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종이 신문의 미래

한국편집기자협회 '종이신문의 미래' 세미나3-김효정 부산일보 편집기자 발제문

등록 2000.03.24 17:19수정 2000.03.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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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언론의 제왕이다'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신문이 차지해온 자리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신문이라는 미디어의 오랜 역사에서는 물론 다른 미디어와 구별되는 고유한 기능에 있어서도 그렇다. 신문의 이러한 위치는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TV같은 전파 미디어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흔들리지 않고 제1인자의 지위를 지키며 성장해왔다.

물론 신문이 이들 전파 미디어가 가진 정보의 '속보성'과 '보고 듣는 맛'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의 다양성과 깊이 그리고 '글로 읽는 맛'에서는 여전히 전파 미디어의 추적에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문은 오히려 전파 미디어의 도전에 맞서 취재와 제작 기술의 개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21세기의 문턱에서 신문은 새로운 기로에 서 있음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첨단 미디어의 등장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위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우리는 신문의 몰락을 목격하게 될까.

종이신문의 사망선고(?)

94년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인터넷이 화려하게 개화한 이후 지난 수년간 전세계에서는 '종이 신문의 죽음'을 주제로 여러 가지 논의가 전개돼왔다. 그리고 그같은 논의는 기존의 신문들을 향해 끝없이 인터넷의 공포를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종이 신문의 불안한 미래는 인터넷의 등장 이전에도 경고된 바 있다.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공상 소설가 줄 베르느는 140년 전에 쓴 '20세기의 파리'라는 소설에서 '신문의 죽음'을 예언했었다. 미래의 20세기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서 신문 독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 CNN의 테드 터너는 81년 10년 안에 손에 드는 신문은 사멸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으며 90년에도 다시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이외에도 매체평론가, 작가들이 여러 번 이같은 경고를 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20세기에는 이같은 주장이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금세기의 신문은 TV와 인터넷의 도전을 받으면서 '탄생 300여 년'의 역사 속에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자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2000년을 맞으며 인터넷의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관련, 좀더 구체적인 신문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지난 2월 자신있게 "2000년에는 신문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라고 호언했다.


배리언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정보과학대학장은 조심스럽게 "인쇄 매체의 죽음은 급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세기 내내 길고 느리고 지루하게 계속되는 인쇄 매체의 사망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신문은 미디어의 신인가

물론 앞서 제시한 것처럼 종이 신문의 종말과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찬양일변도의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기존 미디어를 능가하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신문, TV같은 보편적인 미디어로 성장하는 데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게 현실적인 인식이다. 나아가서는 인터넷 미디어가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어서 향후에도 종이 미디어의 보조적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호언장담도 나오고 있다.

"노트북 들고 화장실에 갈 수 없어"
지난 98년 뉴욕 타임즈의 인터넷 사이버섹션은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되고 있는 한 연극 대사를 이렇게 인용한 적이 있다. 이 대사에는 새 미디어의 탄생에 대한 보수주의적인 반응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인터넷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가 들어 있다.

인터넷이 새로운 주류 미디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문이 갖고 있는 휴대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오늘날 신문은 점점 덩치가 커져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느 공간이나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본래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어느 장소에서든 손쉽게 잘라서 스크랩을 해둘 수 있고 복사 또한 간단하다. 이렇게 휴대가 쉬우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오락 정보까지 각 분야에 걸친 다양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인터넷 신문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신문은 링크를 통해 다른 정보로 이동하며 이는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존재이다. 링크를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다음 페이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하고 필요한 링크를 찾아내는 일은 인터넷 이용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의 하나이다. 또 다양한 출력기능이 있다 해도 화상을 통해 문자를 받아들이는 행태는 아직까지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의 이용자와 종이신문의 독자

지난해 한국정보문화센터는 전국의 성인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정보화 사회 인식 및 수용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는 컴퓨터 이용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를 알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사용을 계기로 TV 시청, 수면 시간, 독서 시간, 취미 생활, 라디오 청취 시간은 현격히 줄었다고 답했으며 특히 TV 시청 시간이 줄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신문 읽는 시간이 줄었다는 응답은 적게 나타나 대조를 보인다.

조사자의 80%가 신문 읽는 시간이 늘었거나 변화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아직까지는 인터넷이 종이 신문의 구독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신문 16개사를 비롯 57개의 라디오, 12개의 TV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콕스 엔터프라이스사의 마이클 파커 사장이 지난해 5월 IPI총회에서 발표한 '신문의 소비자와 인터넷 사용자들의 온라인 정보습득 방식'의 내용도 참고할 만하다. 그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뉴스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들은 심층분석 스토리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간단한 뉴스 해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이긴 하지만 인터넷 상용자들의 84%가 인터넷상에서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니기 위해 79%가 E메일이나 채팅 또는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조사도 있다.

인터넷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선 미국의 경우 전미신문협회가 최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기존 신문사들의 웹사이트 이용자 중 82%가 해당 신문사의 종이 신문도 함께 보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 종이 신문 독자를 뺏는다기보다는 오히려 독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신문 발행 부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도 신문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뉴미디어 정보는 기본적으로 전문적, 개별적, 단편적인 성질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도 21세기 종이 신문의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신문은 뉴미디어보다 종합·다원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신문업 전자화의 위험성

신문사가 신문을 전자화하는 데 필요한 설비 투자는 엄청나다. 이는 신문사로 하여금 투자한 자본을 회수해야 하는 압박감을 갖게 한다. 그렇게 되면 신문사는 훨씬 더 상업주의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게 되고 보다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사들이 성장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업화되고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것이 현실인데 정보산업화함으로써 자본의 논리만을 쫓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게다가 신문이 정보산업화하면 신문의 주된 관심사가 아예 저널리즘 활동에서 정보처리 활동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문이 언론으로서의 권력과 기업을 감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매개하기보다는 정보처리의 능률화에 매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산업화가 자질구레한 정보를 간편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에 기자는 기사를 발굴하기보다는 관급 정보나 홍보 자료를 다듬는 일에 종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신문에서 저널리즘이 실종되고 단편적이 정보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신문업이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 종이 신문의 역할 설정

지난 50년간 종이 신문은 이미 커다란 역할 변화를 겪었다. 빠르고 생생한 현장뉴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TV에 넘겨주고, 신문은 해설과 심층보도를 강화했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 해설과 심층보도 강화, 취재보도의 전문화, 독자중심 편집 등은 이미 신문이 창의적으로 자신의 몫을 찾은 결과물들이다.

이제 세기의 전환과 함께 인터넷이 정보의 양, 정보흐름의 속도,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상호소통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매체를 압도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뿐만 아니라 정보 네트워크로서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량과 속도는 어떤 매체도 경쟁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이다. 바로 여기가 신문의 새로운 역할이 생겨나는 지점이다. 한마디로 정보가 너무 많고, 너무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정보 홍수 속에서 독자는 무엇이 내게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인가를 알고 싶어한다. 정보가 없어서 걱정이 아니라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신문의 몫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쏟아지는 사건 정보를 파편처럼 나열하지 말고 사태의 전모와 관련시키는 비판적 성찰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독자들이 도무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란스러울 때 정보를 정리하고, 선별하고, 해석하는 체계적 그림(이를 우리는 지식이라 부른다)들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그림은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다양한 '그림들'이어야 한다.

둘째, 정리하고 선별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우리는 지식과정(knowing)이라 부를 수 있고, 새로운 세기에는 정보와 지식을 모으고 축적하는 일보다 지식과정을 수행하는 능력이 더욱 긴요해진다. 신문을 읽는 일이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지식과정을 훈련하는 교육의 장(場)이 되도록 하는 역할이 새롭게 주어진 것이다.

독자는 신문을 읽으면서 왜 그 사태에 나는 흥미를 갖는가, 그 사건은 나와 내가 사는 공동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묻고, 내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분별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것이다. 어떤 신문편집과 뉴스의 형태가 이러한 서비스에 적합한가는 우리 신문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참고자료와 서적

- 부산일보 인터넷사업팀 '인터넷신문 연구방안'
- '글로벌'변화와 언론의 미래 (이광재 경희대교수)
- '다매체·다채널' 언론의 새구조(강상현 연세대교수)
- 밀레니엄 시대의 신문과 통신(이병국 한서대교수)
- 21세기 신문산업의 미래(이효성 성균관대교수)
- 새천년을 맞는 신문(강명구 서울대교수)
- 한국정보문화센터 조사자료
- 英 프레스가제트 '정보자유법안'관련기사
- 美 니만리포트 여름특별호
- 日 신문협회연구소 '디지털 정보시대 신문의 미래'
- 美 미디어스터디스저널 '미래의 언론'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와 서적

- 부산일보 인터넷사업팀 '인터넷신문 연구방안'
- '글로벌'변화와 언론의 미래 (이광재 경희대교수)
- '다매체·다채널' 언론의 새구조(강상현 연세대교수)
- 밀레니엄 시대의 신문과 통신(이병국 한서대교수)
- 21세기 신문산업의 미래(이효성 성균관대교수)
- 새천년을 맞는 신문(강명구 서울대교수)
- 한국정보문화센터 조사자료
- 英 프레스가제트 '정보자유법안'관련기사
- 美 니만리포트 여름특별호
- 日 신문협회연구소 '디지털 정보시대 신문의 미래'
- 美 미디어스터디스저널 '미래의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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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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