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첫경험은 언제나 가슴설레는 일이다.
첫소풍을 가는 초등학교 1학년이 소풍전날 하얀눈으로 밤을 새듯 33살의 노총각이 되어도 첫경험은 여전히 가슴뛰는 이벤트이다.
나는 어제 태어나 처음으로 아찔한 첫경험을 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비행기 타기'
전날 전화로 예약하고 난 후 왜 그렇게 가슴은 뛰는지, 잠은 또 왜 그리 오지 않은지. 정말 나는 촌놈이 서울가기 위해 기차를 처음 탈 때보다 설레였고 그녀의 입술을 처음 훔칠 때보다 떨렸었다.
아! 봄이 오는 우리나라의 하늘을 어떤 빛일까?
설레는 가슴을 진정하고 억지로 눈을 붙여 다음날 나는 아침부터 비몽사몽이었다. 나는 나의 첫경험 - 아직은 치루지 않은 - 을 여기 저기 자랑하고 비행기 탄 경험이 있는 사람의 자문을 구하느나 아침부터 비맞은 개처럼 분주했다. 드디어 비행기 예약시간은 다가왔고 나는 대구공항을 향해 택시를 탔다.
택시간에서 박정희를 칭송하는 운전사 때문에 잠시 기분은 잡쳤지만 나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고 다른 사람들의 표 끊기와 출입문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따라했다.
출입문에서 잠시 몸수색을 하는동안 다시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였지만 탑승장치를 거쳐 탑승을 한후 나는 천천히 지정석으로 가 앉았다. 그러나 앉자 마자 다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왜냐고? 좌석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160cm의 숏다리인 내가 다리를 다 뻗을 수 없을 정도로 앞뒤 간격이 좁았고 옆사람과도 연신 팔꿈치가 부딪힐 정도였다.
아니 이러고도 새마을호의 2 배를 넘는 요금을 받다니!
잠시후 비행기는 거대한 소음을 내며 이륙을 했고 잠시 귀가 멍멍해지며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커피, 쥬스 뭘 드시겠습니까?'
나는 공짜인데 안 먹으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잽싸게 쥬스를 주문했고 곧 이어 나온 사탕도 한 웅큼 쥐었다.
그래도 왠지 아직은 손해를 본듯한 느낌에 열심히 공짜 신문을 읽고 있는데...
'잠시후 김포공항에 도착하오니 좌석을 원위치로 해주시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주십시오'라는 방송멘트가 나왔다.
아니 비행기가 뜬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리라리...
그래도 어쩌랴.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나는 정말 손해가 막심하다는 실망감을 안고 첫경험을 마칠 수 밖에 없었다.
아! 역시 첫경험은 기대만큼 짜릿하지 않다는 진리만 확인한 채.
덧붙이는 글 | 조금만 좌석이 편했어도 이렇게까지 손해라는 느낌은 안들었을 것을.
참, 다음날 아침 비행기에서 바라본 봄 하늘은 너무 맑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헤엄치고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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