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의 좌우지간 중국 이야기(11)

까치집이라 욕하지 마라

등록 2000.03.24 13:24수정 2001.07.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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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수속을 마치고 위해항 광장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 시끌벅적 꼭 무슨 시장통 같았다. 일행을 찾기 위해 소리치는 여행사에서 안내 나온 가이드들,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조선족들, 지나가는 중국 사람들…. 중국 사람들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큰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람들을 헤치고 유유히 나타난 가죽잠바를 입은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리의 쓰루(through)가이드 권동지이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가죽잠바를 입고 썬글라스를 낀 모습이 처음엔 무슨 어깨 같기도 했지만 단장님이 중국에 오실 때면 언제나 만사를 제쳐놓고 마중을 나오는 의리의 사나이였다.


우리는 떠밀리듯이 기다리고 있는 봉고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 타려다가 난 깜짝 놀라 떨어질 뻔 했다. 아니 이럴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차의 기사가!!! 궁금하지? 말할까 말까!

그건 조금 있다가 알려주지. 우리가 타고 있는 차 주위로 순식간에 조선족들이 몰려들었다. 기사가 우리보고 뭐라 뭐라 하는데 통 알아듣지를 못하자 한 조선족이 친절하게 통역해주었다.

"가방은 차 뒷자석에 두래요"

우리는 흘끔흘끔 기사의 눈치를 보면서 뒷자석에 짐을 가져다 두었다.
"웅담 사. 웅담. 진짜 웅담. 한국돈 만원. 한국돈 만원"

중국사람 같았는데 어디서 우리말은 배웠는지 떠듬떠듬 웅담 사라고 소리를 쳤다.


"북한돈 사. 한국돈 만원. 한국돈 만원"

또 한 중국사람이 북한돈 사라며 앨범에 북한돈을 끼워 흔들며 보여주었다.


"모자 사. 모자. 한국돈 만원"
또 한 사람은 털모자를 흔들며 외쳐댔다.

'무슨 물건이 모두 만원이야. 쟤네들은 만원밖에 모르나?'

난 뭐든지 한국돈 만원, 한국돈 만원 하고 외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조선족 한족 할 것 없이 우르르 몰려드는 모습이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했다.

일행중 한 친구가 북한돈에 관심을 보이며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자 모든 사람들이 손을 잡아끌어 우리는 그 손을 다시 끌어들이느라 한바탕 힘을 써야만 했다. 그 모습을 보던 기사가 얼른 밖으로 나가 막 화를 내면서 사람들을 쫓아냈으나 그때 뿐 잠시 후엔 또다시 우르르 몰려들어 저마다 북한돈을 내밀며 손짓을 했다.

여기서 궁금해하는 기사 얘기를 해야겠다.
더 미루면 매맞을 것 같아서. 내가 놀란 이유는 기사가 얼마나 머리를 오랫동안 감지 않았던지 여기저기 까치집은 양반이고 떡이 되어서 눌러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나라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단장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상하게 바라보는 나를 보고 빙긋이 웃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은 바람이 심하고 먼지가 많아 하루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그렇게 된단다. 아침에 단정하게 머리를 감고 나와도 오후가 되면 머리가 푸석푸석 해져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다들 머리가 까치집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와는 달리 아침에 출근하면서 머리를 감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퇴근해서 머리를 감는 사람이 많단다. 그래야 집이 더러워지지 않고 잠자리에서 마누라에게 핀잔 듣지 않는대나 뭐래나.

그러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염려하는 우리네 문화적 습관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의 내실을 기하는 중국 사람들의 문화적 관습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우리가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게 아닐까?

그러고 있는 동안에 우리의 쓰루가이드 권동지가 빼앗긴 컴퓨터건을 마무리짓고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권동지는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와 대략의 일정을 설명하고 서둘러 장보고의 얼이 서려있는 적산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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