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2시 현재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멈췄다를 반복하고 있다. 내리는 비의 양은 많지 않지만,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로 바람은 세다. 거리엔 입간판과 현수막 몇 개가 바람에 나뒹굴고 있다.
현장에는 대형 크레인 한 대가 떨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한 철골 몇 가닥을 떼어내려는 중이다.
생각컨데, 이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멈췄다를 반복할 정도면 어느 공사현장에서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아직 사건의 정확한 원인과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현장의 건설 본부장(저녁 10시 현재 일문일답 참조)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데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형 건물의 건축현장에 커터를 들고, 건물 한 쪽 안전망이 완전히 뜯겨나갈 정도로 연결고리를 끊을 동안 현장 관리소측의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오늘 하루 내내 불었다 멈췄다를 반복했던 강풍에, 안전관리마저 허술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일단 대형사고가 나면 최대한 자기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리 저리 변명'과 '음모론'을 일삼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사고 공화국'을 살아오면서 숱하게 보아왔다.
아무튼 현장 건설본부장의 말이 사실인지, 또는 거짓인지는 경찰의 조사에 따라 어느 정도 밑그림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전하건데, 건물자체의 붕괴위험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현장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저녁 11시 현재
아직까지 별 다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일단 건물이 붕괴될 위험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구경하던 시민들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상당수는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교통통제는 여전한 상태다.
일산구 주엽동에 사는 한 시민은 "아까 퇴근 무렵 지하철에 내려 밖으로 나오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경찰이 안전선을 둘러치고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묻자 건물이 무너지려고 한다며 겁을 주는 바람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때는 아무런 생각없이 경찰의 말에 따랐지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이 정확한 사태파악도 않은채 무작정 건물이 무너진다며 겁을 줘서야 되겠느냐"고 항변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교통통제를 하는 경찰이나, 시민들을 통제하는 경찰, 소방대원, 예비역 해병대 아저씨들이나 무조건 고함을 질러대며(간간이 욕설도) 통제만 하고 있지 '무엇 때문에', 그리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싸늘한 봄비마저 내리는 데다가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 철근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안전망은 이리저리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흐느적 거리고 있다.
현장서 만난 건설본부 본부장 김승태씨와 일문일답 - 저녁 10시 현재
- 만에 하나라도 건물붕괴 위험은 없는가?
건물붕괴 위험은 절대 없다. 단지 철골 안전망이 뜯겨져 나갔을 뿐이다. 경찰과 함께 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
- 안전관리 부주의로 발생한 것인가?
안전관리 부주의는 아니다.
- 그럼 강풍때문인가.
물론 강풍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건 우리에게 악의를 품은 불순한 세력의 개입이 있기 때문이었다.
- 의도적인 행위로 발생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커터로 안전망의 연결고리를 끊은 것을 밝혀냈다. 아까 KBS와 경찰이 모든 것을 조사해 갔다. 조만간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 도대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혹시 경쟁의식을 느낀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두고 하는 말인가?(최근 일산에는 거의 100미터 간격으로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아니다.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쪽은 이 건물의 전 주인쪽 밖에 없다.
- 전 주인이라면?
이 건물은 원래 (주)서광 백화점이 지을려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우리가 4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짓다만 것을 우리가 지난해 9월부터 다시 짓고 있었다.
- 왜 돈 받고 판 건물에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쪽과 우리가 요즘 사이가 좋지 않다.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다. 아무튼 누군가 안전망 연결고리를 커터로 끊어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할 만한 사람들은 그쪽 사람들 밖에 없다.
* 최근 '더 몰'은 최첨단 도심형 테마파크라는 간판을 내걸고, 상가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건물의 설계, 시공은 'MBC 미술센터'가 맡았으며, 시행사는 '(주) 더 컴퍼니'다.
저녁 9시 46분 현재
지하철 3호선 주엽역 앞 서울방향 4차선 모두가 완전히 통제됐다. 여기에 반대방향 1개 차선까지도 통제하고 있어, 주엽역 일대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현재 건물의 붕괴위험은 없어보이나, 30여 미터에 이르는 철골 안전망이 강한 바람에 마치 커튼 자락이 휘날리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어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들은 "건들건들 떨어지려고 하는 쇠파이프 구조물을 하나 둘 제거하려고 하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저녁 9시 현재
3월27일 오후 5시39분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107번지 ‘더 몰’ 공사 현장의 안전망이 강풍에 뜯겨져 나갔다.
이 건물은 IMF가 터지면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짓기 시작한 연면적 2만평의 지상 10층 지하 6층의 대형 쇼핑몰이다.
현재 ‘더 몰’ 주위에는 구조차량 2대, 고가사다리 장착차량 3대, 조명차량 1대, 구급차량 1대가 주위에 대기해 있다.
조명차량에서 나오는 환한 불빛으로 건물은 환하게 밝혀져 있는 상태.
혹시 떨어질 줄 모르는 철골 등의 위험 때문에 소방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인명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건물 앞 도로는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이 완전히 봉쇄되었고, 1개 차선만이 교통 통제 아래 차들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는 ‘더 몰’ 외에도 IMF때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최근 공사가 재개된 건물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계자는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혹시 있을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구조대는 당분간 건물 주위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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