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란만 있는 철도노조 투표용지

철도노조의 비민주적 노조 운영

등록 2000.03.26 20:32수정 2000.03.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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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소집 요구 묵살, 찬성란만 있는 투표용지 사용

<본 기사는 월간 {말} 4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전국철도노조 집행부의 비민주적 운영에 대해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비민주성은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집행부 운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동안 진행된 철도노조의 대의원 선출방식은 1백45개의 각 지부에서 지부 대의원을 선출하고, 지부 대의원이 지방본부 대의원을, 지방본부 대의원이 본 조합 대의원을 선출하고, 본 조합 대의원이 위원장을 선출하는 이른바 3중 간선제를 실시해 왔다.

이런 가운데 '간선제는 위법'이라는 1월 14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현 집행부는 1월 25일 {철노}지 호외를 통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직선제를 골자로 한 규약개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2월 11일 이 발표를 돌연 취소하고 중앙위원회를 소집, 규약개정 없이 본 조합 대의원 선거를 치르겠다고 결정했다.

집행부는 2월 24일과 25일 양일간에 걸쳐 대의원선거를 치렀다. 이에 대해 김현중 철도노조 기획실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법원 판결은 고등법원으로 되돌려졌으니 아직 최종적인 게 아니다. 더욱이 간선제도 잘못돼 있고, 위원장도 잘못돼 있다고 하니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는,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노동부에서는 '최종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현 집행부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구태여 규약개정 후에 대의원을 뽑기보다는 노동법에 있는 대로 투표의 4대 원칙을 기준으로 대의원 선거를 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법에 따라 선거를 치렀다는 노조는 보다 근본적인 노동법을 지키지 않았다. 공투본은 2월 14일 총회소집 요구에 필요한 정족수인 조합원 3분의 1이 넘는 1만1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현 집행부에 '총회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노동법에 따르면, 이 경우 위원장은 총회를 소집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이 요구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2월 16일 대의원 선거를 공고했다.

철도노조의 비민주성은 2월 24, 25일 양일간에 걸쳐 이뤄진 대의원 선거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이 날 배포된 단독후보용 투표용지에는 기표란이 한 칸만 있었다. 그 기표란에 표기를 하면 찬성으로 처리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반대란이 없어 반대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다. 만일 반대의사를 밝히기 위해 기표란 선을 벗어나 표기를 하면 '반대'가 아니라 '무효'로 처리돼 버렸다.


김현중 철도노조 기획실장은 이를 '종다수 개념'으로 설명했다.
"후보가 단독일 때는 종다수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과반수가 아닌 다득표자를 대의원으로 선출할 수 있다. 단독 입후보 할 때는 국회의원 선거처럼 무투표 당선도 가능해야 한다. 뻔한 건데 왜 투표를 하느냐."

이런 방식을 두고 공투본 이정순 대변인은 "조합원의 99%가 반대하더라도 1%만 찬성란에 기표하면 100%찬성이 되는 해괴한 선거였다"고 비난했다. 공투본은 '대의원 선거·대의원 대회 무효'를 주장하며, 3월 13일 서울지방법원에 '철도노조 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3월 17일 현재 공투본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노조에 제안했다. 지난 3월 7일 열린 대의원 대회의 결의 사항을 가부 찬반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공투본은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해 조합비 가압류 신청을 내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노정환 기자는 월간 <말>지 기자이다.

덧붙이는 글 노정환 기자는 월간 <말>지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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