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출판자체가 대기업화되어 갑니다. 그림책 자체도 붐을 일으켜 작은 어린이책출판사도 점점 커지죠. 시공사의 경우, 유아그림책부터 시공디스커버리총서까지 엄청난 물량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고 있고(전두환의 아들래미가 사장이라고 굳이 책을 안사는 사람도 있긴 합죠), 웅진출판도 학습지로 시작했으나 창대하게 출판업계의 거부로 부상했죠.
잡지,총서 등 이것저것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대기업 출판사의 동화도 좋겠지만, 꾸준히 그림책과 동화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출판사의 책들이 조금은 더 신뢰가 가기 마련입니다.
바로 마루벌이나 재미마주가 그런 출판사죠. 오늘 소개할 책은 마루벌의 좋은그림책 시리즈 중 열여덟번째 책과 열아홉번째 책입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책부터 궁금하신 분은 서점에서나 인터넷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는게 좋겠죠?(마루벌 http://www.marubol.co.kr)
우선 열여덟번째 책을 봅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눈에 확 띄는 선정성이나 자극적인 재미는 없습니다. 그림도 굉장히 사실적이죠. 요즘 우리나라 동화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세밀화'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세밀화는 뭐랄까 그린 이의 감상이나 애정이 굉장히 많이 실려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그림은 그보다는 약간 건조하고 객관적인 느낌으로 그려진 것 같아요. 아마 일부러 그랬을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흔히 동화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나 플롯은 없다고 할 수 있죠. 그야말로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다른 동화들처럼 이 책 역시 반복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는데, 그게 중요한 이 책의 화법입니다.
삶과 죽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의 생애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길 아이들에게는 잔인한 것, 무서운 것, 죽음 따위는 가르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아이를 편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나름의 융통성과 개방성을 지니고 있으니 이에 대한 이해를 부드럽게 이끌어준다면, 오히려 더 넓은 시각과 깊이있는 생각을 할 수 있죠.(애들이 귀신얘기를 얼마나 좋아합니까?) 아이들은 흔히 애완동물이 죽거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죽음'을 보거나 알게되지요. 그때도 차근차근 아이를 이해시켜주세요. 그런 부드러운 이해가 필요할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줄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단다/ 그 사이에만 사는 거지'라는 시작페이지와 '이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지/ 풀도,/ 사람도,/ 새도,/ 물고기도,/ 토끼도,/ 아주 작은 벌레까지도,/ 이세상 어디에서나!'라는 마지막 페이지는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분위기가 어두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오히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함께 서술되는 삶의 이야기를 더욱 빛내주고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더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관조와 포용력은 무척 인상적인데, 책에는 글쓴 사람의 약력은 나와있지 않고 그린 이의 약력만 나와있습니다.(오히려 글쓴 이가 누군지 궁금합니다)
그린 이는 로버트 잉펜이라는 사람인데, 자연보호, 세계평화, 생명존중, 인류문화의 다양성 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많이 그렸다는군요. 그 공로로 1986년도에는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호주출신의 자연주의화가랍니다.
4세부터 읽어줄 수 있지만 꼭 여기에 구애받지 말고, '아이가 좀 커서 읽어야 되지 않을까?'하고 망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그렇담 여태껏 제가 말씀드린게 다 무너진 공든 탑이 되는 거죠) 어찌되었든,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이 우리일생의 한부분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이해시키는 시와 같이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는 팜플렛의 문구가 과장되지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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