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이여! 토끼를 키웁시다!

토로는 제 마음속의 작지만 따뜻한 햇볕이 되어준답니다.

등록 2000.03.26 17:25수정 2000.03.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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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새식구가 된 우리 토로 이야기입니다. 참, 이름을 '토로'라고 정했답니다. 토로, 어디선가 들어본듯하지만, 사실은 만화주인공인 '코로'에서 한 글자만 바꾼 거랍니다. ^^; 그래도 이름이 귀엽긴하죠? 우리 토로도 정말 귀엽답니다. 열마리중에서 고르고 고른거니까요..

저는 매일 아침 7-8시 사이에 나옵니다. 공부한답시고 도서관에 출근하기 위해서죠. 한동안 하지 않던 공부라는 짓이 아직 몸에 배지않아 10시간을 앉아 있어도 실제 공부하는 건 3-4시간에 지나지 않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엉덩이에 본드라도 붙은양 죽어라고 앉아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남들말로는 3-4개월은 지나야 제대로 공부 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그리고 밤 10시에서 11시사이에 집에 들어가지요. 혹시 친구랑 술이라도 한 잔 하는 날에는 더 늦게 들어갑니다. 새벽 1-2시에 술냄새 팍팍 풍기며 씩씩하게 들어가지요. 대문 꽝 걷어차고, 열쇠구멍을 잘 못찾아 헤매면서도 "이놈의 열쇠 구멍 왜 이렇게 작아!"하고 소리도 지르면서 말이죠.

그래서 불쌍한 건 우리 토로랍니다.
첨 몇일동안은 먹이도 잘 먹지 않더군요. 제가 집어서 억지로 먹여주어야 겨우 먹더라구요. 그리고, 우리(조그마한 바구니)안에서 밖에 내놔도 절대 방바닦에 안 나와 있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냐구요? 제가 무서워서 그랬는지 저 구석진 옷장 뒤에 숨어서 고개도 안내밉니다. 어쩌다 밖에 나왔다 싶어도 무슨 소리가 들리거나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죽어라 달려가 옷장뒤에 숨는 우리 토로. 짜식, 내가 그렇게 무섭더냐..

아마도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내가 좀더 데리고 재밌게 놀아주어야 하는데, 학교에는 도저히 못 데리고 오겠고, 그냥 두는 수밖에 없답니다. 나쁜 주인.....

몇일 지나자 어느 정도 환경에 적응했는지 팔팔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먹이도 다먹구, 온 방안을 돌아다니며 곳곳에다 싸제끼고.... 덕분에 방안엔 토끼 똥이 가득 하구, 이불엔 토끼 오줌 자국이.... 음, 그자식 때문에 생전 안 하던 걸레질이랑 이불빨레를 하게 되다니, 억울해잉!

암튼, 토로 때문에 제 생활이 좀 바뀐 거 같아요. 별일 없으면 집에 좀 일찍 들어가서 그녀석 뒷치닥거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가서 그녀석 할짝거리며 귀쓰다듬는거 봐야겠다는 생각도 나고. 하여튼 귀가 시간이 좀 빨라졌어요. 혼자 있는 녀석이 걱정되니까요. 혹시 방안에 있을 지 모르는 서생원(?) 한테 당할지도 몰라, 괜히 문열고 밖에 나왔다가 지나가던 고양이한테 맞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에 말입니다. 제가 좀 과잉보호를 하는건가요??^^;


제 후배가 이러더군요. " 형, 되게 외로웠나보다. 전혀 안그럴 거 같은 사람이 애완동물을 다 기르구..."

맞아요. 저 외로워요. 근데, 토로랑 있으니까 좀 덜 외롭습니다. 그 녀석이 비록 말 못하는 축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존재로서 제 가슴속에 들어와 있으니까요. 쾡한 빈 창고마냥 썰렁한 가슴 속에 작디 작지만 그래도 보드랍고 따뜻한 느낌을 가진 토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 좀 행복해진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마음이 외로우신 분께 한 마디.
당장 미팅을 시켜드리거나 애인을 만들어드릴 순 없지만요, 저처럼 토끼를 한 마리 키워 보시죠. 조금은 행복해지실 수 있을겁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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