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27일 오후 5시39분,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107번지에 위치한 대형쇼핑몰 공사 현장의 안전망이 강풍에 뜯겨져 나갔다.
연면적 2만평의 지상 10층, 지하 6층의 대형 건설현장이었던터라 뜯겨나간 철골 안전망은 마치 금새라도 건물을 무너뜨릴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사고현장에서 만난 건설본부장 김승태씨는 '고의적인 행위'를 지목하고 나섰다.
<관련기사>어제 현장중계 기사와 건설본부장 일문일답
"바람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커터로 안전망 고리 잘랐다"
다음날 아침 다시 현장을 찾았다.
28일 아침 7시 30분 현재.
다시 현장을 찾았다. 밤새 불던 바람은 잦아든 상태였지만, 사고현장은 찢어진 안전망과 철골로 어지러웠다.
대형 크레인 2대가 휘어진 철골 안전망을 떠받치고 있는 사이, 인부들 몇몇은 용접기로 철골 안전망을 하나 둘 떼어내고 있었다.
현장관리 사무소 앞에서 관계자들 몇몇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현장사무소 경비아저씨와의 일문일답.
- 어제 밤새 작업하신 겁니까?
"밤새 일해야지 않그러면 별 수 있나요?"
- 어제 건설본부장 얘기를 듣자니, 누군가 고의로 건물과 안전망의 연결고리를 끊어놨다던데 사실입니까?
"글세, 그런 얘기가 있어요. 커터로 잘랐다고 하더군요."
- 10층짜리 대형 건물의 한 쪽 안전망이 모두 뜯겨져 나갈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경비를 서지 않았나요?
"여기 하루에 오가는 사람만도 수백명인데, 그걸 어찌 일일이 다 파악한단 말이오? 예끼, 이사람..."
- 그렇다면, 안전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말씀인가요?
"글쎄.... 완전히 장담할 수는 없지요....(말꼬리를 흐렸다)"
- 커터로 끊어놨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을 볼 수는 없을까요?
"그건 안돼요. 여기 들어가면 너무 위험하거든...."
- 저기 저 아저씨는 누구죠? 남색 모자를 쓰신 분, 저렇게 안전모를 안쓰고 사고현장 한 가운데 있어도 돼는 건가요? 위험할 것 같은데...
"저 사람은 공사하는 사람들 대장인데, 저러면 위험하죠..."
사고현장은 어느 정도 평온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현장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철골 안전망이 건들건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사고현장 한 가운데에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정작 위에서 용접을 하고, 철골 구조물을 잘라내는 인부들은 모두 안전모를 썼지만, 남색 점퍼차림의 관리자 외 여러 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뭐라뭐라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저들이 과연 안전제일을 외칠 자격이 있는 자들이란 말인가.)
크레인을 모는 아저씨 역시 안전모를 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뻔 했음에도 그들의 안전의식은 빵점에 가까웠다.
지하철 3호선 주엽역 출구가 불과 5미터 앞인 이 대형건물.
앞에는 백화점이 있고, 옆에는 대형 학원이 인접해 있으며, 페스트푸드점 5개와 각종 음식점, 은행이 인접해 있어 늘상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이곳에 하마터면 끔찍스런 인명사고가 날뻔했다는 걸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카메라를 들여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들은 대담한 것일까, 멍청한 것일까.
현장 건설본부장의 주장대로 '고의적인 음모'가 설령 있다해도, 그들에게 매겨진 안전의식 빵점은 결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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