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3.26 02:14수정 2000.03.26 17:1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두 여자는 유부녀, 한 남자는 이혼남.
자식들 있고 집안 살림 걱정하나 없이 다들 잘 살면서 사랑 때문에 만난다 했을 때, 나는 배 부른 자의 사랑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남자, 그는 색정 덩어리였다.
휴식을 모르는 정력, 여자를 수없이 혼절 시키는 그의 색기에 여자들이 어렵사리 만든 틈을 낸 밤이면 밤에, 낮이면 낮에 한 번 더, 한 번 더 하며 비명과 절정 속에 죽었다 깨어난다.
여자의 색정은 종점이 없는가.
색정남녀의 파라다이스. 나는 듣기만 해도 색정이 끓어오르니, 그 사람들이야.
그는 사업가이고 나는 그와 거래를 하는 시공사의 부장이었다.
용인 인접한 땅에 40억 짜리 빌라를 나는 그에게 수주를 맡아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회사와 내가 다니는 회사가 가까우니, 그는 가끔 내게 밥을 산다.
오라 해서 가보면 그는 여자와 함께 있다. 여자들이 때없이 바뀌고 나는 아주 조심스로웠다.
조용한 오후. 조금은 게을러질 무렵, 전화가 왔다.
" 저, N인데요. "
딱 떨어지게 이름을 밝히는 그의 애인이다.
"로라님?"
"아네요, 이제는 로라가 아네요. 이제 N 입니다."
그녀를 나는 "인형의 집"에 나오는 로라의 이름을 부쳤었다. 그녀도 내가 그리 부르면 그 이름을 받아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 무슨 일로? "
" L사장이 자세한 얘기를 했다길래. 궁금해서요. "
자세한 이야기?
"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면서 나는 그녀가 내가 묻고 있는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로라가 전화를 걸어오기전에 내가 L 사장과 만났었다.
“ 골프 잘쳤나? 작별 전 고별 경기는 누가 이겼나? "
" 내가 좀. "
" 분위기는 좋았어? "
하면서도 나는 로라와 L ,두 사람 사이 얼마나 치열한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는지 알고 조금은 걱정스러워했다.
로라와 함께 있을 때도 L에게 음성 메모를 남기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나는 그녀를 공주 언니라고 한다.
그 여자의 동생을 공주라고 L은 부른다.
그 여자는 동생이 하는 옷 가게에서 그를 버젓이 만나고, 함께 밥도 먹고 한다. 동생은 그를 형부 대하듯 하는 그 태도를 보면서 나는 현기증을 느낀다.
공주의 가게는 내가 근무하는 빌딩의 상가 안에 있다.
적당히 미모를 갖춘 미혼의 여인, 공주.
공주언니는 L이 로라를 만나기 전에 알던 여자였다.
공주언니는 내향적이라면 로라는 외향적이다.
공주언니는 가정적이고, 로라는 어느 중심 지역의 로타리 클럽의 부회장이다.
공주 언니는 시바스의 집에 전화를 걸 때 로라가 받으면 숨소리만 내고 전화를 끊고, 로라는 공주 언니가 전화를 받으면, 처음에는 함께 숨쉬기만 하다가 요즘은
" 누구예요? "
하고 마치 마누라처럼 소리친다.
L은 전처와 이혼하고 대학 2학년 짜리 딸하고 살고 있다.
로라와 공주 언니는 그의 집을 엇갈려 드나들고 로라가 들어갈 때 발치에서 공주언니는 입술을 깨물고 지켜본다.
시바스는 공주언니에게 좀 기다리라하고 로라에게는 공주언니와 헤어졌다고 한다.
로라는 시바스의 거짓을 알고 있다.
이제 , 우리의 사랑은 깃발을 내릴 때가 되었다며 로라는 말하고 그는 며칠만 더 더 하면서 내게는
" 대단한 여자야. 매력이 있고. 그러나 나는 지첬어. 그 여자의 강한 자극도 이제는 네게 자극이 안돼. 이제 보낼 때가 됐나봐. "
하고 그는 말했었다.
언젠가 공주언니를 함께 만났을 때 나는 공주 언니가 그를 보는 시선에서 갖고자 했으나 빼앗긴 여자의 처절한 원망의 느낌을 받았었다.
초등학교 6학년의 엄마며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여인이 남편 아닌 남자와 한 동네에서 천연덕스롭게 만나는 대담성과 만용에 가까운 무모를 보며 여자의 언젠가 다가올 불행과 그녀 남편의 분노에 내가 겁냈다.
공주 언니가 전화를 걸 때 나는 L의 차에 있을 때가 있었다.
나른하고 권태로운 오후를 남편 아닌 남자와 콧소리 섞인 애교로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자랑 삼아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곤 한다.
남편 있는 아내의 단순한 불륜인가?
못다한 사랑의 한풀인가 ?
로라는 여인의 동물적인 본능으로 자기와 만나면서 다른 여인의 체액과 흔적을 묻혀오는 그와 도저히 더 불안한 관계를 가질 수 없다 했다.
고운 정 미운 정 쌓기를 3년, 그냥 돌아서기 전에 이제 남남이다 하고는 마지막 골프를 로라와 L이 치던 날에도 공주언니는 L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로라는 곁에 있었다.
그린에서 로라는 보란듯이 L이 동행한 남자에게
"골프를 잘 치시네요. 다음에 치러 가실 때는 나를 불러주세요. 여기 전화번호를 적어드릴게요. 연락을 주세요. "
그의 눈에는 파란 불이 돋아오르는 것을 보고 로라는 잔인한 쾌감을 느꼈다.
그는 골프장을 나서면서
"내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줄 수가 있어? 언제 본 놈이라고 전화 번호를 턱턱 적어주는 거야?"
하는 말을 받아서 로라는 공주언니와 관계를 못끊는 그의 무책임을 다그첬다.
" 그 여자의 짝사랑이고, 나는 끌났어. "
하고 L은 말하나 로라는 믿기 보다도 코방귀를 뀐다.
내 머리 속에서는 L에게 들은 지 얼마 안되는 이야기가 가득 차있다.
거기다가 로라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서 내가 들은 그의 말에 지워가면서 또릿또릿하게 들려오고 있다.
"이제 헤어질 일만 남았어요. 남편에게 나이 열 여덟에 당해 시집 오고 애 둘 낳고 살아오는 세월이 자리 잡히고 나니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달라고 기도를 드렸어요. 응답을 받은 것이 그 사람이었습니다. 부족한 인간예요. 걸레 같은 인간을 빨고 딱아서 지냈습니다. "
L에게는 동생이라 하는 골퍼가 있다. 휠드에서 행세께나 하는 그의 주위에 여자들이 있고 그 골퍼는 그는 다가갈 수 없는 기품있는 여인을 알고 있었다. 대화가 있을 때 그 골퍼는 제가 돋보이려고 한 사내의 얘기를 걸레에 빗대며 말했다.
여자는 그 골퍼에게 걸레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철저하게 자기를 부수고 저명 인사인 남편에 대한 뼈아픈 복수를 극과 극의 남자를 통해서 이루려고 했다.
몇 달 동안 여자는 남자에 대한 조사를 했다.
이 남자는 돈은 있는가?
건달이라면 여자와 관계하고 협박 공갈을 칠게 아닌가?
이 남자는 제대로 직업이 있는가?
그는 40억 가까운 공사를 발주하고 있었고, 구로동에 오피스텔과 용인에 빌라를 짓고 있었다.
이 남자는 나의 육체의 한을 풀어줄 것인가?
필요 없는 기우로서 그는 욕망의 샘이 마를 줄 모르는 종마였다.
여자는 그 종마에 자신의 잠가놓은 색정의 불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한 번 만나보자.
한 번만…
과연 그 약속을 지켜젔는가?
“들으셨겠지만, 사랑이라면 사랑했었어요.”
하고 로라는 목소리를 깔았다.
나는 난다 뛴다하는 사업가의 아내이며 가끔 티브이에도 얼굴이 뜨는 이 여인의 무심한 상담역 노릇을 하면서 사랑이 이다지 자존심까지 뭉기는 무엇인가 하고 그 사랑에 대해 절반의 이해만 하는 내가 답답해졌다.
로라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들어섰다.
덧붙이는 글 | 그는 내게 무심히 한 이야기를 내가 세상에 떠벌리는 이유는?
아이의 아버지가 지금 한 집에 있는 아비가 친부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이런 일이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나는 고발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랑없이 맺어진 색정 남녀의 한풀이는 들으면서 그들의 행위가 차라리 처절하게 느껴지니 , 나 또한 색정이 어찌 없다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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