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를 넘어서

새앙쥐와 태엽쥐 / 레오 리오니 글, 그림

등록 2000.03.29 11:31수정 2000.03.29 13:17
0
원고료로 응원
얼마전 영화 <토이스토리 2>를 봤습니다. <토이스토리 1편>은 토이가 자기 주제를 모르고, 환상속을 헤매다가 결국은 현실의 토이로서 자기 주제를 파악한다는 내용이죠.

<토이스토리 2>는 1편보다 훨씬 더 장식적인 내용이 가미된데다가 내용까지 자못 감동적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는 토이들이 장난감이라는 자기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고비를 맞죠.


과연 살아있는 토이로서 주인과 함께 웃고 울며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지만 주인이 어른이 되어 날 버리면 어쩌지?

그렇다면 평생 손하나 까딱않고 호강할 수 있는 장난감박물관으로 갈 것인가, 그럼 장난감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의 눈요기거리로 전락할 뿐인데….

이 중요한 갈등을 극복하고 토이들은 결국 '살아있는' '주인과 함께 하는' 장난감으로 살아갑니다. 일단 줄거리만 놓고 보면 토이들은 버림받는 미래를 겸허히(?) 인정하고 해피엔딩으로 영화를 마무리짓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의문은 남죠.

과연 앤디(토이들의 주인)는 평생 토이들을 버리지 않을까? 그럼 유행이 지난 버림받은 장난감들은 그저 쓰레기통으로 쳐박혀야 하는가?
(이제 당신들의 노동력은 필요없으니 나가라는 기업들의 정리해고 선언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마루벌의 좋은그림책 시리즈 열아홉번째 책 '새앙쥐와 태엽쥐'는 이 질문을 간단히 뛰어넘습니다. 무엇으로? 마법으로!


이 책을 쓴 레오 리오니는 1910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1939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그래픽아트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인정받아왔답니다. 이 사람이 어느날 심심해하는 손자를 위해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었죠. 빨간원, 파란원, 노란원이 나오는데…

흠, 제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암튼, 이 사람이 처음으로 만든 그 책도 굉장히 흥미롭고 상상력이 뛰어난 책이었습니다. 새앙쥐와 태엽쥐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레오 리오니의 걸작이라는군요. 왜 이 사람의 책이 이제서야 소개되는지 좀 의문스러워지네요.


다시 책이야기로 가볼까요? 제목처럼 동화에는 새앙쥐와 태엽쥐가 등장하죠. 새앙쥐는 말그대로 살아있는 쥐이고, 태엽쥐는 장난감쥐입니다. 둘이 살고 있는 세상은 매우 다르죠. 새앙쥐는 쥐구멍에 살면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빗자루에 쫓겨다니면서 살지만, 태엽쥐는 폭신한 쿠션위에서 부드러운 인형들과 삽니다.

새앙쥐는 혼자 쥐구멍에 숨어사는 신세를 한탄한 나머지 태엽쥐가 되고 싶어 동화의 고전적인 해결사인 마법사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새앙쥐가 되고파하는 태엽쥐는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죠. 태엽을 감아줘야만 움직이는 '토이'라는 사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지라 태엽쥐 역시 새 토이에 밀려 버림받게 됩니다.

자, 소원은 하나밖에 빌 수 없는데 새앙쥐는 태엽쥐와 어떻게 연대할까요? 여기서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군요. 이제 마법이라는 것이 고전적이고 낡은 수법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 말이죠. 언제부터인가 디즈니영화에서는 더 이상 마법이나 마술이 소재로 쓰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은 이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시시하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니면 마법이나 마술은 너무 많이 써먹어서 극적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일까요?…그런 의미에서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법사 해리포터'시리즈는 여전히 마법의 힘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죠.

이 질문은 다음으로 미뤄두고 아무튼 태엽쥐는 이제 살아있는 '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추게 됩니다. 물론 폭신한 쿠션이나 부드러운 인형 대신 날아오는 그릇과 쥐덫에 쫓기면서 살겠죠. 하지만 이제 새앙쥐가 된 태엽쥐는 진짜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저 태엽감긴만큼만 움직이는, 허구적인 토이로서의 生보다 모험넘치는 현실 속의 生이 더욱 生쥐다우니까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장동혁 모친 시골집 거주 안한다? 직접 확인해보니 장동혁 모친 시골집 거주 안한다? 직접 확인해보니
  2. 2 [단독] 쌍방울 핵심 관계자 "박상용 검사, 이화영 좀 빨리 설득하라더라" [단독] 쌍방울 핵심 관계자 "박상용 검사, 이화영 좀 빨리 설득하라더라"
  3. 3 [단독] 쌍방울 김성태의 자백 "이재명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 하고 싶다" [단독] 쌍방울 김성태의 자백 "이재명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 하고 싶다"
  4. 4 이렇게 '자기소개'하면 다들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자기소개'하면 다들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5. 5 "새벽 3시부터 굴 까도 월 23만원"... 현대판 노예제 의혹 공방 "새벽 3시부터 굴 까도 월 23만원"... 현대판 노예제 의혹 공방
연도별 콘텐츠 보기