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아침, 기자는 수많은 경찰들 가운데에서 약간의 황당함을 머금은 채 서 있었다. 이유는 가까스로 도착한 운동장의 벽면에서 '제48회 대통령배 축구대회'라는 현수막 대신 '제2회 서울 경찰기동부대 한마음 체육대회'라는 조금은 낯설은 현수막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간지에서 효창구장을 하나 더 만들었나?".
경기 일정 기사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분명 그것이 아니었다. 그 일간지의 오보였다.
"어쨌든, 이거 흔치 않은 구경인데..".
한동안의 망설임 끝에 경기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며 경찰들의 체육대회를 구경했다. 그런데, 그들만의 축제를 지긋이 감상하던 것도 잠시, 기자는 곧 또 다른 곤혹스러움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런 당혹감 속에 두번째로 다가온 고민의 대상은 다름 아닌 그들이 보여준 '카드 섹션'에 있었다.
물론 그들이 가진 '특수성'을 감안하여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도 있었지만, 이것이 기자에게 굳이 이유있는 곤혹스러움으로 다가온 것은 최고 책임자의 이름이 새겨진 카드섹션이 스탠드의 한 구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무영', '청장님', '환영'. 모양을 바꿔가며 반복되던 이 카드 섹션은 개회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옆 좌석에 배치된 부대에서는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라는 또 다른 카드 섹션이 경쟁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우리의 '체육대회 행사문화'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독재 시절의 잔재'라든가, 몇 몇 인물 중심의 구태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정치현실 등을 감안해 본다면 이러한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그 모습을 감추지 않고 계속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러한 무분별한 개인 추종 문화가 그동안 어떠한 결과를 낳아 왔고, 또 지금도 어떠한 결과를 낳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결코 기우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의 경찰이 시위 진압과 대민 봉사 등 기타의 여러 면에서 그동안의 불합리한 태도와 관행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그들의 '생각 바꾸기'에는 조금 더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덧붙여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냥 미래가 아닌 제대로 된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
아울러 아쉬움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부활된 지 얼마 안된 우리 경찰의 체육대회가 앞으로는 엘리트 체육과 같은 '소수 경쟁' 위주의 방식보다는 참가한 경찰 모두가 다같이 뛰고, 또 다같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모두를 위한 경찰 체육대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쨌든, 응원 온 가족과 애인의 손을 붙들고 한껏 즐거워하던 어느 전경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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