이 충분한 인적, 물적 여력이 있는데도 직접 창업을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골드뱅크가 일부 출자한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골드뱅크 자금이 들어와 코스닥등록에 애를 먹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소개한 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미래를 10년쯤 후퇴시키는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이 벤처기업의 미래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증자를 거치면서 지분율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벤처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참담한 심정까지 든다"고 말했다.


코스닥등록법인의 한 경영주는 "경영주의 공과를 떠나 대기업이 돈 잔치를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관련 부서에 실태 파악과 우리 회사 상황을 보고하라고 긴급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쪽에서는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상당수 벤처기업이 수차례 증자를 거치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경영권을 위협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스닥등록법인만 하더라도 경영주의 지분율이 5%도 안되는 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그간 경영주들이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경영권 확보를 통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 전략에는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벤처기업들이 '사장 얼굴’만 믿고 자금 확보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율 유지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벤처기업측에서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으며 이때문에 이와 유사한 적대적 M&A 가 얼마든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아직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관심을 끄는 부분이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다. 이날 골드뱅크 김진호 사장이 주장한대로 소액주주들이 과연 현경영진의 편을 들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재벌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에 따라 승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뿐 아니라 향후 적대적 M&A가 다른 벤처기업에서 시도될 때도 중요한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의 지분율이 낮은 벤처기업들의 경우 소액주주의 지분을 우호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자는 결국 자신에게 어느 쪽이 수익율을 높여줄 것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이것이 명확히 해지는 시점에서 경영권 방어냐 획득이냐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골드뱅크측이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고도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보는 '음모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증시 주변에서는 최근 M&A가 증시의 최대 테마로 떠오를 기미를 보이자 골드뱅크측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그간 골드뱅크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M&A설이 제기됐었다. 이들은 이때문에 이번 일을 적대적 M&A로 해석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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